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다시안타까움
동생넘과 싸워서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면서 팩 토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고의 반복 이외에는 큰 감정의 변화가 없는 요즘인데(음, 당연한가, 얼굴 부딪히는 사람이 부모님과 동생 뿐이니;) 새벽에 갑자기 가슴 아프고, 또 슬퍼져버렸다.
처음엔 왜 그렇게 감정의 동요를 보였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니 더욱 막막했는데 시간을 들여 곰곰히 생각해보니 원인은 "이질감"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오프만남을 지양 중인 요즘인데, 특수한 상황이라 이런거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휴가나온 모군과, 방학하고 내려와서 어색하게 1년여만에 연락한 모군(이제까지 내가 알아온 그 아이의 행동패턴에서 그 쪽에서 먼저 연락오다니 아마 해가 서쪽에서 떴을게다)을 만나게 됐다(라고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내가 보고싶다고 연락해서 급만남을 시도할 수 없는 인물들이기에 기본적인 대외원칙을 변경했달까;
음, 더 늘어놓으면 치졸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테니 구질구질한 변명은 여기까지.
그리고 또한 예외도 여기까지, 이젠 다시 은둔형 외톨이를 지향해보실까나- _-+
첨에 만난 총각은 2년, 나중에 만난 총각은 1년 반만에 봤다.
뭐, 시간이 그만큼 지났으니 (그나마) 자주 만나는 달링들에 비해 어색했던 건 사실.
2년 만에 본 총각이랑 봤을 때 예상 밖의 일이 생겼기에 내 마음은 한 번 평정을 잃었다.
사실 지금도 상황을 어찌 접수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지 혹은 수동적으로 상황이 변하기만을 기다려야할지 모호하기만 하다. 최근 2년 사이에 나는 지독한 겁쟁이가 되어버렸으니까.
심란한 마음에 비 핑계로 선약 취소하고 집에 있는데 전화한 두 번째 총각.
원래도 연락 잘 안하는 스탈에다가 그 동안 연애질 한다고 바빠서 저지른 만행에, 그 때 느낀 배신감에 질려있었기에 초반엔 대놓고 뚱하게, 까칠하게 대했었더랬다.
원래 성격대로 뻔뻔하게 대할것이지 "오랫만"이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호구조사를 시작하는 그 분께 "어색함"을 잔뜩, 잔뜩 느껴버렸다.
아니, 어쩌면 원래 이 애는 이런 성격이었는데 내 속에서 이런저런 감정들이 뒤섞여서 이 아이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하고 있었던건가?
"이따 저녁에 연락할게"라는 말에 10시 넘게까지 기다려도 연락없길래 "역시 니가 그럼 그렇지, 나 또 낚였냐"고 연락해보려던 11시쯤, 지금 출발한다고 연락오셔서 결국은 어제 만나긴 했다. 심야영화 보려했으나 그 조차도 시간 안맞고 해서 최종 목적지는 안민고개. 비가 와서 그런지 안개 자욱해서 전설의 고향 삘 제대로 나더라;
야맹증에게는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그노무 계단ㅠㅠ
안개 자욱한 산에서 축축한 벤치에 앉아 수다떨다 왔는데 과거에 이래저래 얽힌 일들이 있기에 특정 인물과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었고, 그냥 수박 겉핥기 식의 겉도는 얘기밖에 할 수 없었다지, 내가 얘기하기 싫은 걸 누가 캐물을 때 기분 안좋으니 나 역시도 먼저 얘기하지 않는 한은 먼저 묻는 편도 아니고 하니 그냥 계속 겉도는 수 밖에;
그렇게 헤어지고, 집에 와서 울적해졌다.
한 번 패여진 감정의 골은 메꾸기 어렵다.
아마 어쩌면 앞으로 난 이 아이와 계속 이런 어정쩡한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
이 얘기 저 얘기 다 하고, 투정도 부리고, 편하게 막대하기도 하고, 손 꼭 잡고 돌아다니던 그런 "친구"가 이젠 더 이상 아니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그렇게 슬퍼졌나보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을 잃는다는 건 역시나 힘들고 슬픈 일이니까.
자, 인정하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람의 감정은 특히나 자주 변한다, 나만 해도 하루에 수십번은 바뀌잖아.
그런 사람의 감정을 내 욕심대로만 한 곳에 묶어둘 수는 없어.
세계관이 커지고 인간관계가 넓어질수록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줄어든다구.
인간관계는 기대를 버릴수록 편해진다는 것도 잘 알잖아.
다른 사람이 변한다고 섭섭해하지 말고, 다만 내 자신이 평상심을 갖고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기 위해서 노력하자.
아, 간단하게 몇 줄 쓰고 말까 했는데 혹여나 무관하신 분이 착각하거나 확대해석 하시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주절주절 길게 쓰고 말았다;
이러면 초반에 의도한 거랑 내용이나 포스가 달라지는데;
정말 이 오지랖 넓은 성격, 병이다, 병orz
또 하나 더 바란다면 내가 만난 그 두 분이 이 글을 읽지 않기만을;
...애초에 안읽기를 바란다면 안 쓰면 되잖아, 비공개로 돌리거나;
...어쩌면 읽어주기를 바라는건가?ㅋ
알 수 없는 양면성
젤 첨에 쓰려고 했던 글은
[이질감
자연히 따라오는 어색함과 섭섭함
누가 변했지?
뒤돌아 집에 들어와 왈칵 눈물이 치솟다]
...이 짧은 걸 이렇게 길게 늘이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
대학 4년 동안 시험치고 레포트쓰면서 늘어난 건 오로지 문장 늘이기 밖에 없나보다, 그것도 의미를 왜곡시키거나 혹은 같은 말을 어휘만 바꿔서 반복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