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12. 11:24

2004년 10월 20일 수요일, 오후 12시 26분 23초에 모군에게 보냈던 메일

중 일부분 발췌

 

 

너두 뭐, 벌써 눈치 챘겠지만, 나란 아이 굉장히 별난 아이야.

얼핏 보면 그냥 보통의 틀 속에 넣을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참 열심히 살고 있다고 보이지만, 내 스스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역시 난 이상한 아이라고 자괴감에 빠져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사실, 갑자기 어제 밤에도 잡생각들이 무럭무럭 자라버려서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있고, 지금도 약간 힘든 상태야, 뭐가 힘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야).

어른스러운 척 하지만, 속은 완전히 세 살 배기 어린애랑 다를 거 하나도 없구, 꽤나 이성적인척 하지만 결국 내 감정에 먼저 휘둘려버려서 제대로 하는 거 또한 하나도 없지.

이거저거 생각하다보면 혼자서 저만큼 멀리 나가서 내가 그 생각을 감당 못하고 그 무게에 허덕거리는 편이거든.

 

그리고 맨날 유종선배한테 "이 가식쟁이, 짜증나"를 외치고 다니지만, 어쩌면 가장 가식이 심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소싯적부터 내 감정 숨기고, 생글거리면서 다른 사람들 대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버렸거든, 어린 시절에 집에 이거저거 안좋은 일들이 많이 있어서(물론 지금도 그렇게 짐안 사정이 좋지는 않아) 내 스스로 "착한아이 컴플렉스"에 단단히 빠져있는 거 같거든(물론 최근에는 많이 나아서 사람들에게 성질 좀 많이 부리고 다닌단다, 헛헛).

그래서 낯을 가리는 편인 주제 모르는 사람한테도 주절주절 말 잘 걸고, 분위기 어색한 거 싫어해서 내가 망가져가면서 분위기 살리고 얼핏 보면 친하게 지내는 거 같은데도 정말 '나'를 보여주는 행동은 잘 안하게 된달까(싸이의 내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면 이해갈거야.)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사이에 어느새 '나'와 그 '가식의 나'가 서로 뒤엉켜버렸어,

이제는 나 스스로도 어느게 진짜 난지 헷갈려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벽을 높게, 높게만 쌓고 그 안에 숨어버리는거 같단다,

 

그 경택이라고 얘기했었지? 너보다 키 큰 학교친구, 걔랑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걔가 나한테 "너랑은 정말 너무 친해지기 힘들다, 꽤나 가깝게 지내는 거 같은데도 대체 니 맘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으니" 뭐 이런 류의 얘기를 해서 어라 아닌데라고 하면서도 굉장히 뜨끔해버린 기억이 있거든

 

 

 

거의 1년 전에 쓴 거네요

 

이 멜 쓰고나서 한 달 있다가 누군가가 충고한 "중심잡기"가 제대로 잘 되고 있는건지, 혹은 발전이 없는건지 기본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거든요

아니, 자신에게 너무너무-_- 관대해져버렸어요, 킁;

조금 더 세상을 삐딱하게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글빨은 하나도 늘지 않, 아니 오히려 퇴보한 것 같구요ㅡ,.ㅡ;(애초에도 딱히 글을 잘쓰는 편도 아니긴 하지만요ㅠ_ㅠ)

 

...울컥한 마음에 과거를 되새기다 더욱 더 절망하게 되네요orz

 

저녁에 영어책을 보다가 잠이 들어버린 게 회근이에요

두 시 반인데 잠이 안와요;ㅁ;

 

 

사족을 붙이자면, 저 멜은 받은 모군의 키는 185, 경택뉘마의 키는 187이랍니다ㅋㅋ

저랑 같이 다녀서 제가 작아보이는 몇 안되는 사람중의 하나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