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9.10 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2. 2007.08.22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4
  3. 2007.07.15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이라니!! 2
  4. 2007.05.27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8
2007. 9. 10. 15:51

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부모도 가까운 친척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냉혹한 현실에 간신히 적응해서 이제 좀 살만하다 싶어지면 여지없이 세상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그는 허물어진 탑을 다시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 그에게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과연 그와 그의 배경을 분리해서 남자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


봄에 초희랑 둘이 서점에서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읽었던 '산타아줌마' 이후 오랜만에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면 너무 안일한 감상이 되어버리는 걸까? 오랜만에 소설책을 손에 대기도 했지만 소설 자체의 흡입력이 장난이 아닌지라 정말 눈을 못떼고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처음에 얘기한대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강도살인범'의 동생이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단 둘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형제, 형은 형이라 당연히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 동생은 형의 바람이 부담스럽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한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이삿집을 옮기는 등의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형이 허리를 다치게 되면서 이 형제의 앞길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된다. 생계가 막막해지고 코 앞으로 다가온 동생의 대입, 현실적인 어려움에 형의 눈은 흐려져 몇년 전 이사를 도왔던 혼자 살고 있는 부자 할머니의 집을 털기로 한다. 그 할머니는 돈이 많으니 괜찮을거라고 애써 자신을 정당화해가면서. 그러나 세상이 맘먹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처음 돈봉투를 무사히 챙기는 듯 했으나 할머니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당황한 형은 갖고간 드라이버를 흉기로 사용해 할머니를 살해하게 된다.


챕터의 시작은 교도소에서 날아오는 형의 '편지'. 편지 내용은 지극히 동생을 아끼는 형의 편지 답게 동생의 생활을 궁금해하고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동생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그러나 그 형의 편지 덕분에 주인공 다케시마 나오키의 삶은 번번히 큰 좌절을 맛보게 되니 세상일이란 참 알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렇게 끈질기게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형의 존재를 수용하려고도, 부정하려고도 해봤지만 그에게 있어서 도통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전에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와 사형제도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다. 어쩌다 형법의 근원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크게 죄를 지은 본인에게 그 죗값을 치르게 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짓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 형벌제도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 법으로 인해 죄인이 자신의 죗값을 받는 건 마땅하지만 그 가족들에 대해서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지난 번 [13계단]에서 미카미의 가족, 그리고 이번 [편지]에서 제대로 "아,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으례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지만 아직까지도 난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정확히 서지는 않는다. 요즘 여기저기서 '인권'을 부르짖는데 과연 그 인권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지켜져야만 하는 것일까? 처음엔 나름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볼수록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에 동화되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냉철한 판단은 제쳐두고 스토리 진행 따라가기에 급급했기에 더더욱 혼란스럽다. 어찌됐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 솜씨는 대단하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걸 통제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끝으로 역자의 후기에 있던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사랑만으로 가득찬 세계를 꿈꾸고 노래하던 존 레논은 1980년 뉴욕에서 마크 채프먼이라는 자신의 팬에게 저격당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의 아내 오노 오코는 레논의 유지를 받들어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사랑과 평화만이 가장 귀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흘러 존 레논의 추모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를 제작하게 되고 레논을 닮은 사람들을 모아 오디션을 보는데 정말 그과 똑닮은 사람이 최종으로 남게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노 요코의 반대로 오디션에서 낙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반대 이유인 즉슨 그의 이름이 존 레논의 살해범인 '마크 채프먼'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다. 그리고 역자는 덧붙인다, 오노 요코의 반대 분명 평소의 언행과 일치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래도 피해자의 가족임을 고려한다면 타인이 쉽게 얘기할 수는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정말 그렇지 싶다. 남의 일이니까 쉽게 판단하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닐까?

2007. 8. 22. 07:25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황금가지


사놓고 한 달 넘게 쟁여놨다가 드디어 볼 수 있었던 그레이브 디거.
으아, 말이 필요없다, 이번에도 역시 최고, 다카노 가즈아키!!


당신은 '그레이브 디거'에 대해서 아는가?
갑자기 너무 쌩뚱맞은 소리를 한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조금 더 많이 알려져있는 중세 유럽의 곳곳에서 펼쳐졌던 마녀사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는가?

