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에 해당되는 글 129건

  1. 2007.05.21 Hedwig and The Angry Inch O.S.T. - V.A 6
  2. 2007.05.20 엘리트 양키 사부로 6
  3. 2007.05.16 왜? - 니콜라이 포포프 2
  4. 2007.05.16 들돼지를 프로듀스 - 시라이와 겐 2
  5. 2007.05.13 반야 - 송은일 6
2007. 5. 21. 18:26

Hedwig and The Angry Inch O.S.T. - V.A

Hedwig and The Angry Inch - O.S.T.
Various Artists 노래/Muzoo Records


아악!!!!!!!!!!!!!!!!!!!!!!!!!!!!!!!!!!!!!
내한공연이라니!!!!!!!!!!!!!!!!!!!!!!!


거기다가 추첨 대형 판넬이라니!!!!!!!!!!!!!!!!
내가 살 땐 이런 거 없었잖아, 없었잖아, 없었잖아!!!!!!!!!


내가 정확히 얼마에 이 시디를 샀었는지 기억은 안난다만, 덤으로 DVD 까지 줬기에 꽤나 만족했던 걸로 기억난다^^
뭐, 실제 OST는 리핑떠서 mp3로만 듣고 봉인해서 보관하고 있지만^^;


헤드윅을 좋아라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소장가치 있는 앨범!!

angry inch는 언제 누가 부른 걸 들어도 항상 신난다-
그리고 예전 네이버 블로그에 한 번 올렸던건데, the origin of love 가사도 미치게 좋으니 추천!!

국내판 OST도 꽤 들을만하다.
조승우 캐스팅이 제일 유명하지만, 오만석도 김다현도 브라보~!!ㅎㅎ

2007. 5. 20. 08:20

엘리트 양키 사부로

 

 

 


사진 출처 : http://club.nate.com/suffy, 네이트 서피 일본드라마 클럽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리뷰 카테고리에 올리긴 민망하지만, 아마 제대로 볼 가능성이 0%므로 그냥 잠깐 스쳐가며 본 걸로 끄적끄적;

우리나라에는 "엘리트 건달 사부로"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만화가 원작이다.
현 "코미디"와 "오버"로는 우리 돼지 완소 드라마 1위, 노다메를 능가했다-_-;
그리하여 드라마 보고 삘받은 동생, 만화책 펴보고 그 그림에 바로 덮었다는 후일담이 ㅋㅋ(괴짜가족풍 그림이던데 이런 그림 정말 ㄴㄴ -_-)



1부 초반 8분 정도;;(자막 싱크 이리저리 돌려봐도 1초 정도 안맞아서 안습;;)
오프닝만 캡쳐하려다가 오버에 질려 보다보니 8분이 훌쩍 넘어버렸다, 헐;(끊을 곳이 어중간하기도 했고;)
뭐, 확실히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나쁘지 않은 드라마 같기도 하다;


오프닝에서 보여주는대로, 소심하고 덜렁대는 사부로는 올해 고등학생이 된 남자아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들어간 학교가 굉장히 질이 안좋은, 소위 말하는 3류 고교, 내지는 깡패 학교, 게다가 자기네 형들은 이미 폭력성으로 이 학교에서 유명한 상태.
사부로는 성격대로 조용하게 고교생활을 하고싶어하지만 주변의 개성넘치는 인물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멋대로 "사부로 군단"따위를 만들며 그를 사건의 소용돌이로 밀어넣게 되는데-

이 사부로의 비밀(?)은, 극도의 공포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오줌을 지리게 되고(드라마 보니 지리는 수준이 아니라 작은 개울을 만드는 수준-┏) 그 후 이성을 상실한 본능만이 살아남아 가장 진한 일족의 피를 유감없이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치로와 지로의 이마에 있는 상처도 야쿠자와 맞짱떠서 생긴 거라고 소문났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사부로를 괴롭히다가 맞아서 생긴 것;

과연, 사부로는 조용하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까?


