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정이는 눈부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9.21 남동생의 존재란, 풋 4
2007. 9. 21. 05:29

남동생의 존재란, 풋


걔속 효정이랑 만나는 게 딜레이되다가 드디어 여차저차해서 만나게 됐다.
게으른 나는 효정이랑 통화하면 만날 묻는 걸 또 묻는다.

"화장 안하고 나가면 죽일거지?"
"당연한 걸 왜 물어?"


울며 겨자먹기로 화장을 시작하려는데, 흠, 이거 오늘따라 왼쪽 눈에 쌍꺼풀이 선명하다, 끙;
한동안 사라져서 이젠 완전히 나를 떠났으려니 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_-;

문제는 한 쪽 눈에 쌍꺼풀이 생기면 나머지 눈과 크기 차이가 장난아니게 난다는 것. ㄷㄷㄷ
뻥 좀 섞어서 2배까지-_-;;(체감은 3배 ㅠ_-)


혹시나 양쪽 눈의 크기가 비슷해보일까 일단 오른쪽 눈에만 아이라인을 그어본다. 턱도 없다.
더 진하게 그어본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동생을 소리높여 불러 물어본다.

"돼지, 눈 크기 어때보여? 비슷해?"
"어, 비슷하다, 예쁘다, 예쁘다."

...게임하느라 정신이 팔려 힐끗 쳐다본 후 성의없는 대답, 기가 차지만 어쨌든 화장은 끝을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왼쪽 눈에 아이라인 긋고 마스카라 발라준 후 오른쪽 눈 재공략에 들어간다. 왼쪽 눈에 그린 두 배 이상의 두께로 아이라인을 그어주고(이 시점에서 이미 속쌍꺼풀은 라이너로 까맣게 뒤덮여있다;;) 마스카라를 덧바르고 덧바르고 덧바른다, 아, 속눈썹이 뭉친다, 슬프다.;;

어찌됐든 결과물에 나름 만족해서 또 다시 소리높여 동생을 불러 물어본다.

"돼지, 이번에는 어떤 것 같아? 아까보다 낫지?"
"어, 그래, 예쁘다, 예쁘다. 얼른 나가라."

이번에는 쳐다도 안본다-_-;;
발끈해서 소리를 빽 질렀더니 그제서야 쳐다보다 진심으로 감탄해준다, 그러면서 말한다.

"아까보다는 훨 낫네, 아깝다, 아까 사진 좀 찍어놨어야 되는건데."

...이게 적인지 아군인지 점점 헷갈리고 저 놈의 심미안이 의심스럽다.
어찌됐건 약속시간은 이미 오버-_-;; 뛰쳐나간다.


효정이 만나서 밥 먹고 얘기하다가 눈 크기 얘기가 나왔다.
아까 나오기 전의 동생 얘기를 해주니 "니 동생 진짜 웃긴다."면서 배를 잡고 웃더니 자기 동생도 그렇다고 얘길해준다.


한껏 화장하고 동생에게 물어보는 조양. 동생이 대답한단다.

"누나가 제일 예뻐. 누난 뭐든지 다 어울려."

문제는 효정이를 안보고 얘기한다는 것. 발끈해서 소리를 빽 지르는 조양.

"좀 쳐다나 보고 얘기하지?"

동생의 대답이 가관이다, 이거 듣고 정말 쓰러졌다ㅜ_ㅜb


"누나가 너무 눈부셔서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입 안에 뭔가가 있었다면 뿜었을지도 모르겠다ㅠ_-b;;
작년에 동우랑 횡단보도 건너다가 효정이 동생 한 번 마주쳤었는데 고 녀석한테 이런 센스가 있었다니!ㅋㅋㅋㅋ


한참 수다를 떨던 도중에 옆 건물 유리창에 해가 반사되면서 정말 눈이 부셔서 내가 앞쪽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 발생.
블라인드를 내리며 조양에게 얘기한다.

"자기야, 진짜 눈이 부셔서 자기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처음에 어리둥절해하던 조양, 창문을 쳐다보더니 배를 잡고 쓰러진다.


...글로 쓰니까 하나도 안웃긴다, 우리는 진짜 재밌게 웃었는데, 민망하다ㅜ_ㅜ;


어찌됐든, 남동생이라는 종자들은 어느 집이나 비슷비슷한가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가;


초희님하, 그대의 동생은 어떤 반응?
"누나야, 가발 좀 주문해줘."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신 그 분이라, 아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