'reviews'에 해당되는 글 129건

  1. 2007.12.30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4
  2. 2007.12.22 하늘 가는대로 - 카시와바라 마미 2
  3. 2007.12.22 후르츠 바스켓 23 - 타카야 나츠키 5
  4. 2007.12.03 강아지 이야기 - Various Artists 2
  5. 2007.11.30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 조나단 레덤 6
2007. 12. 30. 15:44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줄어드는 남자 - 8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했겠지만 대중들에게는 '나는 전설이다'로 유명해져버린 리처드 매드슨의 다른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줄어드는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밀클 카페의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 처럼 사실 처음에 표지를 보고 좀 많이 웃었었는데 다 읽고나서는 어쩐지 끄덕끄덕. 주인공 스콧의 상황을 이보다 더 적절히 표현할 수 없는 표지라고 여겨진다. 디자이너분, 센스쟁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남자가 방사능에 노출된 후 온 몸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루에 0.36cm, 미약하지만 확실히 줄어드는 자신의 몸에 스콧과 그의 가족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조차 알 수 없어 당황하고 뒤늦게야 원인을 알게 된 후에는 이미 그의 몸은 100cm 근처, 치료방법도 없고 이미 그의 가정과 일상은 망가진 지 오래다.

그렇게 온 몸이 줄어들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조금씩 잃어가는 스콧, 급기야 지금 그의 키는 3cm도 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하실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제일 심각한 것은 식량난, 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지하실에 살고 있는 거미다.

바로 이 상황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굶주림과 거미에 맞서 싸우면서도 조금씩 줄어드는 스콧, 조금씩 줄어드는 과거를 회상해봐도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살펴봐도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다. 힘들게 냉장고 위까지 기어올라가서 곰팡이가 핀 비스켓을 구해오고 핀을 무기로 거미를 퇴치한다. 개미만한 몸이 되었을지언정 그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계속 줄어들다 결국 0cm에 가까워진 스콧, 엉뚱하게도 난 그의 마지막을 '다시 조금씩 자라나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했고 간절히 바랐었다. 난무하는 반전에 익숙해진 탓일걸까, 아님 스콧이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싶었던 걸까?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예상과 전혀 달랐고 탄성을 내뱉게 해줬다. 이래서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못하는 거다!!!


상처 위에 난 딱지가 서서히 벗겨지듯이 그렇게 그도 조금씩 인간사회에서 분리되어 갔다.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나도 그와 함께 마음 아파하고 또 절망하고 때로는 기뻐할만큼 흡입력이 강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전설이다보다도 줄어드는 남자가 내 취향에 훨씬 더 재미있었다.^^;


중편 줄어드는 남자 이외에도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이 9개나 실려있다. 1954년작 부터 1994년작까지 그의 작품 변화를 잘 알 수 있다. '결투'와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은 영상화도 되었다는데 내가 본 기억이 없어서 그냥 이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음, 재미있었다.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 마지막의 '파리지옥'이 제일 재밌고, 또 공감되기도 했었다. 종종 방에 파리나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와서 왱왱거리면서 신경을 자극하는데, 여름 밤에 모기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 본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잇는 얘기가 아닐까?


내가 본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서히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면서 외부와도, 자기 자신과도 처절하게 맞서싸우게 되는데 그래도 그들은 절망은 하되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책 읽으면서 주인공의 상황에 잘 동화되는 나로서는 푹 빠져서 보면서도 정말 견디기 힘든 경험을 하게 해준달까. 역자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내가 그 상황에 빠진다면 정말 으악이다. 난 리처드 매드슨의 주인공들처럼 잘 견뎌낼 자신이 없다. 뭐,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또 모를 일이긴 하지만.


2007. 12. 22. 20:01

하늘 가는대로 - 카시와바라 마미

하늘 가는대로 3 - 6점
카시와바라 마미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어찌어찌 손에 떨어져서 보게 된 책.
정발판은 3권까지 나와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은데 글쎄, 딱히 앞으로 찾아서 계속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예감.


