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책'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07.09.10 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2. 2007.09.06 호타루의 빛 8 - 히우라 사토루 2
  3. 2007.09.03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2
  4. 2007.08.27 검은 마법과 쿠페 빵 - 모리 에토 2
  5. 2007.08.22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4
2007. 9. 10. 15:51

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부모도 가까운 친척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냉혹한 현실에 간신히 적응해서 이제 좀 살만하다 싶어지면 여지없이 세상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그는 허물어진 탑을 다시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 그에게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과연 그와 그의 배경을 분리해서 남자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


봄에 초희랑 둘이 서점에서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읽었던 '산타아줌마' 이후 오랜만에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면 너무 안일한 감상이 되어버리는 걸까? 오랜만에 소설책을 손에 대기도 했지만 소설 자체의 흡입력이 장난이 아닌지라 정말 눈을 못떼고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처음에 얘기한대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강도살인범'의 동생이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단 둘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형제, 형은 형이라 당연히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 동생은 형의 바람이 부담스럽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한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이삿집을 옮기는 등의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형이 허리를 다치게 되면서 이 형제의 앞길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된다. 생계가 막막해지고 코 앞으로 다가온 동생의 대입, 현실적인 어려움에 형의 눈은 흐려져 몇년 전 이사를 도왔던 혼자 살고 있는 부자 할머니의 집을 털기로 한다. 그 할머니는 돈이 많으니 괜찮을거라고 애써 자신을 정당화해가면서. 그러나 세상이 맘먹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처음 돈봉투를 무사히 챙기는 듯 했으나 할머니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당황한 형은 갖고간 드라이버를 흉기로 사용해 할머니를 살해하게 된다.


챕터의 시작은 교도소에서 날아오는 형의 '편지'. 편지 내용은 지극히 동생을 아끼는 형의 편지 답게 동생의 생활을 궁금해하고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동생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그러나 그 형의 편지 덕분에 주인공 다케시마 나오키의 삶은 번번히 큰 좌절을 맛보게 되니 세상일이란 참 알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렇게 끈질기게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형의 존재를 수용하려고도, 부정하려고도 해봤지만 그에게 있어서 도통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전에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와 사형제도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다. 어쩌다 형법의 근원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크게 죄를 지은 본인에게 그 죗값을 치르게 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짓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 형벌제도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 법으로 인해 죄인이 자신의 죗값을 받는 건 마땅하지만 그 가족들에 대해서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지난 번 [13계단]에서 미카미의 가족, 그리고 이번 [편지]에서 제대로 "아,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으례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지만 아직까지도 난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정확히 서지는 않는다. 요즘 여기저기서 '인권'을 부르짖는데 과연 그 인권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지켜져야만 하는 것일까? 처음엔 나름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볼수록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에 동화되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냉철한 판단은 제쳐두고 스토리 진행 따라가기에 급급했기에 더더욱 혼란스럽다. 어찌됐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 솜씨는 대단하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걸 통제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끝으로 역자의 후기에 있던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사랑만으로 가득찬 세계를 꿈꾸고 노래하던 존 레논은 1980년 뉴욕에서 마크 채프먼이라는 자신의 팬에게 저격당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의 아내 오노 오코는 레논의 유지를 받들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사랑과 평화만이 가장 귀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흘러 존 레논의 추모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를 제작하게 되고 레논을 닮은 사람들을 모아 오디션을 보는데 정말 그과 똑닮은 사람이 최종으로 남게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노 요코의 반대로 오디션에서 낙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반대 이유인 즉슨 그의 이름이 존 레논의 살해범인 '마크 채프먼'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다. 그리고 역자는 덧붙인다, 오노 요코의 반대 분명 평소의 언행과 일치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래도 피해자의 가족임을 고려한다면 타인이 쉽게 얘기할 수는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정말 그렇지 싶다. 남의 일이니까 쉽게 판단하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닐까?