하루나짱이라고 나오는 여자애, 나름 예쁜데 눈썹 덕분인지 은근 남자같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사부로로 나오는 남자애, 어리버리한 게 꽤 귀엽다, 끌끌;;
하지만 후반부, 사부로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사정없이 망가져준다 ㅋㅋㅋ(아니, 이 아이는 드라마 전체에서 망가지는 게 맞지만;;)

그리고 사부로의 형으로 나오는 이치로와 지로, 그냥 딱 봐도 아저씬데 16, 17세라고 우기다니 정말 할 말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사부로의 클래스 메이트들도 마찬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이 드라마를 아무에게나 막 추천할 수 없는 문제아닌 문제라면, 심야에 방송하는 19금 드라마라 서비스 컷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것;;;
분홍색 양키 복장을 하고 나오는 언니들 3명이 자기들 가슴은 기본으로 보여준다^^;;
서비스 컷이 보고싶으신 분들은 검색창에 엘리트 양키를 쳐보시길, 캡쳐 해놓으신 분들 꽤 많았으니;


오버 가득하고 폭력물에 별 거부감 없는 사람은 봐도 무방할 듯-

서수한테 노다메 추천하면서 사부로 얘기 햇었는데 노다메는 안보고 사부로는 재밌으시단다, 헐~
너, 단순히 언니들의 서비스컷이 맘에 드는거지?
그런거지?

 
2007. 5. 16. 10:11

왜? - 니콜라이 포포프

왜?
니콜라이 포포프 지음/현암사
작년 생일에, 지금은 남이 되어버린 옛지인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이 책에는 글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제목이나 작가 소개 이런 건 제외^^;)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그림만으로 밀고 나가지만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뭔가를 느끼고 말았다.


'왜?'의 주인공은 개구리와 쥐다.
물론 그들이 인간을 대변한다.



표지에서 보듯이, 풀밭에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있다. 그는 꽃향기를 즐기면서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땅을 쑥 뚫고 쥐 한마리가 우산을 들고 나타난다. 주변을 둘러보는 쥐, 개구리와 쥐는 잠시 서로를 응시하다 쥐가 우산을 팽개치고 개구리에게 달려든다. 아마 자기가 가진 우산보다 개구리의 꽃이 더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음 장에서 개구리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쫓겨나있고 두 손을 번쩍 들고있다. 그리고 쥐는 개구리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꽃을 들고 꽃향기를 즐긴다. 어디선가 다른 개구리가 또 나타나서 쥐를 공격한다. 개구리의 승리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또 다른 쥐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위해를 가한다.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고 서로를 함정에 밀어넣으려 노력하고 자신은 탱크 속에 안전히 숨으려 한다. 아주 난리가 났다.

거의 마지막장에 다다르면 이미 처음의 꽃밭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해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렸고 폭탄의 파편이나 탱크의 잔해 등 전쟁의 흔적만이 쓸쓸하다. 마지막 페이지, 최초의 쥐가 바위에 앉아 꽃을 들고 있지만 그 꽃은 이미 꽃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이다. 다른 쪽에서는 처음의 그 개구리가 너덜너덜해진 우산을 들고 있다.


글로 써보니 어째 지리해졌는데, 이 책은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그 우울한 색감과 분위기, "뭐야~"하면서 이마를 찌푸리게 되지만 뭔가가 가슴에 끈끈하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태초에, 먹고살만한 여유가 생기면서 더 편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사람들은 전쟁을 시작했다 한다. 요즘의 전쟁또한 스케일만 커졌을 뿐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게다. 자국의, 혹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인간으로써의 기본 개념은 어디론가 팽개쳐두고 참혹한 결과를 낳는 전쟁을 한다. 살아있는 인간이 제일 잔인한 것이다.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니콜라이 포포프의 "왜?"는 어린이들이 보기에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어른인 내가 봐도 감정의 동요는 느꼈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런 책들도 "그리하여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하는 동화책들만큼이나 애들에게 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반전(反戰)"은 당연한 거잖아.
2007. 5. 16. 01:37

들돼지를 프로듀스 - 시라이와 겐

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황매(푸른바람)


2006년 4분기 드라마였던가; 3분기 드라마였던가;
여튼 2006년에 방송했던 일본 드라마 '노부타를 프로듀스'의 원작 소설 되시겠다.

드라마가 꽤 괜찮았기에 원작 소설을 구입해서 보게 됐었는데,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원작이 있는 경우, 그것을 영상화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드물게 이 노부타는 드라마쪽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야마삐가 잘생겨 보여서 그랬을까?^^;


드라마에서의 노부타는 음침한 인상을 가진 소심하고 겁많은 전학생 소녀지만 원작에서의 노부타는 뚱뚱하고 스타일도 좋지 않은, 딱 이지메 당하기 좋은 인상의 소년이다. 뭐, 시청률을 생각해서 노부타를 여자애로 바꾸고, 또 원작에 없는 아키라라는(야미삐가 맡은 역) 인물을 첨가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극의 인물을 더 다양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주인공 키리타니 슈지는 급우들 사이에서의 "인기"에 집착하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년이다. 아니, 그 또래의 수준에 비해서는 조금 더 생각이 깊은듯하기도 하나, 어찌보면 정저지와격으로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수렁에 빠지기도 했으니 그 생각이 올바르다고만 할 수도 없겠지.