간단히 설명하면, 그저 그런 밍숭맹숭 덕후물의 하나 정도?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어찌나 정형적인지 따분해서 견디기가 힘들다.


알라딘 평이 '상큼하다, 신선하다.'여서 나름 기대를 갖고 봤는데 내 기대가 너무 컸었나보다. 같은 날 '두근거린다.' 평을 보고 선택했던 '러브 몽키'는 '그래봤자 소녀만화일테니 그냥 봐주지, 뭐.' 하는 심정에서 봤었는데도 꽤나 설레어서 맘에 들었는데 이 '하늘 가는대로'는 신선하기는 커녕 너무 지루해서 책장 넘기는 것도 버거운 실정.


제목에 '하늘'이 들어간 만큼 역시나 별에 관한 얘기를 하는 만화다.


아버지의 사정으로 잦은 이사를 다녀야 했던 소년 사쿠,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어릴 때 2년 남짓 살던 동네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소꿉친구 미호시와의 재회로 그가 꿈꾸던, 그리고 그가 누려오던 평온한 고등학교 생활은 이로서 안녕, 늘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엾기 그지 없는 사쿠다.

어린 시절부터 인도어(indoor)파인 사쿠를 별을 보러 다닌다며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던 미짱,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다. '천문부'를 만들어서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닌다. 강렬히 거부해봐도 어쩔 수 없이 휩쓸려서 이제는 같이 즐기고 있는 사쿠, 어쩐지 끝까지 안봐도 니 미래가 보인다.-_-;


은근 취향 타는 만화 같은데, 어찌됐든 내 취향에는 안맞아서 손에 떨어진 것만 보고 끝. 갖다준 동생의 성의가 고마워서 끝까지 봤다고 하면 너무 혹독한가.^^;;

평소 혐오하는 사람 유형 리스트에 '민폐 끼치는 사람'이 당당하게 올라있는데, 이 여주인공 미짱이 악의없는 민폐 캐릭터라(악의를 가지고 민폐를 끼치는 쪽도 나쁘지만 악의 없이 이러는 쪽도 아주 나쁘다!) 더더욱 맘에 안들었다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것도 좋지만 그것도 도를 넘어서면 절대 민폐, 나이 값 좀 하고 살자구!!


천문 관측이나 하늘, 별자리나 별보기에 관심이 많다면 재미있는 만화가 될지도.
2007. 12. 22. 10:29

후르츠 바스켓 23 - 타카야 나츠키

후르츠 바스켓 23 - 8점
타카야 나츠키 지음, 정은 옮김/서울문화사(만화)



길고 긴 십이지들의 여정이 드디어 완결됐다.

고3 때 부터 우리나라에서 정발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2007년 완결이면, 7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서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남들 한참 볼 때 안보고 있다가 18권까지 한 번에 달리고 잊고 있었는데 완결 소식을 듣고 18~23권을 다시 한 번에 달리게 됐다지. 완전 심각한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앞에 내용 생각 하나도 안나서 많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냥 강행.


쿠레노를 시작으로 십이지들과 아키토의 속박이 다 끊어져버렸다. 파멸만이 남아있을 줄 알았던 그들의 앞에 펼쳐지는 건 피의 속박에서 풀려난 진정한 그들의 삶. 그렇다해도 아직 그들의 유대감은 여전하니 그리 외로운 삶이 남아있지는 않을 게다.


'사랑이 세상을 지배할 거에요.' 정도가 이 만화의 주제가 되지 싶다.


결국 토오루는 쿄우와 맺어졌지만 내 취향은 어쩔 수 없는 융융..!!!!
포기할 수 없는 왕자님 캐릭터랄까, 후훗;
모미지도 중간에 쑥 자라버리긴 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캐릭터;;;



뭐, 후르바 팬은 나 아니어도 충분히 많으니 찬양은 그네들의 글에서 보도록 하자.
나야 뭐 보던 만화 완결됐으니 봐주자 하는 심정이었으니.
애초에 비현실적인 설정에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심하게 남발되는 만화였다구.-_-;


12지와 고양이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만화.
정말 사랑은 세상을 지배할까?^^;
2007. 12. 3. 07:34

강아지 이야기 - Various Artists


 

강아지 이야기 (초판 한정 팬시 파우치 패키지) - 8점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Mnet Media


앨범 발매 소식이야 진즉에 알고 있었더랬다.
쥬크온 신곡 목록에 고양이 이야기 앨범과 함께 앨범수록곡 중 한 곡이 떴었으니까.