2007. 9. 6. 10:22

호타루의 빛 8 - 히우라 사토루

호타루의 빛 8
히우라 사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현재 방영중인 3분기 드라마 '호타루의 빛'의 원작 만화 '호타루의 빛' 8권이다. 일본내에서의 완결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지난 달에 8권이 나왔다.

8권을 보고난 후의 느낌은 '드디어 터질 게 터졌구나.' 정도가 되겠지?


7권의 마지막에 러브러브 분위기가 된 호타루와 마코토 커플. 외면해왔던 결혼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마코토의 앞에서 호타루는 이제 숨겨왔던 자신의 모습들을 하나둘 고백하려 한다. 그 첫번째로 터진 것이 '다카짱'의 존재는 사실은 '다카노 부장님'이었다는 것. 이제까지 그와의 동거 아닌 동거를 마코토에게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다 차라리 자신의 입으로 고백하는 것이 나을거라고 판단하게 된 것.


호타루 딴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그 파장은 꽤 크고 오래간다. 다시 건어물녀의 신세로 돌아갔으려니 체념하고 사는 호타루, 그런 그녀에게 "그래도 당신은 내 여자야."를 외치며 당장 짐싸서 자기네 집으로 들어오기를 종용하는 마코토, 그대로 얘기가 흘러간다면 호타루의 빛이 아니리라.


타이밍 맞춰 다카노 부장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제까지의 은혜를 갚을 겸 해서 1주일동안 그를 돌봐주고 마코토의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호타루, 그 약속의 의미로 자신의 짐의 대부분을 마코토의 손에 들려보낸다. 문제는 그 이후 집에서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는 것.


병원에서 환자들의 복장과 자신의 건어물녀 복장이 위화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폭주하는 호타루, 급기야 여기저기 다른 환자들에게 민폐까지 끼치고 돌아다니며 무사히 약속한 1주일을 거의 다 보내고 이제 마지막 날. 여전히 입을 옷이 없음을 핑계삼아 한층 강도높은 건어물녀 복장으로 병원에 온호타루, 그 순간에 마코토와 딱 마주친다. 아니, 아직 건어물녀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구!!


악악악악, 진짜 호타루의 빛,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끊는 게 한두번은 아니긴 하지만 이번에도 정말 절묘하게 끊어주신다.ㅠ_ㅠ 7권 말미의 낚시와는 다르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마주친 것.(설마 친척이라는 둥 둘러대지는 않겠지?-_-;;)
물론 유능하고 귀여운 연하인 마코토도 좋지만 부장님♡호타루 커플을 지지하는 나로서는 뭐 이대로 둘이 헤어져주고 부장님과 연애모드로 갔으면 좋겠다는 게 더 솔직한 심정. 드라마에서 부장님의 역을 후지키 나오히토가 맡은 것의 영향도 꽤 크겠지(괴물, 왜 안늙냐고;; 당신은 장동건보다 더 심해;;). 아마 이 상태라면 드라마쪽이 더 빠른 완결을 낼 것 같은데 원작에 영향을 끼치게 되려나?

그건 그렇고, 이 작가 만화 그린지 몇 년은 됐을텐데 제발 그림의 발전이 좀 있기를;; 아무리 순정만화라도 수용 범위를 벗어나면 거부감이 든다구. 하긴, 이미 그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눈 크기에서 외계인이긴 하지만, 으으음;;


연애의 두근거림과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일상의 공유의 편안함,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쪽을 택하겠는가?

