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클럽'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7.07.30 지옥에서 온 심판자 - 조지 펠레카노스
  2. 2007.06.29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조지 펠레카노스 1
  3. 2007.06.16 오우, 나이스+_+ 3
  4. 2007.05.27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8
2007. 7. 30. 16:30

지옥에서 온 심판자 - 조지 펠레카노스

지옥에서 온 심판자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지난 번에 소개했었던 흑인 탐정 데릭 스트레인지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제목은 지옥에서 온 심판자, 원제는 Hell to pay, 뭐, 1권의 번역에 비하면 훨씬 산뜻해보인다.


전편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가 데릭과 테리의 만남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면, 이번 편에서의 둘의 관계는 서로를 신뢰하는 파트너 정도가 되겠다.

경찰 내부의 비리와 마약에 얽힌 사람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얘기했었던 전편에 비해 이번 편에서는 매춘과 인신매매, 그리고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는 십대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책 소개에서는  폭력단 보스의 아들의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가 주主인 것 처럼 얘기하지만,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그 쪽은 큰 비중이 없었으니, 오히려 그런 얘길 기대했다면 낚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사회의, 그것도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로 손꼽히는 미국의 어두운 부분을 여과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는 시리즈물인 것이다.


다시 만난 데릭은 여전하다. 서부물과 옛날 음악을 즐기고, 죄책감 없이 혹은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바람을 피우고, 책임감 갖기를 거부하며 으례 이런 형사물의 주인공이 가지는 정의감은 쉬이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소설 끝까지 데릭이 이런 인물이라면 결국 평면적 인물로 굳어져버려서 소설의 재미도,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반감할게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만 살짝 흘리리라.


이번 편에서 테리와 데릭은 거의 따로 활약한다. 테리는 초반부터 거의 끝까지 한 가출소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고 데릭은 으례 있어오던 뒷조사 같은 의뢰를 해결하는 틈틈이 그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미식축구를 가르친다.


가출소녀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며 타인을 속여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도덕성이 결여된 소녀가 나오는데, 후반부 그녀에게도 알고보편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그 소녀는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반성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과연 집으로 돌아간 그녀가 도덕 교과서에서 말하는 그런 바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는 한 번 길을 벗어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원래의 길을 가려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출소녀 이야기와 함께 지옥에서 온 살인자의 주축을 이루는 얘기가 책소개에 나오는 폭력단 두목 아들의 살해사건이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자신의 돈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요샛말로 하자면 "개념없는" 없는 아이들이 큰 일을 저지르게 되는데 과연 이네들이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자라게 된 것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그네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허술한 총기 관리와 인간으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 조차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사회의 몫이 아닐까? 지난 버지니아 텍 사건이나 콜럼바인 사건 또한 허술한 총기관리로 인한 인재였음을 생각한다면 틀린 얘기만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가출소녀 구출과정이나 아이들과의 미식축구 이야기, 그리고 범인들의 탈주와 그네가 다시 잡혀가는 이야기는 소설에서 재밌게 술술 읽히는 부분이니 직접 읽어보시길.


내내 숨기고 싶은 얘기들은 가감없이 담담하게, 혹은 흥분해서 보여주는 작가는 그래도 아직은 인간을 사랑하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소설 끝으로 갈 수록 변하는 데릭의 모습에서, 그리고 범인들을 잡아와서 똑같이 복수해주겠다고 이를 갈던 폭력단 두목이 결국 복수를 그만두고 법의 손에 그네를 맡기는 것 보면 말이다. 또한 데릭이 폭력단의 본거지에서 발견한 어린 소년의 눈동자에서 발견하는 희망과 친한 동료를 잃었지만 그래도 슬픔에서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디시의 꼬마들의 모습에서 어쩐지 밝은 미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다시 전편을 들먹거리는데, 이건 전편을 둔 후속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리라.^^; 어쨌든 전편에서 욕설과 비속어, 폭력에 충분히 익숙해졌기 때문이었을까, 이번편을 보면서는 그러려니 하면서 무덤덤하게 책장을 넘기는 내 모습에 약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처음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익숙해진다면 세상에 그리 견디기 힘들거나 싫은 일은 많지 않을 게다.
2007. 6. 29. 06:22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조지 펠레카노스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하드보일드의 정확한 정의가 뭘까?
예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읽으며 '하드보일드'의 의미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봤었는데 '무미건조한' 정도의 개념이어서 전혀 납득을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방금도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하드보일드hard boiled [명사] 문학이나 영화 따위의 창작에서, 감상(感傷)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인 태도나 문체로 사실을 묘사하는 수법. (다음 검색)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하, 감정보다는 객관적으로 묘사하니, 결과적으로 무미건조와도 맞아떨어지게 되는구나. 누아르(noir, 느와르가 표준어가 아니라니!)와도 일맥상통하게 되려나?