평소 신곡 목록에서 제목이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듣거나 혹은 전체를 듣다가 괜찮다싶은 곡은 앨범 전체를 듣는 습관이 있는 내게 강아지 이야기의 타이틀로 소개된 곡이 이승환의 '비겁한 애견생활' 이었다는 건 불행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이승환을 싫어하니까.-_-; 게다가 비겁한 애견생활이 이승환표 발라드가 아니었다는 것은 그 불행에 박차를 가하는 원인 중 하나였으니.

두세번 스쳐가며 비겁한 애견생활을 들었지만, 그 곡이 너무나 마음에 안들었기에 앨범 수록곡은 물론 앨범에 대한 기본 정보 조차도 찾아볼 생각 조차도 하지 않고 그렇게 이 앨범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토이 6집을 듣던 중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을 듣다 이지형의 노래가 꽂혀 쥬크온에서 제공하는 이지형의 모든 노래를 듣다 '강아지 이야기'앨범에 수록된 이지형의 '백구'를 듣게된 것.

이런이런, 그 옛날 양희은씨의 백구를 들으면서 눈물을 쏟아냈듯 이지형의 백구도 내 눈물샘을 한 없이 자극하는 거다. 다행히도 해피엔딩이라 웃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노래를 듣는 동안에 작년에 내 손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덕구가 생각나서 견딜 수 없는 것을.



그렇게 한참을 징징대다가, 아차 싶어서 앨범 수록곡을 뒤져보게 됐다. 이것 참, 왜 이제야 이걸 찾아봤냐고 내 자신을 타박하고, 왜 타이틀로 해놓은 곡이 그딴 곡이었냐고 알지못할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CD 1
1. 비겁한 애견생활 (이승환)
2. 백구 (이지형)
3. Don't Call It Puppy Love (Linus` Blanket(라이너스의 담요))
4. Dingdong (Elena(에레나))
5. 오! 나의 주인님 (이한철)
6. 강아지의 꿈(노 리플라이)
7. 길 위 (Lucid Fall(루시드 폴))
8. Fascinating (Jinu(지누))
9. Winkiss(Wink Is Kiss) (Apls(애플스))
10. Hotdog! (Peppertones(페퍼톤즈))
11. 와다다(Wadada) 친구 (Windy City(윈디시티))
12. 기다림(더 캔버스)
13. 별은 내 가슴에 (Hue(휴-정지찬))
14. 거북이(이석원)


이승환 딱 한 명만 보고 유명세는 있되 내가 조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북적댈거라고 예상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에레나 정에 루시드폴, 윈디시티며 정지찬, 게다가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까지. 나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아차 싶기도 했고, 아직 빠심이 깊지 못함을 반성하기도 하고, 하튼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앨범 수록곡 전체가 마음에 드는 건 절대 아니지만, 몇몇 곡은 꽤나 마음에 든다. 게다가 앨범 수익금의 일부를 좋은 데 쓴다고 하니 한 장쯤 갖고 있어도 괜찮을 듯.

덧)

고양이 이야기 앨범에는 스위트피도 참여했다, 맙소사!! 
2007. 11. 30. 23:37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 조나단 레덤

머더리스 브루클린 - 6점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틱 증후군(틱증, tics)

눈을 깜박이는 운동, 고개를 끄덕이는 운동, 고개를 갸웃거리는 운동, 머리를 흔드는 운동, 혀를 차는 운동 등을 심하게 반복하는 증세를 들 수 있다. 히스테리성격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추체외로계(錐體外路系)의 장애에 의한 것이 있다. 특히 뇌염 후의 파킨슨병에 합병하는 수가 많다. 유효한 치료법은 아직 없고, 진정제를 투여한다. 규칙적인 체조가 효과를 볼 때도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쉽게 말해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상황에 맞지 않는 말들을 뱉아내는 것 또한 해당되겠지.

