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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1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2007. 10. 1. 14:46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달콤한 나의 도시 - 6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들어버린 작품이다. 하긴, 태반의 베스트셀러들이 잘팔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던 거 보면 나는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혹은 취향이 뚜렷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몇 년 전의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이후 낸 장편 소설인데, 글쎄, 딱히 그녀의 글솜씨나 사상이 전작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보인다. 그 중의 유리의 성과 트렁크를 잘 버무려서 장편소설로 만든 느낌이랄까.


그녀의 소설은 무겁지 않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얘기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음직한 그런 여자들의 얘기를 하고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웬걸, 내게는 그녀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순정만화나 로맨스 소설, 혹은 트렌디 드라마에서 빠져나온듯한 인물들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 보다야 조금 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조금 더 현실적이고 조금 더 쿨하다. 그렇다해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어쩐지 남자주인공과의 해피엔딩 장면이 빠진 로맨스 소설을 읽은 기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30대 초반의 나이에 남편, 아이, 직장이 없다면 정말 패배자의 무리에 속하게 되는 걸까? 아직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기엔 나는 이미 이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대목이 계속 눈에 밟힌다. 한 사람이 가진 객관적인 것들이 그가 사회적으로 판단되는 잣대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씁쓰레한 것 만은 어쩔 수 없다.
 


황석영씨가 얼마 전의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다던 "요즘의 젊은 작가들은 깊이가 없다."고 한 말이 문득 떠오르는 건 역시 이 작품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겠지. 편하게 한 번 읽고 덮어버리는 일본 현대소설 처럼 말이지.


내 곁에 다가왔다 떠난 이들이 나에게서 무엇을 읽고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단 한 가지. 그들이 기억하고 있을 그 어떤 나의 얼굴도 오롯한 오은수는 아니라는 것. 완전한 오은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여기, 맵고 달콤하고 뜨겁고 말캉한 떡을 묵묵히 씹어 삼키고 있는 나의 심장은 1초에 한 번씩 진지하게 뛰고 있다.
p. 440


 
http://nicky82.tistory.com2007-10-01T05:46:20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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