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8. 02:07

밤의 피크닉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북폴리오


두께에 비해서 편하게 술술 읽히는 소설.

일본의 한 고등학교의 아침에 출발해서 거의 하루종일 걷게되는 "보행제"라는 축제에 관한 얘기다.
한 이복남매를 중심인물로, 그리고 그와 그녀의 친구들을 주변인물로 설정하고 화자는 그와 그녀를 오고가면서 얘기는 진행된다. 24시간 동안의 그들의 일정에 따라서 벌어지는 얘기들과 중간중간 과거의 에피소드가 섞여서 한 편의 근사한 소설이 완성된다.

굉장히 피곤했었는데도 이 책을 한 번 펴들고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니 어느새 그 두꺼운 페이지가 더 넘어간 것이 아닌가.


"성장소설"이라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분명히 성장소설이 맞긴 하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또래에 비해서 어른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이 오랜동안 쌓아왔던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되니까.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그들의 보행제를 따라다니며 나 자신도 실제로 그들의 상황에 따라서 웃기도, 얼굴을 찌푸리기도 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

편하게, 정말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을 덮고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에도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만 생각하면 이네들처럼 하루종일 걷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당장 나가서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씩씩하게 걸어나가고 싶어진다.
다시 또 내 가슴은 두근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