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책'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07.10.06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 아시하라 스나오
  2. 2007.10.03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이사카 고타로 4
  3. 2007.10.01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4. 2007.09.26 팔란티어 - 김민영
  5. 2007.09.12 아름다운 아이 - 이시다 이라
2007. 10. 6. 16:33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 아시하라 스나오

청춘, 덴데케데케데케~청춘, 덴데케데케데케~ - 4점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즐거운 인생'의 여흥일까, 예전에 한 번 눈여겨보고 잊고 있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표지를 훑어보고 '밴드소설'에 혹해서 집어 든 소설.


제목의 '덴데케데케데케'를 조형기 아저씨가 만들었던 유행어 '좌우지장지지지'쯤으로 이해했었는데 알라딘의 책소개에 나와있는 설명에 따르면 '제목의 '덴데케데케데케'는 트레몰로 글리산도 주법으로 연주되는 벤처스의 '파이프라인' 도입부의 의성어.' 라고 한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되서 방금 벤처스(Ventures)의 파이프라인(Pipeline)을 들어봤는데,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 연주곡이구나 정도? 라이브 공연을 본다면 멋질지도.

작품의 화자면서 주인공, 그리고 록킹 호스맨(Rocking Horseman)의 리더인 칫쿤은 고등학생이 된 후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벤처스의 파이프라인을 듣고 일렉신의 계시를 듣는다. '덴데케데케데케', 넌 이제 기타를 쳐야 해.

고등학생이 된 후 이렇다 할 집중거리를 못찾던 칫쿤, 이제 밴드를 하겠다를 열망을 지니고 밴드의 멤버를 찾아헤맨다. 그리하여 경음악부에 있던 시라이와 어린 나이에 이미 촉망받는 스님인 후지오, 그리고 그에게 경음악부의 존재를 알려줬던 다쿠미를 꼬드겨서 밴드 결성에 성공한다.

악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삼매경이었던 여름방학, 변변히 연습할 곳이 없어서 좁은 방에 틀어박혀서 했던 연습해야 했던 나날들, 기계 만지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시이짱을 특별회원으로 영입한 후 가졌던 합숙훈련, 동네 가게 행사에서 했던 첫 연주회, 그리고 그들 밴드 활동의 절정이었던 축제에서의 공연까지, 그들은 음악과 함께하기에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 이 소설이 씌어지고 상을 받은 직후에 록킹 호스맨이 20년 만에 부활해서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한다. 세월이 흐른 후 예전에 몰두했던 것을 그리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시 찾는다는 것, 쉽지 않을텐데 대단하다. 그래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1966년부터 1968년까지가 이들의 고등학교 시절인데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얘기라 '그렇겠구나.' 짐작하며 읽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시대적 배경에 지방 소도시의 얘기여설까, 무라카미 류의 '69'가 생각나는 건 어쩌면 필연적이었으리라. 각 장의 제목으로 사용한 노래들에 대해서 잘 알고있다면 조금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글을 쓰면서 찾을 수 있는 곡은 찾아서 들어봤는데 의외로 귀에 익은 곡이 많아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래서 Oldies but Goodies인걸지도.^^

개인적으로는 각 장의 제목을 아주 맛깔나게 번역한 역자의 힘도 소설을 읽는데 큰 몫을 했지 싶다. 본문의 번역은 그저 그랬지만 제목만은 정말 끄덕끄덕 하면서 감탄했기 때문.

쉽게 읽힌다는 것 이외에 그리 큰 장점은 없는 것 같다. 중간중간 미소지을 수야 있었지만 딱히 가슴에 와닿는 뭔가를 찾을 수 없었다. 중학생 권장도서에 들어가있는데, 흠, 글쎄, 요즘의 중학생들이 자신들의 시대도 사상도 음악조차도 자신들과 완전 딴판인 이런 책을 과연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http://nicky82.tistory.com2007-10-06T07:33:430.3410
2007. 10. 3. 22:48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이사카 고타로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8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은행나무

'사신 치바', '중력 삐에로'에 이은 내가 접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세 번째 작품이다. 난 이 작가 안지 얼마 안됐는데 도서관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많아서 살짝 당황하며 알라딘에서 본 기억이 있는 낯익은 제목을 선택.


진짜 재밌다는 얘기를 들었던 사신 치바가 참 별로였기에 후에 중력 삐에로와 사신 치바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참 놀랐었다. 중력 삐에로에서의 쿨한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기에 일단 선택. 다행스럽게도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다.