슈지는 "유행어"를 만들거나 "방과후 모임"에 빠지지 않는 등, 친구들과의 원만한 관계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겉으로만의 관계일 뿐이다.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에서의 진희가 그러했듯이, 슈지 역시도 진짜 자신과 보여지는 자신을 구분짓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유치하다"고 욕하면서도 미움받거나 따돌림 당하는 건 싫기 때문에 늘 동급생들에게 맞춰주면서 인기인을 유지하는 재미없는 일상의 연속이 계속된다.

그런데 그네 반에 한 전학생이 오게 된다. 그의 이름은 고타니 신타, 외모는 뚱뚱한데다 오타쿠를 연상시킬만큼 음침하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전학 첫날 모두의 관심이 대상이 된 전학생은 순식간에 왕따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 고타니를 보다 못한 슈지, 노부타를 인기인으로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그래서 제목이 노부타를 프로듀스다). 아니, 애초에 고타니가 슈지에게 자신을 바꿔달라고 부탁했었던가; 어찌됐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 따위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슈지는 고타니를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신타의 다른 발음이 노부타라 하고, 노부타는 일본어로 들돼지라한다.)


결과는 어이없을만치 성공적이었다. 노부타는 정말 반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인기인이 되버린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노부타에게 속으로 미안한 감정도 느끼는 슈지,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물론, 사건은 이 때 벌어진다. 편의점에 갔다가 불량학생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괜한 일에 말려들기 싫어서 피했는데 알고보니 그 피해자가 자신의 친구 중 한명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의 슈지의 가면이 속속들이 들어나게 되고 급기야 그는 왕따가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까지는 노부타의 성별이나 세세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드라마와 소설이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결말은 좀 다르다.
드라마에서의 슈지가 노부타와 아키라에 의해서 진정한 "우정"을 깨닫게 된다면(은근 야마삐랑 마키의 커플링을 바랐었는데 그 바람은 산산히 부서졌다ㅜㅜ), 소설에서의 슈지는 다른 학교로 전학가서 거기서 또 새로운 가면을 덮어쓰게 된다.


헉, 어째 줄거리만 길게 늘여써버린 듯 하다, 시작할 떈 짧게 쓰고 말려고 했었는데, 끙;

이 소설의 작가는 상당히 젊다.
나보다 어린 85년생이었던가 83년생이었던가;
그래서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의 문체는 흡사 우리나라의 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 확 들어버려서 책을 덮고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성세대와는 또 다른, 현재 젊은이들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고, 나 스스로도 "보여지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괴리에 종종 고민하기에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보자면 발랄한 청춘물이었던 드라마쪽이 더 유쾌했다.


덧)
책은 1년도 전에 봤지만,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2007. 5. 13. 11:00

반야 - 송은일

반야 1
송은일 지음/문이당

나는 책을 고를 때 은근히 편식이 심한 편이다.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다 읽는 듯 하지만, 한 번 맘에 든 작가는 지속적으로 사랑해주고 한 번 눈에 난 작가는 타인의 평가야 어떻든 내 마음에 안차므로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새로운 작가를 접할 때는 '첫작품'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
 
솔직히 '송은일'이라는 작가는 처음 접해본 작가였다. 우연한 기회로 이 작가의 '반야'라는 책을 접하게 됐고, 생각도 못한 흡입력에 놀라며 결국 일주일에 나눠봐야지 예상했었던 책을 이틀만에 다 읽고야 말았다. 그 만큼 눈을 못 떼게 하는 뭔가가 이 작가에게, 이 작품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제일 처음 책 제목인 '반야'를 접했을 때 생각났던 건 '반야심경'이었다. 실제 책 내용을 읽어보니 반야심경의 심경이 맞아서 살풋 웃게 됐었다지. 참고로 반야의 늦깎이 여동생의 이름은 '심경'이다:)

그리고 또 반야에 대해서 책을 읽기 전에 알 수 있었던 것은 출판사의 짤막한 소개와 책에 둘러진 띠에 씌인 말들. 조선시대에 인간 대접을 받기 힘들었던 무녀의 얘기를 다룬다 했었다. 소싯적에 접했던 '퇴마록'이나 '무'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무인(巫人)들의 얘기를 본 적은 있지만, 조선시대의 무인 얘기는 또 처음인지라 나름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지. 막상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자신을 던져 악과 싸우는 피투성이 검투사 무녀 반야"라고 적힌 문구는 사실 날 당황하게 했었다. '응? 무녀얘기라더니? 이 사람이 나중에 무술을 배워서 칼 들고 설치는건가'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 말이다. 실제 '검투사'라는 단어 때문에 계속 '검은 언제 배우는거지? 진짜 배우는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뭐 이런 얘기를 했으면 배우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려나, 하핫.


