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07.03.22 카스테라
  2. 2007.03.20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3. 2007.03.17 일요일들
  4. 2007.03.12 화차
  5. 2006.02.22 퍼레이드
2007. 3. 22. 09:19

카스테라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너무나 좋았기에, 크게 기대하고 봤다가 낭패감을 느낀 박민규의 단편집.


그의 다른 작품에서 그러하듯...이라고 쓰려했는데 생각해보니 삼미 슈퍼스타즈 말고는 그의 작품을 본 기억이 없구나;;
삼미에서 그러했듯이 카스테라 전편에서도 그는 천민 자본주의에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로 본다, 어느 종교에서 얘기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과 통한다면 통하는 걸까?


어디에서 읽었는지 생각 안나는데, 1990년대의 김영하가 맡던 역할을 2000년대에 와서는 박민규가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순수 문학보다는 대중 문학에 가깝고 현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비틀어 보는 거 보면 이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김영하가 비속어나 은어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데 비해 박민규는 그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기발하다. 김영하가 현실적이라면 박민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용해 블랙 코미디, 혹은 동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난 박민규보다는 김영하를 더 좋아하니 뭐;


이 책에서는 [카스테라],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코리언 스텐더즈], [대왕오징어의 기습],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 의 단편이 살아숨쉰다.
한 번에 다 읽기엔 음미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하루에, 혹은 한 번에 단편 하나씩 끊어읽었었는데 덕분에 몇 달이 지나고 난 지금은 두루뭉실한 이미지만 남아있어서 씁쓸하다.
10편의 단편 중 서너개는 정말 쉴 새 없이 킥킥대면서 배아프게 웃으면서 봤었고 몇 개는 "아,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심정으로 전투적으로(군인이냐;;) 봤었기에 "마음에 안들어"와 "재밌었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달까?

한 번 읽고, "아, 이 책 누구 줘야겠다, 의외로 경택이 취향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었고, 결국 이 책 내 손을 떠나고야 말았다. 삐대함을 사랑하는 경택군이 아닌 황진이 양에게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 두 권을 선물했는데 다행히 진이가 둘 다 좋아라해줘서 다행이었달까;



시작할 때 배경은 분명히 현대 대한민국인 것 같은데 쉴 틈을 주지 않고 이(異)세계로 빠져대는 박민규의 카스테라,
"정말?" 하는 의심이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하는 동감으로 바뀌니 알 수 없다, 정말.


개인적으로 추천 작품은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갑을고시원 체류기].
야쿠르트 아줌마는 특히 변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배를 잡고 구를거라는 데 소심하게 5백원 걸어본다-.-;



덧)

황진이양이 [동정없는 세상]의 박현욱과 [세계영웅전설]의 박민규를 동일인물로 알고있어서 당황;;
'아니야, 둘이 다른 사람이야, [아내가 결혼했다]는, 어라, 누구더라;;'이러면서 '박'과 '욱'만 입에 맴돌아서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내뱉을 뻔 했었다지, 하지만 내 집요함으로 '박현욱'을 기억해냈지만 정작 황진이양은 어차피 둘을 동일인물로 알고있었으니 심드렁했을 뿐orz

찐, 아내가 결혼했다는 박현욱이 맞아;;; 나 그 사람 데뷔작 재밌게 봤다고 ㅋㅋ;;
2007. 3. 20. 13:39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작가정신

별 생각 없이 집어들었던 책.
아마, 번역가가 권남희씨여서 집어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얇기도 했었고-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표제작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와 그 후속편 격인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라는 단편이 있으니 두 편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까?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는 짝사랑을 하는, 혹은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맞아, 맞아"라고 공감할 얘기들로 가득하다. 고등학교 때 한 눈에 반해서 12년 째 선배에게 들이대는 주인공, 하지만 그 남자 알 수 없기만 하다-_-;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포기하고 다른 남자를 사귀면 찝적대오고, 애정을 보이면 부담스러워하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찾아대고.
읽는 내가 "아, 어쩌라고, 이런 미적지근한 관계!!"라고 버럭 짜증을 내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여전히 좋아하기만 하더라만;


이도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관계를 못견뎌하는 나로써는 맘이 있어보이는데도 튕겨대는 오다기리가 한 없이 미울 수 밖에, 게다가 질질 끌려다니는 여주인공 역시도 절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음, 동족 혐오인가-┏


이에 비해,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에서는 튕기는 남자 오다기리와 그를 쫓아다니는 그녀의 시점이 교차된다. 이 남자,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다. 천하무적 안하무인에 마이 페이스랄까-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도 적당히 하라구요, 쯔쯧.
 

여튼, 스쳐지나가는 단 한 줄의 독백에서 오다기리 역시도 그녀를 "특별취급" 하는 건 알 수 있지만 둘의 관계는 여전히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가족보다는 가깝지만 연인이나 친구로 정의하기엔 모호한 그런 관계.
나중에 각자 결혼을 하더라도 유지될 것 같은 둘의 관계(여주는 아예 자기가 오다기리 선배랑 결혼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는다-.-;).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사랑 얘기를 해대는 파울로 코엘료나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 얘기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기대에는 못미쳐서 어쩐지 아쉽다.


이에 비해서, [알리오 올리오]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조카인 형의 딸과 천체 박물관에 가게 된 후 그녀와의 관계를 맺게 된다(절대 육체관계는 아니다-_-;;).
실시간과 디지털, 빠름을 추구하는 조카와 아날로그와 실존을 추구하는, 세속적인 기준에서의 성공과는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삼촌. 핏줄이기는 하지만 가깝지는 않은 그들의 사이에 메일이 아닌 "편지"가 오고가면서 생기는 변화는 순수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 역시도 요즘에 "아날로그"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더욱 둘의 관계가 부러웠다.


