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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6. 22:09

9월 26일 토요일


1. 당직.

스아실, 나는 오늘 당직이 아닌데, 오늘 오후 당직자 교통사고로 급 입원이라 함.

평소 같이 노닥거리는 그 많고 많은 친하신 분들 다 두고, 서로 완전 싫어하는 내가 나와서 앉아있는 것도 참 아이러니~. 뭐, 이러나저러나 연락받고 나오기로 결정한 건 나니까.


이러나저러나,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다쳐서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지만 얼른 낫길 바람. 누가 아픈 건 안좋은 일이니.


2. 바람.

워낙에 게을러터진 인간이라, 약속을 잘 잡지는 않지만 그래도 약속을 잡으면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오래 사귄 효정이랑 지나가면서 "나중에 술집에서 봐~"라고 하는 약속은 90% 내가 없애버리긴하지만, 어쨌든, 빈말이라도 언제 만나서 뭘 하자고 얘기했음 그걸 지키자는 주의다.

그런데, 이번 주에 두 번, 바람맞았다. 그것도 같은 사람한테.

내가 먼저 만나자고 목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되니 나름 잡아놨었던 내 모든 계획은 다 무산되고, 기분까지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 인간으로 인식된 거겠지?ㅋ

두고보자, 나도 다시는 당신이랑 약속 안잡을테다.


훗, 이런 식으로 같이 밥 안먹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는게지. 이 못된 성질머리.


3. 비밀

대다수의 비밀이 그렇듯이, '너에게만 말하는 건데'를 전제로 말해지고, 또 그 비밀은 그 전제를 달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결국 제일 처음 얘기한 소문의 당사자에게까지 그 말이 돌아서 얼굴 화끈한 경험을 한 사람이 없지는 않으리라.

나 역시도, 100% 비밀보장을 지키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내 문제는, 한 번 믿은 사람에게 모든 속내를 다 드러내보인다는 거고, 그래서 내 속내를 받아내야 할 사람이 완전 피곤해진다는 거다. 물론 이 조직 내에는 한 명 밖에 없다.). 근데 어째 여기서는 내 평판이, 훗.-_-;

입 밖에 내야 할 것과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것. 판단 기준은 뭘까?
난 말하지 말라면 정말 말 안하는 편인데.

큰 의미 없이,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었고, 순간의 치기를 못이겨서 속내를 드러냈다가 제대로 후려맞은 기분. 애초에 내가 비밀을 전제로 얘기하지 않았으니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탄 건 할 말 없지만서도 입이 쓰긴 쓰다.


에효, 애초에 트러블 생기면서 포기한 평판, 뭘 더 바라겠어. 됐어.-_-;


다만, 최근에 한 가지 느낀 건 같은 fact를 전달하더라도 화자의 어조나 표정 등 전달방식에 따라서 그 내용이 전달되기는 천차만별이라는 거. 입으로 알고 있는 거랑 온 몸으로 깨닫는 거랑의 차이랄까. 하긴, 조중동문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들이 이유없이 비판받는 게 아니지.

새삼, 내 전달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구나, 굳이 내 불편한 속내를 고스란히 반영해서 내 평판을 낮출 건 없지라고 출근하면서 결심한 날에 어쭙잖은 충고까지 들어서 배배 꼬인 속이 조금 더 꼬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