네 명의 은행강도가 책의 주인공이다. 보통 한 명의 서술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진행을 담당하는데 이 책은 단편소설도, 옴니버스도 아니면서 소제목마다 화자가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나루세 Ⅴ이런 식으로 제목이 나오고 그 옆에 감성사전 마냥 단어의 정의를 사전인 척 재정의한 것들이 참신해서 배를 잡고 웃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반성[反省] ①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봄.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고찰하고 일정한 평가를 내리는 일. ② 자기가 앞으로도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것임을 재확인하는 행위.
p. 111

전말[顚末] ①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상황. ② 범인의 고백에 의한 지루한 설명.
p. 276

질문[質問] ① 의문 또는 이유를 묻는 일. ② 설명하는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행위.
p. 361

뭐, 이런 정도?
재미없다고 돌 들지 말기. 난 정말 이런 식의 피식 웃게 만드는 유머가 좋으니까.

시청에서 근무하는 자폐증에 걸린 아들이 있는 살아있는 거짓말 탐지기 '나루세'와 입만 열면 일장연설에 그 내용의 진위가 늘 의심스러운 '교노'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리고 체내에 초단위로 시간을 계산하는 시계가 있어서 특이한 능력을 가진데다 못훔치는 차가 없는 '유키코'와 인간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소매치기에 재능있는 '구온'. 이 네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명랑한 갱들이다.

이네들은 오래전 영화관에서 있었던 폭탄 사건으로 안면을 트고 얼마 후에는 가까운 장소에서 은행강도에게 포로로 잡히는 진귀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특이한 인연을 가진다. 그 후 그네들은 "첫째, 경보장치를 차단한다. 둘째, 돈을 챙긴다. 셋째, 도망친다."의 간단한 3단계를 기본으로 간간히 은행을 턴다. 예전에 그네를 붙잡고 있다가 결국 사살당한 멍청한 은행강도들보다 자신들이 훨씬 잘해날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명랑한 갱들은 이번에도 역시나 4천만엔이라는 금액을 빼앗는데 성공하지만 웬걸, 그들이 도주하는 도중에 갑자기 '현금수송차 잭'이라는 일당들이 나타나서 그들의 돈을 다시 또 빼앗아간다. 은행강도가 강도를 당하다니 이것 참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긴 것이다.

허탈해하는 그들, 그러나 소매치기의 귀재 구온이 그들의 돈을 훔쳐간 일당 중 한 명의 지갑을 슬쩍했고 그들은 다시 뭉쳐서 현금수송차 강도 일당을 추척하기 시작한다. 여기부터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렸다고도 볼 수 있겠지. 그래도 뭐 복선을 너무 많이 뿌려대서 충분히 예상가능하니 정통 추리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니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추측하면서 볼 수 있는 소설 정도가 맞지 싶다.

어찌됐든 그들은 각종 인맥을 이용하여 악당들을 추적하고 끝내 허를 찌르는 작전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앞쪽에 언급했었던 "쓸 데 없는 물건"이 제대로 활용된다. 추리소설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다음 전개가 다 보이던걸.^^;


처음부터 결말까지 유쾌하게웃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가짜들 가운데 진짜가 하나만 섞여도 사람들은 전부 진짜라고 여긴다.', ''적을 감싸는 자도 적이다'라는 억지논리를 큰 나라 대통령이 당당히 공표하는 걸로 봐서 중학생 정도야 그런 생각 쯤 하고 남을 일이다.' 등의 교노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작가의 사상이 참 맘에 드는 책이었다.
이 명랑한 갱들의 후속작이 출판됐다는데 언제 한 번 날 잡에서 서점에 놀러가서 구경이나 해봐야겠다.

글이 꽤 길어졌는데 목차가 재미있으므로 목차를 첨부하며 이 책의 소개를 마친다.


    

제1장 악당들은 사전 조사 후 은행을 습격한다
'개가 꼭 도둑만 보고 짖는 건 아니다.'

제2장 악당들은 반성을 하고, 시체를 발견한다
'세금과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제3장 악당들은 영화관 이야기를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매를 아끼면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진다.'

제4장 악당들은 작전을 짜고, 허를 찔린다
'바보는 여행을 보내도 바보인 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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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icky82.tistory.com2007-10-03T13:45:210.3810
2007. 10. 1. 14:46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달콤한 나의 도시 - 6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들어버린 작품이다. 하긴, 태반의 베스트셀러들이 잘팔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던 거 보면 나는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혹은 취향이 뚜렷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몇 년 전의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이후 낸 장편 소설인데, 글쎄, 딱히 그녀의 글솜씨나 사상이 전작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보인다. 그 중의 유리의 성과 트렁크를 잘 버무려서 장편소설로 만든 느낌이랄까.


