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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2 카스테라
2007. 3. 22. 09:19

카스테라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너무나 좋았기에, 크게 기대하고 봤다가 낭패감을 느낀 박민규의 단편집.


그의 다른 작품에서 그러하듯...이라고 쓰려했는데 생각해보니 삼미 슈퍼스타즈 말고는 그의 작품을 본 기억이 없구나;;
삼미에서 그러했듯이 카스테라 전편에서도 그는 천민 자본주의에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로 본다, 어느 종교에서 얘기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과 통한다면 통하는 걸까?


어디에서 읽었는지 생각 안나는데, 1990년대의 김영하가 맡던 역할을 2000년대에 와서는 박민규가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순수 문학보다는 대중 문학에 가깝고 현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비틀어 보는 거 보면 이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김영하가 비속어나 은어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데 비해 박민규는 그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기발하다. 김영하가 현실적이라면 박민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용해 블랙 코미디, 혹은 동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난 박민규보다는 김영하를 더 좋아하니 뭐;


이 책에서는 [카스테라],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코리언 스텐더즈], [대왕오징어의 기습],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 의 단편이 살아숨쉰다.
한 번에 다 읽기엔 음미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하루에, 혹은 한 번에 단편 하나씩 끊어읽었었는데 덕분에 몇 달이 지나고 난 지금은 두루뭉실한 이미지만 남아있어서 씁쓸하다.
10편의 단편 중 서너개는 정말 쉴 새 없이 킥킥대면서 배아프게 웃으면서 봤었고 몇 개는 "아,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심정으로 전투적으로(군인이냐;;) 봤었기에 "마음에 안들어"와 "재밌었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달까?

한 번 읽고, "아, 이 책 누구 줘야겠다, 의외로 경택이 취향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었고, 결국 이 책 내 손을 떠나고야 말았다. 삐대함을 사랑하는 경택군이 아닌 황진이 양에게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 두 권을 선물했는데 다행히 진이가 둘 다 좋아라해줘서 다행이었달까;



시작할 때 배경은 분명히 현대 대한민국인 것 같은데 쉴 틈을 주지 않고 이(異)세계로 빠져대는 박민규의 카스테라,
"정말?" 하는 의심이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하는 동감으로 바뀌니 알 수 없다, 정말.


개인적으로 추천 작품은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갑을고시원 체류기].
야쿠르트 아줌마는 특히 변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배를 잡고 구를거라는 데 소심하게 5백원 걸어본다-.-;



덧)

황진이양이 [동정없는 세상]의 박현욱과 [세계영웅전설]의 박민규를 동일인물로 알고있어서 당황;;
'아니야, 둘이 다른 사람이야, [아내가 결혼했다]는, 어라, 누구더라;;'이러면서 '박'과 '욱'만 입에 맴돌아서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내뱉을 뻔 했었다지, 하지만 내 집요함으로 '박현욱'을 기억해냈지만 정작 황진이양은 어차피 둘을 동일인물로 알고있었으니 심드렁했을 뿐orz

찐, 아내가 결혼했다는 박현욱이 맞아;;; 나 그 사람 데뷔작 재밌게 봤다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