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9.20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  5
  2. 2007.09.03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2
2007. 9. 20. 12:41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봤다.
시간소녀.


기대치에 훨씬 못미쳤다.
재미가 없지는 않았으나 많이 마음에 안든 상태.
살다살다 이렇게 주인공이 맘에 안드는 작품은, 흠, 얼마 안됐네-_-;
5월에 보고 책을 집어던지고 싶을 만큼 경악했던 소설 럭키걸의 주인공 만큼이나 마음에 안드는 주인공 마코토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명이 찍힌 사진, 그리고 미래에서 온다고 했던 말로 미루어 그 이모는 원작 소설의 가즈코가 맞는 듯 하다.
그러니 타임 리프에 대해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겠지.
한참 이리저리 일 저지르고 다니다가 뒤늦게 겁먹고 덜덜 떠는 마코토에게 웃는 얼굴로 따끔하게 '마음대로 능력 써먹다가 책임 지기는 싫냐'는 일침을 놓을을 때의 그 포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도 소설과 기본 구조는 큰 차이가 없다.
여자애 하나를 낀 세 명의 친한 친구.
여자애가 타임 리프 능력을 가지게 되고 그 중의 한 명이랑 연애감정으로 얽히게 되는 것.
그리고 친구 중 한 명의 남자는, 흠, 스포일러가 될테니 이건 그냥 패스.
라벤더 향기가 호두 모양의 충전기로 대체되고 소소한 에피소드를 현대식으로 버무려 놓았다는 거 말고는 거의 같다.


그래도 단편소설을 90분이 넘는 영상으로 만든 만큼 세세한 에피소드를 늘리고 개연성을 부여하려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중간중간 개그컷이나 대사 등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기도 하고. 음악과 색감은 웬만한 영화보다 훨씬 괜찮은 수준.


영화 스토리를 처음 들었을 때 생각난 건 예전에 재밌게 봤었던 영화 "나비효과"
시간소녀를 직접 보는 동안에도 내내 나비효과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비효과의 주인공이 비틀린 현재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과거로 돌아갔다면 시간소녀의 주인공은 자신의 재미나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남용하듯 능력을 사용한 게 차이라면 차이려나(덕분에 후반부에 호되게 당하지만)?^^;
설마 나비효과 각본가가 시간소녀 원작 혹은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작품들을 접하고 그 영화를 만든 건 아니겠지?-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찌됐든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도 "아, 주인공 끝까지 찌질하네."라고 궁시렁대면서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로 기억되지 싶다, 실제 나이랑 정신연령이랑 너무 동떨어져있어도 곤란하다구("바보가 사용해서 다행이야."라는 대사에서 나름 공감해주고.). 처음에 데굴데굴 구를 땐 안스럽다가도 나중에 남발할 땐 그냥 몇 대 쥐어박아주고 싶어서 주먹이 근질근질, 너 초딩이냐?


의문점.
조리 실습 사건이나 끝끝내 치아키의 마지막 능력을 사용하게 했던 전철 사고를 보면 어쨌든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결국은 사고가 안일어났을까?
그네들의 주변인이 아니라도 누군가는 사고사를 당해야 했던 건 아닐까?
단순히 해피 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해버린거라고 하면 더더욱 도끼눈을 뜨고 정색하고 볼 수 밖에.


민주주의에 대해서 배울 때 따라오는 자유와 책임은 동반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Time waits for no one.



*이미지는 다음 영화에서 갖고왔습니다.

2007. 9. 3. 09:47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북스토리


작년 피프에서 꽤나 호평을 받은 만화영화의 '원작 소설'인지 '소설화'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어디서 얼핏 봐서 내가 알기로는 외국 사람이 이 소설을 썼고 일본에서 이 얘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영화화, 드라마화, 만화화, 애니메이션화 뭐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나눠서 진행한 걸로 알고 있기 떄문이다.(다시 찾아보니, 일본사람이 1960년대에 소설을 썼고 이를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게 정확한 듯 하다. 고로 이건 원작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어찌됐든 작년 이맘 때 유종선배가 이 애니를 꽤나 보고싶어 했었지만 일반 영화관에서는 상영을 안했었고 다른 듯 비슷한 취향의 경택이도 피프 다녀와서 이 애니를 미치게 추천했었다. 그래서 기대치가 꽤나 높은 상황이었는데 이 기대가 결국 내가 이 작품을 보는 눈을 망쳐버린 것 같다.^^;


