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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8/05/18 스탠드 1 - 스티븐 킹 (2)
  2. 2008/03/31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2)
  3. 2008/01/20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권정은, 김민영, 김종일, 박동식, 신진오, 엄성용, 우명희, 이종호, 장은호, 최민호
  4. 2007/12/30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4)
  5. 2007/11/30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 조나단 레덤 (6)

스탠드 1 - 8점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황금가지


오랜만에 손에 잡은 스티븐 킹.
학교 다니던 시절에 봤던 "데스퍼레이션" 이후로 처음이 아닌가 싶은 걸 보니 데스퍼레이션이 정말 취향이 아니긴 했었나보다(앗, 제목이 가물가물해서 검색해봤는데 데스퍼레이션이 맞고, 놀랍게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왔었던 책이다!ㅋㅋ 괜시리 신기하고 반갑다).


스티븐 킹의 명성과 작품에 대해서 내가 말해봤자 입 아픈 얘기가 될 게니 잡설은 집어치우고 '스탠드'에 대한 얘기나 해보도록 하자. 1권 밖에 안 읽고 얘기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얘기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1권의 부재는 '바이러스'다. 당연히 로빈 쿡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연상됐었고 실제 이 책에서 나오는 바이러스의 존재는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그럴 듯"하게 씌어진 소설이니 더더욱 피부에 와닿았다고나 할까. 만병의 근원이지만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대수롭지 생각하는 "감기"의 탈을 쓴, 치사율이 "99%"가 넘는 바이러스라니, 너무 그럴싸 하단 말이다. 더더구나 1년 중에 2/3 이상은 콜록거리면서 감기를 달고 사는 나로서는 더더욱 무서워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소설이 시작되면서, 정황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한 군인 가족이 자신이 사는 곳을 다급히 떠난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거라고 내심 생각하고 그 가족이 무사히 탈출하기를 바랐었는데 웬걸, 그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해버리고 그네들의 탈출이 아무도 바라지 않는 공포의 문을 활짝 열어 버리게 된다.


음식을  나눠먹지도 않고 신체 접촉 없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전염되는 바이러스라니, 거기다가 걸리기만 하면 원인도 모른 채 고열과 기침, 가래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니, 세상에 이런 게 어딨냐고 작가에게 따지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바이러스. 알고보니 군부대에서 실험을 시작했단다. 아니, 대체 왜? 1권에서 알 수 있을 내용은 아니었고 나중에 가면 이유가 밝혀지겠지.

전 6권으로 이루어진 스탠드, 그 시작답게 1권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하지만 그들의 70% 이상이 바이러스로 인해 죽는다.-_-;).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로 인해서 죽어가지만 특이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몇몇, 아마 그들이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아쉽게도 1권에서는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 이외의 활약(-_-;;)을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최고 화두 중 하나는 '광우병'이다. 잠복기가 길지만 한 번 발병하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뺏길 수 밖에 없다는 광우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히 발병률이 높다는 광우병, 에이즈보다도 더 무섭다고 하는 치료약조차도 없다는 광우병. 스탠드에서 종횡무진으로 날뛰는 이 바이러스가 현재 우리를 공포에 떨게하는 광우병과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단순히 내가 너무 삐딱해서일까?


손에 떨어진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된 스탠드. 늦게 펴든 게 미안할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었다. 아니, 거기서 끊어버리다니, 완결편까지 한 번에 지르고 후회한 적이 많았던지라 2권 이하를 준비해놓지 못하고 책을 보기 시작한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달까. 역시 인기 작가는 이유없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 법이다.


덧)

미국 대중 소설 답게, 스탠드에서도 비속어가 꽤나 눈에 많이 띄었었다. 습관적으로 욕쟁이 번역가(죄송^^;) "조영학"씨를 떠올렸으나 웬걸, "조재형"이라는 분이 옮긴 책이었다. 정말 습관이란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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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香蓮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 6점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지음, 윤우섭 외 옮김/황금가지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라니, 처음에는 낯설다고 느껴졌었는데 생각해보니 고전 문학 중에 러시아 작가의 수는 적지 않다. 그 유명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주인공 푸슈킨, 이 외에도 꼽으면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져나오지 싶다.

