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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30. 15:44

줄어드는 남자 - 리처드 매드슨

줄어드는 남자 - 8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했겠지만 대중들에게는 '나는 전설이다'로 유명해져버린 리처드 매드슨의 다른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줄어드는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밀클 카페의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 처럼 사실 처음에 표지를 보고 좀 많이 웃었었는데 다 읽고나서는 어쩐지 끄덕끄덕. 주인공 스콧의 상황을 이보다 더 적절히 표현할 수 없는 표지라고 여겨진다. 디자이너분, 센스쟁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남자가 방사능에 노출된 후 온 몸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루에 0.36cm, 미약하지만 확실히 줄어드는 자신의 몸에 스콧과 그의 가족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조차 알 수 없어 당황하고 뒤늦게야 원인을 알게 된 후에는 이미 그의 몸은 100cm 근처, 치료방법도 없고 이미 그의 가정과 일상은 망가진 지 오래다.

그렇게 온 몸이 줄어들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조금씩 잃어가는 스콧, 급기야 지금 그의 키는 3cm도 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하실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제일 심각한 것은 식량난, 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지하실에 살고 있는 거미다.

바로 이 상황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굶주림과 거미에 맞서 싸우면서도 조금씩 줄어드는 스콧, 조금씩 줄어드는 과거를 회상해봐도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살펴봐도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다. 힘들게 냉장고 위까지 기어올라가서 곰팡이가 핀 비스켓을 구해오고 핀을 무기로 거미를 퇴치한다. 개미만한 몸이 되었을지언정 그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계속 줄어들다 결국 0cm에 가까워진 스콧, 엉뚱하게도 난 그의 마지막을 '다시 조금씩 자라나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했고 간절히 바랐었다. 난무하는 반전에 익숙해진 탓일걸까, 아님 스콧이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싶었던 걸까?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예상과 전혀 달랐고 탄성을 내뱉게 해줬다. 이래서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못하는 거다!!!


상처 위에 난 딱지가 서서히 벗겨지듯이 그렇게 그도 조금씩 인간사회에서 분리되어 갔다.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나도 그와 함께 마음 아파하고 또 절망하고 때로는 기뻐할만큼 흡입력이 강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전설이다보다도 줄어드는 남자가 내 취향에 훨씬 더 재미있었다.^^;


중편 줄어드는 남자 이외에도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이 9개나 실려있다. 1954년작 부터 1994년작까지 그의 작품 변화를 잘 알 수 있다. '결투'와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은 영상화도 되었다는데 내가 본 기억이 없어서 그냥 이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음, 재미있었다.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 마지막의 '파리지옥'이 제일 재밌고, 또 공감되기도 했었다. 종종 방에 파리나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와서 왱왱거리면서 신경을 자극하는데, 여름 밤에 모기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 본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잇는 얘기가 아닐까?


내가 본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서히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면서 외부와도, 자기 자신과도 처절하게 맞서싸우게 되는데 그래도 그들은 절망은 하되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책 읽으면서 주인공의 상황에 잘 동화되는 나로서는 푹 빠져서 보면서도 정말 견디기 힘든 경험을 하게 해준달까. 역자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내가 그 상황에 빠진다면 정말 으악이다. 난 리처드 매드슨의 주인공들처럼 잘 견뎌낼 자신이 없다. 뭐,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또 모를 일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