갑자기 틱 증후군의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막 책장을 덮은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이라는 책의 주인공이 틱 증후군, 그것도 개중에 꽤나 심각한 투렛 증후군(아마도 몸짓틱과 언어틱을 동시에 가지는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표지에 원제가 표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하게 한글 제목만 본 나는 머더리스를 murder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생각했었더랬다. 여태까지 읽어온 밀리언셀러 클럽의 특징 상 살인자와 피해자가 등장할 것은 틀림없을 것 이기에 당연한 사고의 과정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뒤늦게야 머더리스가 엄마가 없다는 단어를 뜻함을 알고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했었다.


내게 있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나', 즉 주인공과 가장 일체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즐길 수야 있지만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정보에 따라 생각하고 또 그의 사고와 행동을 따라 얘기가 진행되기에 전체적인 구조의 파악이 후반부에 가서야 다급히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이다. 그래서 원래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부담스러운 내가 틱 증후군에 걸린 주인공의 이야기에 푹 빠지는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히 '산만하다'라는 말로만은 설명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이야기의 맥을 툭툭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틱 증후군에 시달리는 나, 라이어넬 에스로그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튀어나온 틱으로 인해 일찌기 '미친놈'으로 유명했던 그는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 셋과 함께 프랭크라는 사람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라이어넬과 그의 친구들은 고아원에서의 삶을 벗어나게 해 준 프랭크를 우상으로 생각하며 그의 똘마니로 지내고 어느새 어른이 된다.

여느 때와 같은 임무를 하는가 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이상하다. 도청기를 몸에 달고 한 선당(禪堂)으로 들어간 프랭크,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끌려가고 급기야 그들 앞에 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병원으로 옮겨가지만 목숨을 거두고 만다. 프랭크의 똘마니로만 살아왔던 프랭크맨인 그들에게 프랭크의 죽음은 더할나위 없는 충격이다. 설상가상으로 뉴욕 경찰은 프랭크를 병원으로 데려간 라이어넬과 그의 친구 길버트를 용의자로 생각하는 눈치다.

프랭크를 죽인 사람을 찾아내서 복수를 결심하는 라이어넬에게 주어진 힌트는 거의 없다. 프랭크가 죽기 전에 누군가와 했던 대화에서 나온 '라마 라마 딩동', '어빙' 등의 이름과 그 선당을 조사하는 것 등으로만 진범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틱 증후군에 시달리는 라이어넬은 동료들에게조차도 "꼴값"으로 불리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런 그를 따라 사건을 쫓아가는 나도 어휴, 정신이 없다, 이건 도대체 뭐가 뭔가 싶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그의 틱들, 고백하건데 이탤릭체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중간에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그의 틱과 함께 추적을 하다보면 비밀이 밝혀진다. 이것 참, 세상에는 역시 믿을 놈이 없다.


프랭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하자. 다만 옆에서 귀에 대고 쉼없이 중얼거리는듯한 주인공의 산만함은 각오하고 책을 펴는 게 좋을거다.


간간히 영어 독해를 할 때나 초벌번역된 글을 볼 때면 생각하는 일이지만 다른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특히나 이번 머더리스 브루클린은 번역자의 힘이 제대로 돋보인 소설이다. 특히나 작가도 힘들었다고 고백한 라이어넬의 틱들, 단순히 의미 뿐만이 아니라 어감까지 같이 전달해야 했기에 더더욱 힘들었을게다. 그래서 사실 중간중간 말도 안되는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틱들이 없지만은 않았었다. 어찌됐든, 라이어넬의 틱은 단순 번역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것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귀여니의 끄적임들이 중국에서 출판되면서 훌륭한 소설로 재탄생했듯이 말이다.). 데릭 스트레인저 시리즈와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 이미 충분히 단련되었기 때문일까, 이젠 웬만한 욕설에서는 놀라지도 않고 책장을 넘기는 내 모습에 어쩐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