하지만 현대 러시아는 또 다르다. 공산주의체제가 붕괴하면서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본주의체제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예전 강대국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힘든 러시아, 특히 내게는 만화 "올훼스의 창"의 이미지와 더불어 추위, '마트로시카'라는 러시아 인형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어찌됐든 미국소설, 일본소설, 그리고 국내소설에 익숙해진지라 러시아 소설이라니 어떻게 진행될지 꽤나 기대를 했었다. 내 상황이 안좋았기 때문이었을까, 기대에 조금 못 미친 것이 아쉽다. 아니면 제목이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처음 한두얘기를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렸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특정 시즌에 관련된 얘기라 제목이 좀 낚시같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연시'와 관련된 러시아 여성추리작가 작품집이라는 제목이었으면 그게 더 이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첫 작품인 '니나의 크리스마스 기적'은 훈훈하게 시작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분위기는 점점 줄어들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계급이나 현실 상황이 널리 알려지지않은 러시아 사회의 얘기라 더 낯설게 읽힌 것도 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이야기인 '공포의 인질 또는 내 고독의 이야기'와 일곱 번째 이야기 '복수의 물결'이 참 재미있었다. 물론 무서운 살인 사건을 다룬 얘기지만 그녀들의 복수에는 나름 정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이네들의 얘기에는 계절 한정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일까, 전문적인 탐정이 등장하기보다는 보통 사람보다 조금 관찰력이 뛰어나고 조금 의심이 많은 그런 인물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다. 하긴,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그네들은 범상치 않으니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에 알맞은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참 힘들게 읽었다. 갑자기 바쁜 일이 겹쳐서 한 번에 읽지 못하고, 그렇다고 한 작품씩 읽지도 못하고 정말 짬짬이 시간을 내서 겨우겨우 읽었기 때문에 재미를 좀 덜 느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좀 많이 남는다. 다른 분이 말씀하신 것 처럼 작년 12월쯤에 나왔다면 시기와 맞물려서 조금 더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한 가지 더 꼬집자면 유독 오자가 눈에 많이 들어온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공포문학단편선을 읽을 때 느꼈던 것, 단편집이니만치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작품과 더불어 책장을 넘기기에 급급했던 작품이 섞여있었다는 것이다. 뭐,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바로 단편집의 묘미인 것을. 세상을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듯이 어찌 재미있는 얘기만 골라서 볼 수 있겠냐고 하면 너무 비약이 심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재미있었다고 해서 남들이 재미있다는 보장 또한 없으니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하더라도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밀클시리즈, 그리고 황금가지사에는 늘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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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香蓮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8점
이종호 외 9인 지음/황금가지



지난 여름에 봤었던 공포 문학 단편선의 첫 번째 이야기.
누가 추천해주기도 했었고, 서점에서 보면 19금 딱지와 함께 포장까지 되어있는지라 미리 훔쳐볼 수도 없어서 정체가 늘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손에 떨어져서 볼 수 있었다. 으하핫.


다 읽고나니 구체적이고 적나라한 잔인한 묘사 덕에 확실히 19금 딱지가 붙을만 하다 싶었다.^^;
공포와 스릴러를 즐기면서도 스플래터는 좋아하지 않는 나라서 중간중간 조금 힘들기도 했다. 워낙 빈곤한 상상력에 책이었기 망정이지 영상화 된 영화였으면 상상만으로도 정말 으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몇 개는 현재 영화화 하고 있다는데, 흠, 잔인한 내용이 넘쳐날 수도 있으니 무턱대고 기대할 수 없으니 슬퍼진다.


모두 10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터넷 경력이 좀 되고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은 읽어봤을 반가운 소설이 수록되어 있었다. 박동식의 '모텔 탈출기'가 바로 그것인데, 반전을 다 알고 읽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고 모니터와 책은 확실히 와닿는 게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지.


김종일의 '일방통행'은 지난 달에 읽었던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 중 '결투'와 괜시리 겹치는 느낌이었다.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한 번 쯤은 만난 적이 있는 '놈'의 얘기기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불평만 쏟아내는 듯한 주인공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버렸다.

은둔과 감옥, 상자, 아내의 남자. 다 재미있는 얘기들이었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인지 이야기의 진행이 다 보였고 반전의 예상도 쉬웠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다는 거. :)


우명희의 '들개' 또한 괜찮은 작품이었다. 해설에서 언급했듯이 모방범죄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적나라한 시체 해부 과정과 살인장면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나쁜 짓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이라는 것 또한 확실하지만 주인공에게 동정이 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절대 있어서야 안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몇 년 전에 잡힌 유영철이 이 비슷한 짓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영문도 모르고 지배자의 명령에 따르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는 장은호의 '하등인간'. 만화 '이십세기 소년'에서 세계를 쥐고 휘두르는 '친구'가 지배자와 겹쳐지기도 했고 독재정권이 부활할 것 같은 우리나라의 미래같기도 해서 괜시리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야 않겠지만 지배자의 뜻에 따르지 않아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예전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으니 미래에도 확실히 생길 것이니 말이다.