2007. 9. 3. 09:47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북스토리


작년 피프에서 꽤나 호평을 받은 만화영화의 '원작 소설'인지 '소설화'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어디서 얼핏 봐서 내가 알기로는 외국 사람이 이 소설을 썼고 일본에서 이 얘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영화화, 드라마화, 만화화, 애니메이션화 뭐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나눠서 진행한 걸로 알고 있기 떄문이다.(다시 찾아보니, 일본사람이 1960년대에 소설을 썼고 이를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게 정확한 듯 하다. 고로 이건 원작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어찌됐든 작년 이맘 때 유종선배가 이 애니를 꽤나 보고싶어 했었지만 일반 영화관에서는 상영을 안했었고 다른 듯 비슷한 취향의 경택이도 피프 다녀와서 이 애니를 미치게 추천했었다. 그래서 기대치가 꽤나 높은 상황이었는데 이 기대가 결국 내가 이 작품을 보는 눈을 망쳐버린 것 같다.^^;


작년 말인지 올해 초였는지, 어둠의 경로로 시간소녀를 한참 찾았지만 튀어나오는 건 오직 2권의 만화책이었다. 안보려다가 얼핏 줄거리를 훑어보니 시간소녀의 줄거리와 흡사한 것 같아서 대강 내용이나 알려고 봤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글쎄'였다. 작가의 표현력이 미숙해서였을까, 그림이 이상해서였을까, 내용도 표현도 빼어나지 않고 짜증만 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싶어 했던 건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 때 경택이의 수준을 심각하게 의심했을 정도. 경택이도 그 만화를 보고난 후 "이런 쓰레기와는 비교하지 말아줘."라고 해버렸으니 애니메이션은 또 다르구나 생각할 수 밖에.


그러고나서 4~5월쯤에 어둠의 경로에 디비디립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딱히 애니메이션을 볼 짬이 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이거 괜찮대요."하면서 추천만 하다가 8월 말이 되도록 나는 못보는 상황까지 왔다. 아니, 정확히 2시간쯤은 낼 수도 있지만 전에 봤던 만화의 거부감 때문에 쉽사리 손대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여튼 도서관에 놀러갔다가 우연찮게 또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손이 나가고 말았다. "책"이었기에 내가 훨씬 더 보기 쉬울거라고 생각했고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펴들어서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가즈코, 그리고 가즈코의 사이좋은 소꿉동무 가즈오와 고로. 방과 후 과학실 청소를 하던 가즈코는 우연찮게 어떤 괴인과 마주치게 되고 그 후 라벤더 향기를 맡은 후 쓰러지게 된다. 그 후 그녀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지진이 일어나고 화재가 발생하며 다음 날 등교할 때 교통사고에 위험에 처하기까지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눈을 뜬 그녀에게 분명히 '어제'겪은 하루가 반복된다. 의아함을 느낀 그녀, 우선 소꿉친구들에게 상담하게 되고 급기야 또 과거로 돌아가서 그 때의 괴한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밝혀지는 비밀은 과연?

앗, 이런, 그 떄 본 이상한 만화책이랑 똑같은 내용이잖아.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다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소설책은 애니메이션에서 마코토의 이모로 나오는 카즈야의 얘기라는 걸 발견하게 됐다. 아아, 이제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다. 조만간 짬을 내서 꼭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내 눈으로 판단해보는 수 밖에.


60년대의 상상력이라면 호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책이 시간소녀지만 워낙 SF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내용 자체는 그냥 그저 그렇게 밍숭맹송했던 것 같다. 이 외에 작가 츠츠이 야츠타카가 쓴 다른 단편이 2개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우선 '악몽'.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반야 가면과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공포에 시달리는 소녀. 친구에게 늘 '겁쟁이'라고 놀림받지만 무서운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동생 또한 밤에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오줌을 싸는 버릇이 있는데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무서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소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게 된다.