그녀의 소설은 무겁지 않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얘기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음직한 그런 여자들의 얘기를 하고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웬걸, 내게는 그녀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순정만화나 로맨스 소설, 혹은 트렌디 드라마에서 빠져나온듯한 인물들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 보다야 조금 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조금 더 현실적이고 조금 더 쿨하다. 그렇다해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어쩐지 남자주인공과의 해피엔딩 장면이 빠진 로맨스 소설을 읽은 기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30대 초반의 나이에 남편, 아이, 직장이 없다면 정말 패배자의 무리에 속하게 되는 걸까? 아직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기엔 나는 이미 이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대목이 계속 눈에 밟힌다. 한 사람이 가진 객관적인 것들이 그가 사회적으로 판단되는 잣대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씁쓰레한 것 만은 어쩔 수 없다.
 


황석영씨가 얼마 전의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다던 "요즘의 젊은 작가들은 깊이가 없다."고 한 말이 문득 떠오르는 건 역시 이 작품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겠지. 편하게 한 번 읽고 덮어버리는 일본 현대소설 처럼 말이지.


내 곁에 다가왔다 떠난 이들이 나에게서 무엇을 읽고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단 한 가지. 그들이 기억하고 있을 그 어떤 나의 얼굴도 오롯한 오은수는 아니라는 것. 완전한 오은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여기, 맵고 달콤하고 뜨겁고 말캉한 떡을 묵묵히 씹어 삼키고 있는 나의 심장은 1초에 한 번씩 진지하게 뛰고 있다.
p. 440


 
http://nicky82.tistory.com2007-10-01T05:46:20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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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6. 15:52

팔란티어 - 김민영

팔란티어 1 - 8점
김민영 지음/황금가지

간만에
밤새 읽어버린 소설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처음 책을 봤을 때 두께에 한 번 겁먹은데다 초반에 진도가 안나가서 애먹었는데 탄력이 붙고 나니,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다는 프링글스 뚜껑을 열어젖힌 양 마지막 페이지가 나올 때 까지 손을 떼지 못했으니 팔란티어 스토리의 매력에 대해서는 두 말 하면 입이 아프리라.


1999년에 한 번 나왔던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당시에 이 책을 봤다면 프로이트를 비롯한 심리학에 대한 내 인식이 달라졌을게다. 혹은 심리학과로 대학 진학을 결심하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심리학에 대한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책이 처음 출판됐을 때의 2011년은 먼 미래였겠지만 이 책을 읽은 시점에서의 2011년은 그리 멀지 않은 고작 몇 년 후의 미래다. 2011년이 되었을 때 정말 우리나라가 소설에서의 모습을 보이진 않을게다. 그래서 약간은 비현실적인 면이 보였지만 그런 건 정말 옥의 티도 안 될 정도의 수작으로 생각된다.


첨단 기기를 이용한 현실감 넘치는 게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대낮의 국회의원 살인사건.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던 두 가지가 알고 보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프로그래머면서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게임의 유저,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게임 회사의 뒤를 쫓는 프로그래머의 친구 형사. 그들을 둘러싼 현실의 얘기가 진행되면서 숨가쁘게 얘기가 진행된다.

이와는 별개로 프로그래머 원철이 게임에 접속해서 레벨을 키워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게 진행된다. 게임 초반에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던 게임 캐릭터가 언제부턴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 알고 보니 게임 속의 자신은 평소 이성에 의해 통제되던 무의식이 활동하는 거라고 한다. 그 무의식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과 현실이 거의 일치되고, 비밀이 파헤쳐진 후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나름의 반전도 숨어있고 숨가쁘기 그지 없다. 다만 내가 언급해버리면 스포가 되어 버릴 어떤 인물의 정체나 마지막 장면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하다는 거.


알라딘 서평에서 다른 분들이 지적하셨다시피 '스릴러'라고 부르기에는 뭔가가 좀 모자란 느낌이다. 범죄의 범인과 숨겨진 비밀을 추리하는 과정을 본다면 추리소설의 기본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판타지 세계의 비중이 너무 커서 자주 맥을 끊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팔란티어의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판타지 세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얘기도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판타지의 세계관이나 용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거라는 거. 나야 뭐 익숙한 얘기들이니 재밌게 볼 수 있었지만 판타지 소설을 전혀 보지 않은 친구에게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고 설명을 하다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 순수 문학이 아니라 통속 문학이니만치 문학적 가치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시간을 만끽할 수 있으니 엔터테인먼트의 한 장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팔란티어 2 - 8점
김민영 지음/황금가지
 
팔란티어 3 - 8점
김민영 지음/황금가지
2007. 9. 12. 08:35

아름다운 아이 - 이시다 이라

아름다운 아이아름다운 아이 - 6점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3년 전쯤엔가 파란색 표지에 흰색으로 [4teen]이라는 제목이 씌여졌던 이시라 이라의 작품을 나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아무 망설임없이 작가 이름만을 보고 이 [아름다운 아이]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 그냥 소설이구나.' 정도? 도서관에서 빌려봤기 망정이지 서점에서 구입했다면 돈이 아까워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묘하게도 같은 날 빌렸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와 매우 흡사한 소재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살인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두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은 완전 다르다. 중견 소설가와 신인 소설가니, 필력이나 전개방식을 비교하는 건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비교하는 격이려나?