무더운 더위를 잊게 해주는 힘 덕분일까,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공포라는 장르는 여름에 인기를 끈다. 납량 특집으로 쏟아지는 공포 영화들이나 괴담들, 그리고 그 괴담들을 적절히 편집해서 내는 공포특급류의 책까지, 우리나라의 여름에서 공포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대세와 무관하게 찬바람이 쌩쌩부는 한겨울에 접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넘쳐나는 피 덕분에 기대에는 조금 못미치는 듯 했지만 그래도 지난 번 처럼 다양한 종류의 공포와 다양한 이야기를 맛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여름에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방문이 있지 싶은데 거기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를 오싹하게 할지 꽤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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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남자 - 8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했겠지만 대중들에게는 '나는 전설이다'로 유명해져버린 리처드 매드슨의 다른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줄어드는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밀클 카페의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 처럼 사실 처음에 표지를 보고 좀 많이 웃었었는데 다 읽고나서는 어쩐지 끄덕끄덕. 주인공 스콧의 상황을 이보다 더 적절히 표현할 수 없는 표지라고 여겨진다. 디자이너분, 센스쟁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남자가 방사능에 노출된 후 온 몸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루에 0.36cm, 미약하지만 확실히 줄어드는 자신의 몸에 스콧과 그의 가족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조차 알 수 없어 당황하고 뒤늦게야 원인을 알게 된 후에는 이미 그의 몸은 100cm 근처, 치료방법도 없고 이미 그의 가정과 일상은 망가진 지 오래다.

그렇게 온 몸이 줄어들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조금씩 잃어가는 스콧, 급기야 지금 그의 키는 3cm도 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하실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제일 심각한 것은 식량난, 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지하실에 살고 있는 거미다.

바로 이 상황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굶주림과 거미에 맞서 싸우면서도 조금씩 줄어드는 스콧, 조금씩 줄어드는 과거를 회상해봐도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살펴봐도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다. 힘들게 냉장고 위까지 기어올라가서 곰팡이가 핀 비스켓을 구해오고 핀을 무기로 거미를 퇴치한다. 개미만한 몸이 되었을지언정 그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계속 줄어들다 결국 0cm에 가까워진 스콧, 엉뚱하게도 난 그의 마지막을 '다시 조금씩 자라나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했고 간절히 바랐었다. 난무하는 반전에 익숙해진 탓일걸까, 아님 스콧이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싶었던 걸까?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예상과 전혀 달랐고 탄성을 내뱉게 해줬다. 이래서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못하는 거다!!!


상처 위에 난 딱지가 서서히 벗겨지듯이 그렇게 그도 조금씩 인간사회에서 분리되어 갔다.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나도 그와 함께 마음 아파하고 또 절망하고 때로는 기뻐할만큼 흡입력이 강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전설이다보다도 줄어드는 남자가 내 취향에 훨씬 더 재미있었다.^^;


중편 줄어드는 남자 이외에도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이 9개나 실려있다. 1954년작 부터 1994년작까지 그의 작품 변화를 잘 알 수 있다. '결투'와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은 영상화도 되었다는데 내가 본 기억이 없어서 그냥 이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음, 재미있었다.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 마지막의 '파리지옥'이 제일 재밌고, 또 공감되기도 했었다. 종종 방에 파리나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와서 왱왱거리면서 신경을 자극하는데, 여름 밤에 모기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 본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잇는 얘기가 아닐까?


내가 본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서히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면서 외부와도, 자기 자신과도 처절하게 맞서싸우게 되는데 그래도 그들은 절망은 하되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책 읽으면서 주인공의 상황에 잘 동화되는 나로서는 푹 빠져서 보면서도 정말 견디기 힘든 경험을 하게 해준달까. 역자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내가 그 상황에 빠진다면 정말 으악이다. 난 리처드 매드슨의 주인공들처럼 잘 견뎌낼 자신이 없다. 뭐,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또 모를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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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리스 브루클린 - 6점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틱 증후군(틱증, tics)

눈을 깜박이는 운동, 고개를 끄덕이는 운동, 고개를 갸웃거리는 운동, 머리를 흔드는 운동, 혀를 차는 운동 등을 심하게 반복하는 증세를 들 수 있다. 히스테리성격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추체외로계(錐體外路系)의 장애에 의한 것이 있다. 특히 뇌염 후의 파킨슨병에 합병하는 수가 많다. 유효한 치료법은 아직 없고, 진정제를 투여한다. 규칙적인 체조가 효과를 볼 때도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쉽게 말해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상황에 맞지 않는 말들을 뱉아내는 것 또한 해당되겠지.