어른들의 별 것 아닌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리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이의 시각으로 보여주는데 꽤나 끄덕끄덕하면서 볼 수 있었달까. 주인공 소녀 아버지의 말처럼 주인공 소녀는 "훌륭한 심리학자"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The Other world'. 책이 실린 다른 단편에 비해서 제일 과학적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 만화에서 자주 쓰이는 '패러랠 월드'에 대한 내용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혹은 영화 매트릭스가 생각날지도. 현실에서 주인공 소녀가 불량배들에게 시달리게 되면서 현실이 싫다고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순간 눈 앞에 흐려지면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된다. 미래의 어느 차원에서 한 과학자가 실험을 하다 실수로 자신이 차원이동을 해버렸기 때문인데 그 여파가 다른 차원에 있는 "그녀"들에게 미쳐버렸기 때문. 겉보기에는 원래 자신의 현실과 비슷하지만 바뀐 세계에서는 뭔가가 이상하다. 자신이 수학을 싫어한 덕분일까, 숫자는 5까지 밖에 없고 공부를 잘하던 친구는 폭력만 쓰는 바보가 되어있다.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되면서 평소에 바라던 자신이 되어있지만 그렇다해서 그 세계가 자신이 원하는 세계는 아닌 것이다. 과연 그녀는 원래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쨌든 시간여행에 대한 유쾌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2007. 8. 27. 14:10

검은 마법과 쿠페 빵 - 모리 에토

검은 마법과 쿠페 빵
모리 에토 지음, 박미옥 옮김/휴먼&북스


작년부터 서점에서 눈독만 들여놓고 있다가 이제야 보게된 에토 모리의 또 다른 책.
이제까지 그녀의 작품들과 큰 차이없이 이번에도 '아동물' 혹은 '청소년물'에 가까운 소설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한 여자의 성장소설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최초의 이별인 초등학교 졸업 전후, 첫사랑, 중학교 생활, 고등학교 생활, 아르바이트, 첫사랑. 한 사람이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일반적인 것들을 감수성 예민한 소녀의 입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얘기한다.


처음에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챕터는 제목인 '검은 마법과 쿠페빵' 챕터.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겪은 얘긴데, 작년에 잠깐 보다가 만(-_-;) 일본드라마 '여왕의 교실'과 설정이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리라. 성적만으로 교실을 지배하려고 드는 여자 담임, 그리고 그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교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아이들.
결론 부분은 약간 다르긴한데 알아보면 여왕의 교실이 이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드라마는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난로에 데워먹는다는, 담임의 승은을 얻어야만 받을 수 있다는 그 쿠페빵은 대체 어떤 빵일까?^^;;
어쩐지 내게는 앗백의 부시맨 브레드가 연상된달까^^;
아, 빵 먹고 싶다;;;
아님 생크림 케이크;;



어찌됐든 소녀의 성장기는 사랑스럽다.
그 또래 특유의 예민함과 불안정함이 세상과 충돌하면서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이리라.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마냥 얼굴 붉어지는 부끄럽고 철없는 과거만 그득하기만 한데 말이지^^;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하는 올바른 잔소리가 아니어서 더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으리라.
솔직히 제일 처음에 에토 모리를 접한 '컬러풀'은 재밌긴 했으나 정석을 강요하는 것 같았거든.
2007. 8. 22. 07:25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황금가지


사놓고 한 달 넘게 쟁여놨다가 드디어 볼 수 있었던 그레이브 디거.
으아, 말이 필요없다, 이번에도 역시 최고, 다카노 가즈아키!!


당신은 '그레이브 디거'에 대해서 아는가?
갑자기 너무 쌩뚱맞은 소리를 한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조금 더 많이 알려져있는 중세 유럽의 곳곳에서 펼쳐졌던 마녀사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는가?