작년 말인지 올해 초였는지, 어둠의 경로로 시간소녀를 한참 찾았지만 튀어나오는 건 오직 2권의 만화책이었다. 안보려다가 얼핏 줄거리를 훑어보니 시간소녀의 줄거리와 흡사한 것 같아서 대강 내용이나 알려고 봤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글쎄'였다. 작가의 표현력이 미숙해서였을까, 그림이 이상해서였을까, 내용도 표현도 빼어나지 않고 짜증만 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싶어 했던 건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 때 경택이의 수준을 심각하게 의심했을 정도. 경택이도 그 만화를 보고난 후 "이런 쓰레기와는 비교하지 말아줘."라고 해버렸으니 애니메이션은 또 다르구나 생각할 수 밖에.


그러고나서 4~5월쯤에 어둠의 경로에 디비디립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딱히 애니메이션을 볼 짬이 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이거 괜찮대요."하면서 추천만 하다가 8월 말이 되도록 나는 못보는 상황까지 왔다. 아니, 정확히 2시간쯤은 낼 수도 있지만 전에 봤던 만화의 거부감 때문에 쉽사리 손대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여튼 도서관에 놀러갔다가 우연찮게 또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손이 나가고 말았다. "책"이었기에 내가 훨씬 더 보기 쉬울거라고 생각했고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펴들어서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가즈코, 그리고 가즈코의 사이좋은 소꿉동무 가즈오와 고로. 방과 후 과학실 청소를 하던 가즈코는 우연찮게 어떤 괴인과 마주치게 되고 그 후 라벤더 향기를 맡은 후 쓰러지게 된다. 그 후 그녀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지진이 일어나고 화재가 발생하며 다음 날 등교할 때 교통사고에 위험에 처하기까지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눈을 뜬 그녀에게 분명히 '어제'겪은 하루가 반복된다. 의아함을 느낀 그녀, 우선 소꿉친구들에게 상담하게 되고 급기야 또 과거로 돌아가서 그 때의 괴한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밝혀지는 비밀은 과연?

앗, 이런, 그 떄 본 이상한 만화책이랑 똑같은 내용이잖아.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다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소설책은 애니메이션에서 마코토의 이모로 나오는 카즈야의 얘기라는 걸 발견하게 됐다. 아아, 이제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다. 조만간 짬을 내서 꼭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내 눈으로 판단해보는 수 밖에.


60년대의 상상력이라면 호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책이 시간소녀지만 워낙 SF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내용 자체는 그냥 그저 그렇게 밍숭맹송했던 것 같다. 이 외에 작가 츠츠이 야츠타카가 쓴 다른 단편이 2개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우선 '악몽'.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반야 가면과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공포에 시달리는 소녀. 친구에게 늘 '겁쟁이'라고 놀림받지만 무서운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동생 또한 밤에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오줌을 싸는 버릇이 있는데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무서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소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게 된다.

어른들의 별 것 아닌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리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이의 시각으로 보여주는데 꽤나 끄덕끄덕하면서 볼 수 있었달까. 주인공 소녀 아버지의 말처럼 주인공 소녀는 "훌륭한 심리학자"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The Other world'. 책이 실린 다른 단편에 비해서 제일 과학적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 만화에서 자주 쓰이는 '패러랠 월드'에 대한 내용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혹은 영화 매트릭스가 생각날지도. 현실에서 주인공 소녀가 불량배들에게 시달리게 되면서 현실이 싫다고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순간 눈 앞에 흐려지면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된다. 미래의 어느 차원에서 한 과학자가 실험을 하다 실수로 자신이 차원이동을 해버렸기 때문인데 그 여파가 다른 차원에 있는 "그녀"들에게 미쳐버렸기 때문. 겉보기에는 원래 자신의 현실과 비슷하지만 바뀐 세계에서는 뭔가가 이상하다. 자신이 수학을 싫어한 덕분일까, 숫자는 5까지 밖에 없고 공부를 잘하던 친구는 폭력만 쓰는 바보가 되어있다.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되면서 평소에 바라던 자신이 되어있지만 그렇다해서 그 세계가 자신이 원하는 세계는 아닌 것이다. 과연 그녀는 원래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쨌든 시간여행에 대한 유쾌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