지금이야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지만(솔직히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국교가 정해져있지 않을 뿐이지 어느 특정 종교가 나라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데다가 특정 후보를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그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번엔 대한민국을 봉헌하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을 것 같긴 하다-_-;) 거의 제정이 일치되어있던 중세시대에는 다수의 민중을 소수의 지배자들이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 그네의 생활인 종교의 힘을 빌어서 통치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배체제에 위협이 될 것 같은 불온세력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이단심판관'을 활용, 각종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붙여서 남녀를 불문하고 '마녀'딱지를 붙여서 처형하고 대중의 고통과 공포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도, 글을 읽는 당신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문헌에 따르면 이렇게 마녀 딱지가 붙어서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이 억울해서였는지 무덤을 파고 다시 나와서 자신을 고문했던 이단 심판관들에게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복수를 한다고 한다. 이들을 무덤을 파는 자, 혹은 돌아온 사자를 의미하며 그레이브 디거(the grave digger)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레이브 디거의 의미를 알고나서 책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사람 많은 길가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두 남자가 다툰다. 그 중 젊은 남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칼로 찔러서 살해하고 시체를 싣고 도망가지만 수많은 증인의 증언으로 잡히고 만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한 변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변사체가 알고보니 예전에 죽은 그 남자였다. 거기다가 신기한 것은 죽은지 1년 반이 지난 사체가 사망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까지 하다. '제 3종 영구시체'로 분류된 그 사체의 부검을 앞두고 갑자기 그 사체가 사라진다. 사건은 결국 미결 표제를 달고 어둠속으로 묻히게 된다.

이와 별개로, 소설의 주인공인 야가미 도시히코, 명색이 주인공인데 이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인상은 매우 험악한 범죄자형이다. 외모와 별개로 성품은 착한데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고 하면 오죽 좋겠냐만 사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는 삶이 얼굴에 나타나는 범죄자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잘한 공갈 협박과 사기를 일삼고 나이를 먹어서는 어린 소녀들을 속여 오디션비를 떼먹거나 목소리가 비슷한 국회의원의 사무실에서 돈을 빼앗기도 하는 둥, 스스로 생각하고 마냥 착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 사람이다. 이런 그가 새 사람이 되기 위한 결심을 하고 골수이식을 결심한다. 수술 전 날 병원에 가기 전 돈을 빌리기 위해 간 자신의 집에서 흉측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시체를 발견한 그는 자신의 전과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그냥 도망쳐서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그렇게 멀지않은 병원과의 거리지만 그의 앞길에는 무수한 장애가 뒤따른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따라붙이 시작해 급기야 경찰까지, 하지만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골수이식 대상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잡힐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음 날 오전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도망가고 다른 자들은 그를 뒤쫓는다. 뿐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짧은 시간 간격으로 계속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네들의 죽은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 없다, 바로 전설의 '그레이브 디거'가 이단 심판관들에게 그들의 복수를 하던 그런 잔인한 모습으로 하나같이 죽어있는 것이다. 하나 더, 죽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젊은 남자가 살인을 했다는 증언을 했던 증인이라는 것. 이런, 몇 달 전에 실종된 시체가 다시 살아와서 증인들을 헤치고 다니는 것일까? 연이어 발견되는 사체들 때문에 경찰들도 바쁘기 그지없다. 영화의 화면전환처럼 야가미의 상황과 그의 뒤를 쫓으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상황이 번갈아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난 번 13계단에서 마지막 30페이지에 완벽하게 낚였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추리를 포기하고 야가미를, 그리고 겐이치와 후루가와를 따라 열심히 손과 눈을 움직이기만 했다. 사건이 파헤쳐질수록 내 입은 딱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쩜 이런 것들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작가가 전작에서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케 했다면 이번 그레이브 디거에서는 정치와 종교, 그리고 경찰, 권력이 뒤섞여서 만들어진 추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일본과 우리의 경찰조직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소설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되는 보안부가 하는 일은 흡사 우리나라의 안기부 혹은 국정원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럼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거잖아!!!


늘 느끼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직소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 그 두께와 내용의 방대함에 따라서 500피스짜리 작은 직소가 되기도 하고 2000피스짜리, 정말 시작하기 엄두도 안나는 그런 어려운 직소가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은 직소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어찌됐든 추리소설 읽기를 즐기는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를 선택해서 보길 바란다. 절대 시간이 아깝다거나 후회한다거나 할 일은 없을지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요건 밀클카페에서 퍼온 웹툰.
 그림이 느므느므 귀엽다>ㅅ<)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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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15. 13:26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이라니!!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이제까지의 경험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잘 읽고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놓고 다시 안펴본 경우가 절대다수지만; 그래도 어쩐지 이 아저씨의 신작 소식을 들으면 설렌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나는 예약주문 완료-_-)>

스아실 할인쿠폰 2천원이 미치게 매력적이었단 말이지, 후후후훗*-_-*

영어로, green thumb이 식물 키우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였던가?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초록 엄지손가락의 티투였던가, 여튼 그런 꼬맹이 얘기가 생각나는데, 아무리 같은 손가락 얘기라도 완전 다른 내용이겠지?
우선 색깔부터가 빨강과 초록이라니 보색대비 찬란하다구-^^;




<비밀>로 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주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6년 작. 소녀의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없이 고독하고 너무도 안타까운 가족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특유의 흡인력과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깜짝 놀랄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47세의 중년 가장 아키오, 그의 아내 야에코, 중학생 아들 나오미. 치매에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아가는 이 집의 정원에 어느 날 어린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이들의 음모와, 사건을 파헤치는 가가 형사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가 숨막히는 공방을 펼친다.