갑자기 틱 증후군의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막 책장을 덮은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이라는 책의 주인공이 틱 증후군, 그것도 개중에 꽤나 심각한 투렛 증후군(아마도 몸짓틱과 언어틱을 동시에 가지는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표지에 원제가 표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하게 한글 제목만 본 나는 머더리스를 murder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생각했었더랬다. 여태까지 읽어온 밀리언셀러 클럽의 특징 상 살인자와 피해자가 등장할 것은 틀림없을 것 이기에 당연한 사고의 과정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뒤늦게야 머더리스가 엄마가 없다는 단어를 뜻함을 알고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했었다.


내게 있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나', 즉 주인공과 가장 일체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즐길 수야 있지만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정보에 따라 생각하고 또 그의 사고와 행동을 따라 얘기가 진행되기에 전체적인 구조의 파악이 후반부에 가서야 다급히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이다. 그래서 원래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부담스러운 내가 틱 증후군에 걸린 주인공의 이야기에 푹 빠지는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히 '산만하다'라는 말로만은 설명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이야기의 맥을 툭툭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틱 증후군에 시달리는 나, 라이어넬 에스로그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튀어나온 틱으로 인해 일찌기 '미친놈'으로 유명했던 그는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 셋과 함께 프랭크라는 사람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라이어넬과 그의 친구들은 고아원에서의 삶을 벗어나게 해 준 프랭크를 우상으로 생각하며 그의 똘마니로 지내고 어느새 어른이 된다.

여느 때와 같은 임무를 하는가 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이상하다. 도청기를 몸에 달고 한 선당(禪堂)으로 들어간 프랭크,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끌려가고 급기야 그들 앞에 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병원으로 옮겨가지만 목숨을 거두고 만다. 프랭크의 똘마니로만 살아왔던 프랭크맨인 그들에게 프랭크의 죽음은 더할나위 없는 충격이다. 설상가상으로 뉴욕 경찰은 프랭크를 병원으로 데려간 라이어넬과 그의 친구 길버트를 용의자로 생각하는 눈치다.

프랭크를 죽인 사람을 찾아내서 복수를 결심하는 라이어넬에게 주어진 힌트는 거의 없다. 프랭크가 죽기 전에 누군가와 했던 대화에서 나온 '라마 라마 딩동', '어빙' 등의 이름과 그 선당을 조사하는 것 등으로만 진범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틱 증후군에 시달리는 라이어넬은 동료들에게조차도 "꼴값"으로 불리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런 그를 따라 사건을 쫓아가는 나도 어휴, 정신이 없다, 이건 도대체 뭐가 뭔가 싶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그의 틱들, 고백하건데 이탤릭체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중간에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그의 틱과 함께 추적을 하다보면 비밀이 밝혀진다. 이것 참, 세상에는 역시 믿을 놈이 없다.


프랭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하자. 다만 옆에서 귀에 대고 쉼없이 중얼거리는듯한 주인공의 산만함은 각오하고 책을 펴는 게 좋을거다.


간간히 영어 독해를 할 때나 초벌번역된 글을 볼 때면 생각하는 일이지만 다른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특히나 이번 머더리스 브루클린은 번역자의 힘이 제대로 돋보인 소설이다. 특히나 작가도 힘들었다고 고백한 라이어넬의 틱들, 단순히 의미 뿐만이 아니라 어감까지 같이 전달해야 했기에 더더욱 힘들었을게다. 그래서 사실 중간중간 말도 안되는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틱들이 없지만은 않았었다. 어찌됐든, 라이어넬의 틱은 단순 번역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것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귀여니의 끄적임들이 중국에서 출판되면서 훌륭한 소설로 재탄생했듯이 말이다.). 데릭 스트레인저 시리즈와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 이미 충분히 단련되었기 때문일까, 이젠 웬만한 욕설에서는 놀라지도 않고 책장을 넘기는 내 모습에 어쩐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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