왜 하드보일드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냐면, 이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이하 살인자)'의 소개에 하드보일드 소설의 수작이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이 살인자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내고 있는 '밀리언셀러 클럽'의 올해 3월 출간작이다. 대부분의 시리즈물은 첫이미지가 중요하기 마련, 제일 처름 손을 댔던 '밀리언셀러 클럽'의 '13계단'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에 망설임 없이 살인자와 후속작 '지옥에서 온 심판자' 두 권을 빼들었다. 그러고 나름 기대에 가득차서 두근대면서 읽어갔지만 웬걸, 그 동안 너무 일본소설, 혹은 우리나라 소설에 익숙해진 탓이었을까, 읽는데 꽤 시간이 꽤 걸리고 말았다. 손에 잡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끝낸 13계단과 사뭇 비교되는 결과다.^^;


워싱턴 디시, 밤에 순찰돌던 경찰이 발포한 총에 맞은 한 남자가 사망한다. 알고보니 그 또한 디시의 경찰. 둘 다 경찰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가해자는 백인, 그리고 피해자는 흑인이라는 것. 여러 정황을 참고하여 가해자는 '무죄'로 밝혀졌고 피해자는 알고보니 비리가 많은 경찰이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흑인이 그러면 그렇지.'라고 여기는 분위기고 사건은 종결되지만 피해자의 유족은 '이건 말도 안되는 모함'이라며 디시의 한 탐에게 진실을 파헤쳐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 탐정이 바로 이 시리즈의 주인공 '데릭 스트레인지'다.

전직 경찰이었던 데릭은 별 소득이 없을 걸 알면서 의뢰를 받아들이고 가해자인 경찰, '테리 퀸'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여러 정황을 따져보니 테리에게는 정말 큰 실책 따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사건에서 뭔가 찜찜한 냄새가 난다. 알고보니 여러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그 결과 디시 경찰은 거물급 마약상들을 잡아들이고 경찰 내부의 부패를 발견하며 이 건은 마무리된다.


개인의 심리묘사나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구르고 싸움박질하는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실제로, 원작자가 제작에 참여해서 영화 제작중이라고하니 조만간 영화 소식도 들을 수 있지 싶다.

하지만 내게 이 영화를 보겠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no'다. 워낙 어설픈 권성징악 & 백인과 미국 만세라는 공식의 헐리우드 액션물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원작을 보면서 몰입되거나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우선 이 책에는 깜짝 놀랄만치 많은 비속어가 등장한다. 처음에 볼 땐 "아니, 무슨 욕이 이렇게 많이 나와?"라고 깜짝깜짝 놀랐지만 어느 정도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납득하게 됐었고, 에필로그 후에 나오는 역자의 말에서도 역자가 스스로 '욕쟁이 번역가'라고 밝힐 정도다. 평소 딱히 고상하고 착하고 바른 것들을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난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듣기 좋은 것도 한두번이기 마련인데 난무하는 욕설이라니, 어이쿠.

또 살인자에는 굉장히 많은 음악이 나오고 그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하고 또 예찬하지만 이 중에서 내가 아는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 안됐다. 책이나 영화도 아는 얘기를 해야 공감도 하고 재미나는데 내가 모르는 얘기만 줄창 해대고 있으니 도저히 몰입할 수 없었던 원인 중의 하나.

마찬가지, 차 얘기도 줄기차게 하는데 내가 차에 대해서 아는 건 트럭과 승용차를 구별하는 것 정도. 잡다하게 차에 대해서 늘어놓는데 '어쩌라고'가 절로 나오던걸.