요건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책소개 :)
초록색 손가락은 반전내용이 담긴 동화였는데 빨간색 손가락은 안타까운 가족 얘기라시네.


추리소설에 반전이 빠지면 그 무슨 재미가 있으리오!!
지난 번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철저하게 낚아주셨던 아저씨라 이번 반전도 완전 기대 중!!


뻥 안치고 집에 쌓여있는 새로 산 책들 20권에 육박;;
대체 언제 읽을거니;;

교양인이 되겠다고 부르짖으며 두꺼운 책 질러댈 때 이미 이런 현실은 예고되어 있엇던 거야?-┏
2007. 5. 27. 19:55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황금가지

'우와-.'
방금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감탄사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섣불리 덤비다가 이도저도 아닌 쓰레기 감상문이 나올 것 같아서 손가락 놀리기가 무섭기까지 하달까.
그러면 안쓰면 그만이긴 하지만, 음, 지금의 이 느낌을 남겨놓고 싶기도 하고^^;


평소 나는 청개구리같은 못된 심보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는 코웃음 치는 편이다.
남들이 알기 전에 내가 읽고 나서 뜨는 건 상관없지만 대중의 부속품이면서 대중심리에는 반발하게 된달까, 뭐, 성격인게다.

뭐, 실제 베스트셀러, 혹은 추천이 많은 것이 정말 좋았던 경우가 드무니 못된 심사가 더욱 굳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반대로 고전이나 명작 소리를 듣는 건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납득하게 되는 것도 많지만 말이다.


이 '13계단'이라는 책은, 알라딘 멤버십 할인쿠폰을 쓰기 위해 구매금액 4만원을 채우려고 뒤지다가 알게 된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나 기시 유스케, 히가시노 게이고, 아카가와 지로 등의 일본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었고 먼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추천도 많고 해서 속는 셈 삼아 사게 됐다.
사전 정보는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는 것. 그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났던 건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책에서도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영화와 책을 보고난 후 고민도 좀 했었으니까.

결국 다 보고 나서 '아, 사람들이 추천한 이유가 있긴 있었구나.' 납득한 책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얘기는 크게 두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건의 의뢰를 받고 증거를 찾아 헤매는 준이치와 난고, 그리고 실제 등장횟수는 극히 드물지만 이야기의 중요 인물인 사카키바라의 사형집행 결정과 실행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미카미 준이치는 2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 취한 남자와 시비가 붙어 다투다 상대방 남자가 죽게 되면서 상해치사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사건 정황과 의도야 어떻든, 그는 '살인자'의 타이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가석방은 받은 그가 겨우 세상에 나왔지만 집안 사정이나 타인의 눈은 너무나 달라져있다. 피해자의 유족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그를 맞추기 위해 가세는 기울고 게다가 그의 사건이 신문에 알려지면서 가족들에게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뿐만아니라 그 스스로도 가석방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과 보호사를 주기적으로 만나야하고 경범죄를 저질러서도 안되며 일정한 지역을 벗어날 때는 신고까지 해야 하는 얽메인 자유를 즐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난고 쇼지, 그가 있던 교도소의 교도관이 찾아온다. 반갑지않은 방문이라 그를 경계하지만 뜻밖에도 난고는 미카미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이란 현재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용의자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함께 찾자는 것이다.


잠깐 그 용의자의 사정을 알아보기로 하자. 한 부부가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도로에 쓰러져있는 한 남자와 오토바이를 발견한다. 신고를 하기 위해 급히 아버지의 집으로 달려갔는데 거기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어 있는 것이다.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부르고 주변을 수색해보니 길가에 쓰러져있던 그 남자의 피가 그 참상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오토바이에서 떨어진 그 남자도 심하게 다친 상태,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정신을 차린 그는 놀랍게도 사고가나기 전 몇 시간의 기억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데 사카키바라라는 그 남자가 용의자, 아니 범인으로 지목되고 재판을 하지만 범죄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다보니 범죄를 인정할 수 없고 괘씸죄가 적용되버려서 결국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머리가 꺠질 듯 아파오며 자기가 '계단'을 올라갔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모임'에서 그 얘기를 듣고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난고를 거쳐 미카미에게까지 의뢰가 가게 된 것.

