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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6 팔란티어 - 김민영
2007. 9. 26. 15:52

팔란티어 - 김민영

팔란티어 1 - 8점
김민영 지음/황금가지

간만에
밤새 읽어버린 소설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처음 책을 봤을 때 두께에 한 번 겁먹은데다 초반에 진도가 안나가서 애먹었는데 탄력이 붙고 나니,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다는 프링글스 뚜껑을 열어젖힌 양 마지막 페이지가 나올 때 까지 손을 떼지 못했으니 팔란티어 스토리의 매력에 대해서는 두 말 하면 입이 아프리라.


1999년에 한 번 나왔던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당시에 이 책을 봤다면 프로이트를 비롯한 심리학에 대한 내 인식이 달라졌을게다. 혹은 심리학과로 대학 진학을 결심하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심리학에 대한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책이 처음 출판됐을 때의 2011년은 먼 미래였겠지만 이 책을 읽은 시점에서의 2011년은 그리 멀지 않은 고작 몇 년 후의 미래다. 2011년이 되었을 때 정말 우리나라가 소설에서의 모습을 보이진 않을게다. 그래서 약간은 비현실적인 면이 보였지만 그런 건 정말 옥의 티도 안 될 정도의 수작으로 생각된다.


첨단 기기를 이용한 현실감 넘치는 게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대낮의 국회의원 살인사건.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던 두 가지가 알고 보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프로그래머면서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게임의 유저,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게임 회사의 뒤를 쫓는 프로그래머의 친구 형사. 그들을 둘러싼 현실의 얘기가 진행되면서 숨가쁘게 얘기가 진행된다.

이와는 별개로 프로그래머 원철이 게임에 접속해서 레벨을 키워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게 진행된다. 게임 초반에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던 게임 캐릭터가 언제부턴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 알고 보니 게임 속의 자신은 평소 이성에 의해 통제되던 무의식이 활동하는 거라고 한다. 그 무의식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과 현실이 거의 일치되고, 비밀이 파헤쳐진 후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나름의 반전도 숨어있고 숨가쁘기 그지 없다. 다만 내가 언급해버리면 스포가 되어 버릴 어떤 인물의 정체나 마지막 장면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하다는 거.


알라딘 서평에서 다른 분들이 지적하셨다시피 '스릴러'라고 부르기에는 뭔가가 좀 모자란 느낌이다. 범죄의 범인과 숨겨진 비밀을 추리하는 과정을 본다면 추리소설의 기본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판타지 세계의 비중이 너무 커서 자주 맥을 끊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팔란티어의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판타지 세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얘기도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판타지의 세계관이나 용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거라는 거. 나야 뭐 익숙한 얘기들이니 재밌게 볼 수 있었지만 판타지 소설을 전혀 보지 않은 친구에게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고 설명을 하다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 순수 문학이 아니라 통속 문학이니만치 문학적 가치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시간을 만끽할 수 있으니 엔터테인먼트의 한 장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팔란티어 2 - 8점
김민영 지음/황금가지
 
팔란티어 3 - 8점
김민영 지음/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