그리고 이야기의 70% 이상에 등장하는 테리와 데릭은 '서부극' 마니아. 서부극 하면 '보안관 장고' 정도 말고는 생각도 안나는데 마찬가지, 주구장창 '황야의 7인'이 어쩌고저쩌고, 서부극 얘기를 해서 건성으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외 각종 마약과 뒷골목 얘기 또한 무시못하게 나와주시니, 문화적, 정서적 차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 어찌됐든 정말 이 소설은 말도 못하게 적나라한 소설인게다.
그렇게 적나라하게 까발려대니 오히려 이게 하드보일드구나 하는 깨닳음이 올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리뷰를 쓰냐면, 미국 사회에 아직까지도 뿌리깊이 박혀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아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고, 나도 당연시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철퇴...까지의 충격은 아니라도 여튼 반성의 기회를 줬기 때문이리라.

데릭은 테리에게 '만약 크리스토퍼(피해자)가 백인이었어도 자네는 망설임 없이 총을 쐈겠는가?:라고 묻는다. 처음 테리는 'NO'라고 단언하지만 사건을 다 해결한 후, 그 당시의 자신과 다시 한 번 직면한 후 충격을 받게 된다. 뿌리깊이 각인되버린 '백=선, 흑=악'이라는 공식, 이는 자본주의, 그리고 제국주의의 폐단의 하나겠지. 어찌보면 백인들이 흑인과 같이 여기는, 아니 혹은 더 무시하는 유색인종인 내게도 흑인보다 백인을 더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고가 잠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의 80% 이상이 흑인이라는 점, 으례 주인공은 백인, 흑인은 보조자 내지는 범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편견을 철저히 깨부숴준다. 아마 백인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만 나오지^^;




으, 읽고나서 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만, 글이 너무 길어졌다.

차, 서부물, 범죄소설,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한다면 강추.
잔잔한 심리묘사, 치밀한 두뇌게임, 끝내주는 반전을 기대한다면 비추.



참, 번역한 아저씨에게 불만이 있다면, 내내 '주아나'로 나오는 아가씨의 이름이 사실은 '후아나'가 아니었을까 한다는 것. 라틴계 혼혈인 아가씨 이름인데, 라틴계 이름의 발음을 생각해보면 후아나가 더 맞지 않을까요??(Jose는 조세가 아니고 호세듯이!!)


이 작품의 원제는 'Right as Rain'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perfectly all right or in order, 완벽하게 잘 돌아가는 정도가 되려나? 원제와 번역본의 제목에서의 아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서 난감했다지^^;

쌩뚱맞은 얘기긴 하지만, 사람들은 정말 별 거 아닌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급기야 죽음까지 선사한다.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랍시고 연관된 혹은 무관한 타인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테러 같은 짓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뭐, 반대로 바꿔말하면 내겐 별 거 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 되는 거지만 그래도 인간으니 기본인 인륜을 거스르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판 제목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에 대해 곱씹다가 나온 결론, 지 나름대로 옳다고 결론 내려봤자 그건 말 그대로 '자기 나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


2007. 6. 16. 08:56

오우, 나이스+_+


13계단 뒷날개에서 본 황금가지 출판사의 [밀리언셀러 클럽 카페]에 대한 글.
귀차니즘으로 넘겼었는데 어제 도서관에서 또 [밀리언셀러]를 두 권 빌렸었고, 우수서평자에 책 공짜로 준다는 소리에 눈이 뒤집혀서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가입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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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시리즈 중에서 읽은 건 '13계단' 뿐이니 전에 써놨던 리뷰 오타랑 문맥 수정 좀 해서 '13계단' 카테고리에 업로드.

자고 일어나서 혹시나 리플이 달렸나 확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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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에 리플 하나, 내 글 내용과는 전혀 상관 없는 차기작이 기대된다는 리플orz
스샷 찍는 사이에 조회수 1 추가요;;


괜시리 민망한 마음에 다시 13계단 폴더를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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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불 킨 건 내 글-_-v...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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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없다!!
몇 시간 사이에 어디로 사라진거야;
방금 리플 확인까지 했는데@_@


당황해서 다시 네이버 카페 메인에서 내 글을 클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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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더 확인해보고 급방긋 ^ㅡ^
추천, 리플 이런 거랑 상관 없이 뽑히는 우수서평이라니;ㅅ;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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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시리 기쁘다 ㅎㅎㅎ

이번 달 북코아 서평 이벤트에서는 다 안뽑혀서 내심 맘상했었는데 네이버에서 날 구제해주셔서 다행일세!!


