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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2 카스테라
- 2007.03.20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 2007.03.17 일요일들
- 2007.03.12 화차
- 2006.02.22 퍼레이드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너무나 좋았기에, 크게 기대하고 봤다가 낭패감을 느낀 박민규의 단편집. 그의 다른 작품에서 그러하듯...이라고 쓰려했는데 생각해보니 삼미 슈퍼스타즈 말고는 그의 작품을 본 기억이 없구나;; 삼미에서 그러했듯이 카스테라 전편에서도 그는 천민 자본주의에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로 본다, 어느 종교에서 얘기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과 통한다면 통하는 걸까? 어디에서 읽었는지 생각 안나는데, 1990년대의 김영하가 맡던 역할을 2000년대에 와서는 박민규가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순수 문학보다는 대중 문학에 가깝고 현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비틀어 보는 거 보면 이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김영하가 비속어나 은어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데 비해 박민규는 그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기발하다. 김영하가 현실적이라면 박민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용해 블랙 코미디, 혹은 동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난 박민규보다는 김영하를 더 좋아하니 뭐; 이 책에서는 [카스테라],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코리언 스텐더즈], [대왕오징어의 기습],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 의 단편이 살아숨쉰다. 한 번에 다 읽기엔 음미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하루에, 혹은 한 번에 단편 하나씩 끊어읽었었는데 덕분에 몇 달이 지나고 난 지금은 두루뭉실한 이미지만 남아있어서 씁쓸하다. 10편의 단편 중 서너개는 정말 쉴 새 없이 킥킥대면서 배아프게 웃으면서 봤었고 몇 개는 "아,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심정으로 전투적으로(군인이냐;;) 봤었기에 "마음에 안들어"와 "재밌었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달까? 한 번 읽고, "아, 이 책 누구 줘야겠다, 의외로 경택이 취향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었고, 결국 이 책 내 손을 떠나고야 말았다. 삐대함을 사랑하는 경택군이 아닌 황진이 양에게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 두 권을 선물했는데 다행히 진이가 둘 다 좋아라해줘서 다행이었달까; 시작할 때 배경은 분명히 현대 대한민국인 것 같은데 쉴 틈을 주지 않고 이(異)세계로 빠져대는 박민규의 카스테라, "정말?" 하는 의심이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하는 동감으로 바뀌니 알 수 없다, 정말. 개인적으로 추천 작품은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갑을고시원 체류기]. 야쿠르트 아줌마는 특히 변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배를 잡고 구를거라는 데 소심하게 5백원 걸어본다-.-; 덧) 황진이양이 [동정없는 세상]의 박현욱과 [세계영웅전설]의 박민규를 동일인물로 알고있어서 당황;; '아니야, 둘이 다른 사람이야, [아내가 결혼했다]는, 어라, 누구더라;;'이러면서 '박'과 '욱'만 입에 맴돌아서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내뱉을 뻔 했었다지, 하지만 내 집요함으로 '박현욱'을 기억해냈지만 정작 황진이양은 어차피 둘을 동일인물로 알고있었으니 심드렁했을 뿐orz 찐, 아내가 결혼했다는 박현욱이 맞아;;; 나 그 사람 데뷔작 재밌게 봤다고 ㅋㅋ;; |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작가정신 |
별 생각 없이 집어들었던 책. 아마, 번역가가 권남희씨여서 집어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얇기도 했었고-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표제작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와 그 후속편 격인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라는 단편이 있으니 두 편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까?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는 짝사랑을 하는, 혹은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맞아, 맞아"라고 공감할 얘기들로 가득하다. 고등학교 때 한 눈에 반해서 12년 째 선배에게 들이대는 주인공, 하지만 그 남자 알 수 없기만 하다-_-;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포기하고 다른 남자를 사귀면 찝적대오고, 애정을 보이면 부담스러워하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찾아대고. 읽는 내가 "아, 어쩌라고, 이런 미적지근한 관계!!"라고 버럭 짜증을 내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여전히 좋아하기만 하더라만; 이도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관계를 못견뎌하는 나로써는 맘이 있어보이는데도 튕겨대는 오다기리가 한 없이 미울 수 밖에, 게다가 질질 끌려다니는 여주인공 역시도 절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음, 동족 혐오인가-┏ 이에 비해,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에서는 튕기는 남자 오다기리와 그를 쫓아다니는 그녀의 시점이 교차된다. 이 남자,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다. 천하무적 안하무인에 마이 페이스랄까-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도 적당히 하라구요, 쯔쯧. 여튼, 스쳐지나가는 단 한 줄의 독백에서 오다기리 역시도 그녀를 "특별취급" 하는 건 알 수 있지만 둘의 관계는 여전히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가족보다는 가깝지만 연인이나 친구로 정의하기엔 모호한 그런 관계. 나중에 각자 결혼을 하더라도 유지될 것 같은 둘의 관계(여주는 아예 자기가 오다기리 선배랑 결혼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는다-.-;).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사랑 얘기를 해대는 파울로 코엘료나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 얘기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기대에는 못미쳐서 어쩐지 아쉽다. 이에 비해서, [알리오 올리오]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조카인 형의 딸과 천체 박물관에 가게 된 후 그녀와의 관계를 맺게 된다(절대 육체관계는 아니다-_-;;). 실시간과 디지털, 빠름을 추구하는 조카와 아날로그와 실존을 추구하는, 세속적인 기준에서의 성공과는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삼촌. 핏줄이기는 하지만 가깝지는 않은 그들의 사이에 메일이 아닌 "편지"가 오고가면서 생기는 변화는 순수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 역시도 요즘에 "아날로그"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더욱 둘의 관계가 부러웠다. 번역후기까지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아하, 이 책도 일본 "서점대상" 출신작이었구나. 그러나 이제까지의 서점 대상이 내 맘에 쏙 들었던 것에 비해서(밤의 피크닉, 공중 그네, 박사가 사랑한 수식, 더 있던가;;) 이 작품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는 게 아쉽다. 다 같은 사람과 사람의 얘기지만 남녀간의 애정에 비중을 둬서 그런 거였을까-? 마지막 짤막한 단편인 [알리오 올리오]는 미소지으면서 덮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이거 영화로 만들면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것이 꽤나 재밌겠다>_<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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