번역후기까지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아하, 이 책도 일본 "서점대상" 출신작이었구나.
그러나 이제까지의 서점 대상이 내 맘에 쏙 들었던 것에 비해서(밤의 피크닉, 공중 그네, 박사가 사랑한 수식, 더 있던가;;) 이 작품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는 게 아쉽다.
다 같은 사람과 사람의 얘기지만 남녀간의 애정에 비중을 둬서 그런 거였을까-?
마지막 짤막한 단편인 [알리오 올리오]는 미소지으면서 덮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이거 영화로 만들면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것이 꽤나 재밌겠다>_<b)
2007. 3. 17. 05:32

일요일들

일요일들 본문보기 2007/03/17 05:32
지은이 요시다 슈이치 | 오유리 옮김
출판사 북스토리
별점

아아, 요시다 슈이치는 역시 재미있다.


번역자의 말마따나, 그의 소설은 서술자의 의식을 따라 진행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일요일들' 역시도 마찬가진데, 주인공의 의식에 따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퍼레이드'에서 그러했듯이, '일요일들'도 직소퍼즐인 양 단편이 여럿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각각의 단편들을 연결시켜주는 요소는 딱 하나 뿐이다. 바로 단편의 주인공들이 우연찮게 떠올리는 과거에 등장하는, 가출한 엄마를 찾아서 도쿄로 온 형제들.


주인공들은 과거에 그 꼬마들과의 스쳐지나가듯 일시적인 관계를 맺게 되지만, 그렇다고해서 주인공들이 서로 관련있는 건 아니다. 연작소설 같은 느낌이라면, 음, 내가 연작소설의 개념을 잘못이해하고 있는 셈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5편의 단편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하나하나 언급해버리면 초딩 때 쓰던 독후감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패스.


개인적으로 '일요일의 운세'의 주인공인 '다바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줏대 없이 주변인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보니 현재의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게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랄까, 하하핫;;

음, 줏대 없는 건 자랑이 아닌데 말이다


"아,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음, 그런데 어째선지 꽤 재밌게 읽으면서도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늘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만 한다;;

책을 안사는 편도 아닌데 왜 그럴까나;;;




"잊으려고 하는 건 말이야, 참 어려운 일이지, 난 그렇게 본다."


"네?"


"아니, 그러니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잊히지가 않아. 인간이란 건 말이야, 잊으면 안되는 걸, 이런 식으로 맘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보다."


"이런 식으로라니요?"


"아니, 그러니까, 잊어야지, 잊어야지 노상 애를 쓰면서......"


'일요일의 남자들' 中

 

2007. 3. 12. 06:05

화차

화차- (火車) 2007/03/12 06:05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 박영난 옮김
출판사 시아출판사
별점

개정판이 나왔다지만, 내가 본 건 옛날판-


"모방범" 이후로 팬이 되어버린, 미야베 미유키의 출세작 중 하나이다(...모방범 2권 중반까지 밖에 못봤으니 다 봤다고 하긴 그렇지만;;)


작년에 지른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대답은 필요없어"에 실린 '배신하지마'라는 작품이 화차의 원형이라한다

'배신하지마'를 먼저 읽은 나는 화차를 읽어가는 내내 그 이미지를 떨칠 수 없었으니,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할 수도 있겠지



별점에서 알 수 있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꽤나 재미있었다

그 전주에 본다고 끙끙댔던 그녀의 또 다른 출세작 '이유'에 비한다면 책장도 훨씬 수월히 넘어가고,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쳐가는 전형적인 탐정물의 골격을 가지고 있었으니 더 익숙하기도 했고

차마 양심상 소설에 온전히 불타오르지는 못하고 문제집 펴놓고 한 바닥 풀고 한 챕터 읽고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아내를 잃은, 범인을 쫓다 다리에 총을 맞고 휴직중인 형사다(형사라는 신분 덕에 사건 해결이 수월했지 싶다)

재활치료를 다니는 그에게 어느 날 아내의 육촌동생이 찾아와 자신의 약혼녀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그녀를 좀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생전의 아내와 유독 각별했던 사이임을 기억하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그는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나선다. 


그.런.데.

친척이 얘기하는 쇼코가 쇼코가 아니다?!


단순한 한 여인의 실종으로 여겼던 사건이 파헤쳐지고보니 "신용불량"과 "사채", 그리고 "살인"까지 얽혀있는 무시무시한 사건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1993년 작품이라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젊은 신용 불량자" 얘기를 다루고 있어서 크게 옛날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얘기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소심하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ㅎㅎ;


"이유"에 비해서는 스케일이 작지만, 그래도 미미여사의 포쓰는 대단하다!!

2006. 2. 22. 01:08

퍼레이드

퍼레이드 2006/02/22 01:08
지은이 요시다 슈이치 | 권남희 옮김
별점

2003년 언젠가, 서점에서 "퍼레이드"라는 제목에 끌려서 몇 번이나 잡았었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읽게 됐던 기억이 난다


표지가 그 때 내가 읽은 책이랑 다른 걸 보니, 신판이 나온 거 같은데 그래봤자 내용이 바뀔리 없으므로 그냥 이 책에다 써도 상관은 없겠지;



모두들 얘기하지만, 굉장히 구성이 특이한 소설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한 명의 화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이 소설은 그 룰을 철저히 깨고 있다

한 집에서 동거하고 있는 다섯 명의 청춘들이 돌아가면서 화자를 떠맡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어찌보면 텔레비전의 시트콤이나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각각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크게 하나로 묶어서 봐도 재미있는 그런 책이다


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바꾸어말하면, 내가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라도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마치 한 편의 직소퍼즐 같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