밀리언클럽 셀러 신작을 보내준다는데 완전 기대된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내 독후감도 아직 먹히는구나 싶어서 더 기쁜걸!!ㅠ_ㅠ

그리고 또 하나.
이 카페서 살펴보니 '기리오 나쓰오'라는 여류 추리작가의 책이 그리도 재미나다신다!!;ㅅ;
지금 땡기면 완전 곤란한데, 흑흑;;

더불어 또 하나.
모 커뮤니티에서 급친해지신 분의 정보.
유시진씨의 '온'이 완결됐다한다, 만쉐이;ㅂ;
경택님하, 아셨3?ㄷㄷ
2007. 5. 27. 19:55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황금가지

'우와-.'
방금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감탄사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섣불리 덤비다가 이도저도 아닌 쓰레기 감상문이 나올 것 같아서 손가락 놀리기가 무섭기까지 하달까.
그러면 안쓰면 그만이긴 하지만, 음, 지금의 이 느낌을 남겨놓고 싶기도 하고^^;


평소 나는 청개구리같은 못된 심보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는 코웃음 치는 편이다.
남들이 알기 전에 내가 읽고 나서 뜨는 건 상관없지만 대중의 부속품이면서 대중심리에는 반발하게 된달까, 뭐, 성격인게다.

뭐, 실제 베스트셀러, 혹은 추천이 많은 것이 정말 좋았던 경우가 드무니 못된 심사가 더욱 굳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반대로 고전이나 명작 소리를 듣는 건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납득하게 되는 것도 많지만 말이다.


이 '13계단'이라는 책은, 알라딘 멤버십 할인쿠폰을 쓰기 위해 구매금액 4만원을 채우려고 뒤지다가 알게 된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나 기시 유스케, 히가시노 게이고, 아카가와 지로 등의 일본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었고 먼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추천도 많고 해서 속는 셈 삼아 사게 됐다.
사전 정보는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는 것. 그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났던 건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책에서도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영화와 책을 보고난 후 고민도 좀 했었으니까.

결국 다 보고 나서 '아, 사람들이 추천한 이유가 있긴 있었구나.' 납득한 책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얘기는 크게 두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건의 의뢰를 받고 증거를 찾아 헤매는 준이치와 난고, 그리고 실제 등장횟수는 극히 드물지만 이야기의 중요 인물인 사카키바라의 사형집행 결정과 실행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미카미 준이치는 2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 취한 남자와 시비가 붙어 다투다 상대방 남자가 죽게 되면서 상해치사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사건 정황과 의도야 어떻든, 그는 '살인자'의 타이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가석방은 받은 그가 겨우 세상에 나왔지만 집안 사정이나 타인의 눈은 너무나 달라져있다. 피해자의 유족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그를 맞추기 위해 가세는 기울고 게다가 그의 사건이 신문에 알려지면서 가족들에게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뿐만아니라 그 스스로도 가석방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과 보호사를 주기적으로 만나야하고 경범죄를 저질러서도 안되며 일정한 지역을 벗어날 때는 신고까지 해야 하는 얽메인 자유를 즐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난고 쇼지, 그가 있던 교도소의 교도관이 찾아온다. 반갑지않은 방문이라 그를 경계하지만 뜻밖에도 난고는 미카미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이란 현재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용의자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함께 찾자는 것이다.


잠깐 그 용의자의 사정을 알아보기로 하자. 한 부부가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도로에 쓰러져있는 한 남자와 오토바이를 발견한다. 신고를 하기 위해 급히 아버지의 집으로 달려갔는데 거기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어 있는 것이다.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부르고 주변을 수색해보니 길가에 쓰러져있던 그 남자의 피가 그 참상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오토바이에서 떨어진 그 남자도 심하게 다친 상태,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정신을 차린 그는 놀랍게도 사고가나기 전 몇 시간의 기억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데 사카키바라라는 그 남자가 용의자, 아니 범인으로 지목되고 재판을 하지만 범죄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다보니 범죄를 인정할 수 없고 괘씸죄가 적용되버려서 결국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머리가 꺠질 듯 아파오며 자기가 '계단'을 올라갔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모임'에서 그 얘기를 듣고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난고를 거쳐 미카미에게까지 의뢰가 가게 된 것.