지금이야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지만(솔직히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국교가 정해져있지 않을 뿐이지 어느 특정 종교가 나라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데다가 특정 후보를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그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번엔 대한민국을 봉헌하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을 것 같긴 하다-_-;) 거의 제정이 일치되어있던 중세시대에는 다수의 민중을 소수의 지배자들이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 그네의 생활인 종교의 힘을 빌어서 통치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배체제에 위협이 될 것 같은 불온세력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이단심판관'을 활용, 각종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붙여서 남녀를 불문하고 '마녀'딱지를 붙여서 처형하고 대중의 고통과 공포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도, 글을 읽는 당신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문헌에 따르면 이렇게 마녀 딱지가 붙어서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이 억울해서였는지 무덤을 파고 다시 나와서 자신을 고문했던 이단 심판관들에게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복수를 한다고 한다. 이들을 무덤을 파는 자, 혹은 돌아온 사자를 의미하며 그레이브 디거(the grave digger)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레이브 디거의 의미를 알고나서 책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사람 많은 길가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두 남자가 다툰다. 그 중 젊은 남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칼로 찔러서 살해하고 시체를 싣고 도망가지만 수많은 증인의 증언으로 잡히고 만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한 변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변사체가 알고보니 예전에 죽은 그 남자였다. 거기다가 신기한 것은 죽은지 1년 반이 지난 사체가 사망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까지 하다. '제 3종 영구시체'로 분류된 그 사체의 부검을 앞두고 갑자기 그 사체가 사라진다. 사건은 결국 미결 표제를 달고 어둠속으로 묻히게 된다.

이와 별개로, 소설의 주인공인 야가미 도시히코, 명색이 주인공인데 이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인상은 매우 험악한 범죄자형이다. 외모와 별개로 성품은 착한데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고 하면 오죽 좋겠냐만 사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는 삶이 얼굴에 나타나는 범죄자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잘한 공갈 협박과 사기를 일삼고 나이를 먹어서는 어린 소녀들을 속여 오디션비를 떼먹거나 목소리가 비슷한 국회의원의 사무실에서 돈을 빼앗기도 하는 둥, 스스로 생각하고 마냥 착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 사람이다. 이런 그가 새 사람이 되기 위한 결심을 하고 골수이식을 결심한다. 수술 전 날 병원에 가기 전 돈을 빌리기 위해 간 자신의 집에서 흉측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시체를 발견한 그는 자신의 전과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그냥 도망쳐서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그렇게 멀지않은 병원과의 거리지만 그의 앞길에는 무수한 장애가 뒤따른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따라붙이 시작해 급기야 경찰까지, 하지만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골수이식 대상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잡힐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음 날 오전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도망가고 다른 자들은 그를 뒤쫓는다. 뿐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짧은 시간 간격으로 계속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네들의 죽은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 없다, 바로 전설의 '그레이브 디거'가 이단 심판관들에게 그들의 복수를 하던 그런 잔인한 모습으로 하나같이 죽어있는 것이다. 하나 더, 죽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젊은 남자가 살인을 했다는 증언을 했던 증인이라는 것. 이런, 몇 달 전에 실종된 시체가 다시 살아와서 증인들을 헤치고 다니는 것일까? 연이어 발견되는 사체들 때문에 경찰들도 바쁘기 그지없다. 영화의 화면전환처럼 야가미의 상황과 그의 뒤를 쫓으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상황이 번갈아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난 번 13계단에서 마지막 30페이지에 완벽하게 낚였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추리를 포기하고 야가미를, 그리고 겐이치와 후루가와를 따라 열심히 손과 눈을 움직이기만 했다. 사건이 파헤쳐질수록 내 입은 딱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쩜 이런 것들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작가가 전작에서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케 했다면 이번 그레이브 디거에서는 정치와 종교, 그리고 경찰, 권력이 뒤섞여서 만들어진 추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일본과 우리의 경찰조직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소설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되는 보안부가 하는 일은 흡사 우리나라의 안기부 혹은 국정원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럼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거잖아!!!


늘 느끼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직소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 그 두께와 내용의 방대함에 따라서 500피스짜리 작은 직소가 되기도 하고 2000피스짜리, 정말 시작하기 엄두도 안나는 그런 어려운 직소가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은 직소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어찌됐든 추리소설 읽기를 즐기는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를 선택해서 보길 바란다. 절대 시간이 아깝다거나 후회한다거나 할 일은 없을지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요건 밀클카페에서 퍼온 웹툰.
 그림이 느므느므 귀엽다>ㅅ<)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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