미카미는 고등학교 시절에 여자친구와 함께 가출했다가 붙잡힌 전적이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사카키바라 사건과 관련된 그 지역이 예전에 그가 가출했던 그 지역인게다. 가석방의 조건이니만치 그 지역으로 가자마자 우선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나 그의 잘못을 사죄하고 의뢰받은 일에 착수하지만 그가 무죄라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그가 유죄라는 증거 또한 없다는 거다.  

그러나 추리소설의 세상에서 완벽한 범죄란 없는 법인게다. 조각조각 흩어진 사건의 조각들을 이어가다보니 빛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들의 추적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만큼 사카키바라의 사형일자도 다가온다. 검사가 사형집행서를 결제보내고 그 후로 조금씩 단계를 밟아 사형절차도 진행된다.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미카미와 난고, 그러나 뭔가가 이상하다. 그 증거에서 나온 지문은 의외의 인물의 지문, 급기야 사형집행일은 4일 앞으로 다가오고 그네들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진범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에게 사카기바라의 결백을 밝혀달라고 의뢰한 인물은? 그리고 또 다시 숨겨진 비밀은?

뭐, 줄거리를 쓰자니 끝이 없다. 직접 보는 게 역시 제일일 듯 하다. 제일 최근(이라고 해봤자 작년 겨울이던가;)에 꼼짝없이 당했던 책이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였는데 알라딘 리뷰에서 '반전반전' 얘기를 들어서 절대 속지않으리라 다짐하며 보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맞은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범인따위 찾아주겠다고 집중해서 보다가 설레발을 제대로 치고 말았다. 마지막 30페이지 쯤 남기고 "아싸, 이 사람이 범인" 이라고 이번에는 속지 않았다고 좋아하며 봤는데 그 남은 30페이지에서 작가에게 철저히 농락당해버린게다.


읽다보면 이것저것 생각할 건덕지도 만들어주고, 그거랑 상관없이 추리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한 번 볼만한 소설이다. 종이 질이 거친듯 하면서도 부드러운데 출판사 얘기로는 e-Light라는 고급종이라는데 글쎄, 손으로 눌러도 그 손에 물기 흡수해서 부풀어 오르는 게 과연 그렇까 싶다.


아, 위에서 얘기하다가 빠트렸는데, 난고는 교도관을 그만둘 심상으로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가 직업을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합법적인 살인인 '사형제도'에 환멸을 느껴서라고나 할까? 그의 경력에서 두 번, 직접 사형에 관련된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 두 사람의 죽음 앞에서의 행동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사형이라는 것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 것이니만치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꽤나 잔악무도한 것인데 복역을 하면서 정말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거나 혹은 끝까지 자신의 죄를 부정하거나 하는 두 가지 반응이었다. 죗값을 치루기 위해서 교도소에 들어오는데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사람에게도 사형은 집행돼야 하는 것일까? 사형제도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던 그의 흔들림은 가정의 불화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이직까지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모습에서 우행시의 윤수를 담당했던 그 교도관이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난 사형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겠다. 어디서 들은 혹은 본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살인현장을 본 사람은 사형제도의 존재를, 사형집행현장을 본 사람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고 한다. 함무라비 법전을 신뢰하는 나는 마땅히 사형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긴 하지만, '용서'가 없으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이 사사로운 혹은 삐뚤어진 감정에서 저지르는 살인은 범죄가 되지만 국가가 법의 이름아래에서 저지르는 살인은 인정받는다니, 생각할수록 어려울 뿐이다. 이제까지 그런 예들이 꽤 있었듯이, 벌써 형을 집행한 후에 그의 무죄가 밝혀진다면 그 때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사족을 덧붙여보자. BL  작가인 코노하라 나리세의 작품 중에 '상자 안/밖' 그리고 구리모토 카오루의 '오와리노 나이 러브송'을 보면 수감생활에 대해서 짤막하게나마 나온다. 뭐, 단편적인 면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 소설들에 따르면 '상식'을 가진 정상인들이 감옥 안에서는 망가지고 제일 타락하기 쉬워 결국 범죄자가 되버리는 메카니즘이 생기는 것 같다. 교도소에서 진정한 교화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서 반성한 사람들이 출소하게 되는 걸까? 또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의 소굴로 빠지게 되는 건 정말 그네의 심성이 악하기 때문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밀클 카페에서 퍼온 웹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