각설하고, 이제 반야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어찌되었든, 위에서 설명한대로 반야는 무인이 천인 취급을 받던 조선시대를 살아갔던 한 여자였다. 그 능력이 너무나도 뛰어났기에 일개 천인들과는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다른 삶을 살았으며 그 시대의 다른 여자들과도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던 여자가 반야였다.

이야기는 크게 두 축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간다.
반야 개인에 촛점을 둔 '미타원 식구들'이야기, 그리고 설핏 동학당을 떠올리게 하는 '사신계'이야기. 나중에야 그 둘이 합치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만, 어쨌든 크게 두 개의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반야의 어미인 채정은 참 기구한 삶을 살았던 "여자"다. 누구의 어미니 여자라는 말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작품 속에서 가장 여자의 삶을 살았던 것이 그녀이기에 '여자'를 강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양가짓 규수로 태어났지만 굴레에서 스스로 뛰쳐나와 무녀의 양녀로 들어가서 무녀를 낳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데려와 모두 진짜 자신의 아이로 삼기도 하며,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의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버렸던 자신의 과거를, 그리고 여자인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자식들이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아 자신을 버리게 되는 그런 여자다. 어쩌면 주인공인 반야보다도 훨씬 다채로운 삶을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반야,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신내림을 받지 않아도 신기가 있는, 무녀로써의 재능이 있다못해 넘치는 아이였다. 굿을 하는 쪽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점을 보거나 사람의 미래를 내다보고 귀신과 소통하는 그런 무녀. 아무리 성리학 이외의 모든 종교가 천시받던 조선시대였지만 민간신앙의 최고봉인 점집 미타원의 주인 꽃각시 보살 반야는 그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 입소문을 타다, 나중에 궁궐까지 드나들며 활약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여자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여러 남자들과의 인연으로 얽히고 급기야 그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능력의 일부로 사용했을 뿐이지 진정한 여자로 살다가지는 못했다고 보여진다. 소설의 주인공이면 무릇 완벽한 가운데서도 현실적인 맛이 있어야 끌리기 마련인데 그녀에게서는 인간의 매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해서 더더욱 정이 안가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신계에 대해서 짤막하게 얘기해야겠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신계(四神界)'는 작가의 말에 의하면 '현실 속에 살면서도 현실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다. 그 전 시대들에 비하면 완화되었다지만, 그래도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어찌 보면 발칙하고 어찌보연 가엾지만 너무나 대견한, 시대를 앞서가는 비밀결사에 가까운 단체였다.  

책에 있는 사신계 강령을 소개해본다.

사신계 강령(四神界 綱領)

凡人은 有同等自由而以己志로 享生底權利라.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가꿀 권리가 있다.

어쩌면 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가졌던 사상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이며 이상적이다. 지금이야 민주주의를 강제 주입식으로 교육받아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연히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야 있지만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소리냔 말이다. 그만큼 인간으로는 당연한 말이지만 시대와 맞지 않는 말이었기에 그들은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조용히 자신들만의 조직을 운영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또 한 없이 길어질테니, 반야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야하지 싶다. 읽기는 꽤 재미있게 읽었는게 글로 쓰다보니 딱히 긍정적인 내용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책을 읽으면서 세부적인 사항이나 에피소드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닥 내 맘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뚜렷한 주제 의식 없이 그냥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내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서 그런 걸수도 있겠지. 슬픈 여자이야기가 보고 싶었는데 예쁘고 유능한 성격 안좋은 여자이야기를 봐버렸으니 말이다.


위에서 반야가 매력없는 인물이라 했는데 정정하고 싶다. '여자'로서의 반야나 '소설' 주인공으로서의 반야는 내게 매력없는 인물이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아, 이거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은 계속 들었었기 때문이다. 고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어쩌면 매력적인 인물이 반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것 저것 볼거리가 많을 것 같아서일까?


쓰다보니 글이 꽤 길어진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서정적인 문체도 신파적 내용도 아니고,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도 없는 그런 소설이었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나름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소설로 남지 싶다. 그리고 작가 송은일.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녀는 꽤 재능있는 이야기꾼인 것 같으니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