어찌됐든, 지루한 초반을 넘어서서 중반부터는 이야기에 탄력을 받아서 끝까지 읽어낼 수야 있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그 찝찝함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주인공 미키오는 유메미산 중학교 2학년이다. 유독 교육열이 높은 이 도시, 그리고 이 학교에서 그는 뛰어난 성적보다는 식물 쪽에 재능이 있는 특기생의 위치를 가진다. 친구들과 뛰노는 것도 재밌지만 숲에서 식물들을 관찰하며 관찰일지를 쓰는 것 또한 그의 즐거움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동생이 두 명 있다. 피부가 좋지 않아서 별명이 감자인 자신과는 다르게 어머니를 닮아 출중한 외모를 가진 남동생과 여동생. 어릴 때는 어머니의 성화에 동생들이 모델로 활동했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여동생만 아동모델을 계속하고 있고 남동생은 음침한 성격으로 변해버리고 집에서도 혼자 겉도는 성격이 된다.

가끔 개념없이 자신과 친구를 괴롭히는 유치한 동급생이 있지만 그래도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감자. 조용한 그의 동네에서 초등학생 여아 실종사건이 벌어진다. 갑자기 도시는 발칵 뒤집히고 경찰들도 기자들도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끝내 그 아이는 '밤의 왕자(the prince of the night)'라는 낙서와 함께 시체로 발견된다. 그 아이가 여동생과 동급생이었고 또 친하기까지 했었다기에 더더운 안타까움을 느끼는 감자,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초등학생 살인범이 자신의 남동생인 것이다.


단 하루만에 그의 일상은 뒤바뀌게 된다. 매스컴이 가족을 괴롭히고 여동생과 둘이 부모를 떠나 다른 사람의 집에 지내게 되고 학교에서도 보이지 않는 시선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 감자는 동생이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고 동생의 정체가 정말 밤의 왕자였는지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감자는 그 아이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동생이 왜 그런 짓을 하게 되었는가를 추적하려 한다. 그런 감자의 곁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들이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나름 충격적인 결말.


과연 살인이 이렇게 허술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작품이었다. 뭐, 정통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청소년의 심리 묘사와 내적 성장에 중점을 둔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데 비해서는 그닥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이젠 슬슬 일본소설에 질려가고 있기 때문일까?

차라리 와닿았던 부분은 이지메를 하는 감자네 학교의 아이들. 처음에는 감자의 등교에도 동요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그 사건이 없었던 것 처럼 위장하고 있던 아이들이 시험이 다가옴에 따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감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물론 드라마 '라이프'의 경우 처럼 표나게 괴롭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넌 살인자의 가족이야."하는 편지를 신발장에 넣어둔다던가 실내화에 압정을 넣어둔다던가 하는 어쩌면 이지메의 정석을 따라가는 거 보면 공부 잘하는 애들의 상상력이란 뻔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면서 뒤에서는 감자를 괴롭히는 그네들의 모습에서 소위 '이중적'이라고 하는 일본인 특유의 음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패러디 소설 '밤의 왕자'. 미키오는 그 소설을 읽고 매우 슬프다고 느끼지만 글쎄, 이렇게 우울한 글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므로 그냥 그랬다.
전문까지는 못구하겠고 일부분은 여기를 눌러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4teen 한 권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시다 이라, 아름다운 아이 한 권으로 내 마음에서 멀어져버렸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the zombies의 중학생 버전같았던 그네들의 모습은, 흠, 뭐 지금 생각해보니 미키오의 수사를 도와주는 친구들의 재기발랄함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이 바라는 정도를 걷는 모범생이 아닌 주인공 감자보다도 친구들이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니까 말이다.


혹 이 책을 보실 분이라면 당부할 것 한 가지, 절대 역자후기부터 보지 말라는 것. 역자후기, 혹은 작가후기부터 먼저 보는 취미가 있는 나는 후기에서 모든 줄거리를 다 까발리는 바람에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정도로 밖에 책을 즐기지 못했으니까.
http://nicky82.tistory.com2007-09-11T23:35:01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