미카미는 고등학교 시절에 여자친구와 함께 가출했다가 붙잡힌 전적이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사카키바라 사건과 관련된 그 지역이 예전에 그가 가출했던 그 지역인게다. 가석방의 조건이니만치 그 지역으로 가자마자 우선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나 그의 잘못을 사죄하고 의뢰받은 일에 착수하지만 그가 무죄라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그가 유죄라는 증거 또한 없다는 거다.  

그러나 추리소설의 세상에서 완벽한 범죄란 없는 법인게다. 조각조각 흩어진 사건의 조각들을 이어가다보니 빛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들의 추적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만큼 사카키바라의 사형일자도 다가온다. 검사가 사형집행서를 결제보내고 그 후로 조금씩 단계를 밟아 사형절차도 진행된다.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미카미와 난고, 그러나 뭔가가 이상하다. 그 증거에서 나온 지문은 의외의 인물의 지문, 급기야 사형집행일은 4일 앞으로 다가오고 그네들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진범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에게 사카기바라의 결백을 밝혀달라고 의뢰한 인물은? 그리고 또 다시 숨겨진 비밀은?

뭐, 줄거리를 쓰자니 끝이 없다. 직접 보는 게 역시 제일일 듯 하다. 제일 최근(이라고 해봤자 작년 겨울이던가;)에 꼼짝없이 당했던 책이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였는데 알라딘 리뷰에서 '반전반전' 얘기를 들어서 절대 속지않으리라 다짐하며 보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맞은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범인따위 찾아주겠다고 집중해서 보다가 설레발을 제대로 치고 말았다. 마지막 30페이지 쯤 남기고 "아싸, 이 사람이 범인" 이라고 이번에는 속지 않았다고 좋아하며 봤는데 그 남은 30페이지에서 작가에게 철저히 농락당해버린게다.


읽다보면 이것저것 생각할 건덕지도 만들어주고, 그거랑 상관없이 추리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한 번 볼만한 소설이다. 종이 질이 거친듯 하면서도 부드러운데 출판사 얘기로는 e-Light라는 고급종이라는데 글쎄, 손으로 눌러도 그 손에 물기 흡수해서 부풀어 오르는 게 과연 그렇까 싶다.


아, 위에서 얘기하다가 빠트렸는데, 난고는 교도관을 그만둘 심상으로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가 직업을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합법적인 살인인 '사형제도'에 환멸을 느껴서라고나 할까? 그의 경력에서 두 번, 직접 사형에 관련된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 두 사람의 죽음 앞에서의 행동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사형이라는 것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 것이니만치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꽤나 잔악무도한 것인데 복역을 하면서 정말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거나 혹은 끝까지 자신의 죄를 부정하거나 하는 두 가지 반응이었다. 죗값을 치루기 위해서 교도소에 들어오는데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사람에게도 사형은 집행돼야 하는 것일까? 사형제도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던 그의 흔들림은 가정의 불화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이직까지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모습에서 우행시의 윤수를 담당했던 그 교도관이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난 사형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겠다. 어디서 들은 혹은 본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살인현장을 본 사람은 사형제도의 존재를, 사형집행현장을 본 사람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고 한다. 함무라비 법전을 신뢰하는 나는 마땅히 사형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긴 하지만, '용서'가 없으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이 사사로운 혹은 삐뚤어진 감정에서 저지르는 살인은 범죄가 되지만 국가가 법의 이름아래에서 저지르는 살인은 인정받는다니, 생각할수록 어려울 뿐이다. 이제까지 그런 예들이 꽤 있었듯이, 벌써 형을 집행한 후에 그의 무죄가 밝혀진다면 그 때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사족을 덧붙여보자. BL  작가인 코노하라 나리세의 작품 중에 '상자 안/밖' 그리고 구리모토 카오루의 '오와리노 나이 러브송'을 보면 수감생활에 대해서 짤막하게나마 나온다. 뭐, 단편적인 면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 소설들에 따르면 '상식'을 가진 정상인들이 감옥 안에서는 망가지고 제일 타락하기 쉬워 결국 범죄자가 되버리는 메카니즘이 생기는 것 같다. 교도소에서 진정한 교화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서 반성한 사람들이 출소하게 되는 걸까? 또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의 소굴로 빠지게 되는 건 정말 그네의 심성이 악하기 때문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밀클 카페에서 퍼온 웹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