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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6. 01:37

들돼지를 프로듀스 - 시라이와 겐

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황매(푸른바람)


2006년 4분기 드라마였던가; 3분기 드라마였던가;
여튼 2006년에 방송했던 일본 드라마 '노부타를 프로듀스'의 원작 소설 되시겠다.

드라마가 꽤 괜찮았기에 원작 소설을 구입해서 보게 됐었는데,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원작이 있는 경우, 그것을 영상화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드물게 이 노부타는 드라마쪽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야마삐가 잘생겨 보여서 그랬을까?^^;


드라마에서의 노부타는 음침한 인상을 가진 소심하고 겁많은 전학생 소녀지만 원작에서의 노부타는 뚱뚱하고 스타일도 좋지 않은, 딱 이지메 당하기 좋은 인상의 소년이다. 뭐, 시청률을 생각해서 노부타를 여자애로 바꾸고, 또 원작에 없는 아키라라는(야미삐가 맡은 역) 인물을 첨가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극의 인물을 더 다양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주인공 키리타니 슈지는 급우들 사이에서의 "인기"에 집착하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년이다. 아니, 그 또래의 수준에 비해서는 조금 더 생각이 깊은듯하기도 하나, 어찌보면 정저지와격으로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수렁에 빠지기도 했으니 그 생각이 올바르다고만 할 수도 없겠지.


슈지는 "유행어"를 만들거나 "방과후 모임"에 빠지지 않는 등, 친구들과의 원만한 관계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겉으로만의 관계일 뿐이다.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에서의 진희가 그러했듯이, 슈지 역시도 진짜 자신과 보여지는 자신을 구분짓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유치하다"고 욕하면서도 미움받거나 따돌림 당하는 건 싫기 때문에 늘 동급생들에게 맞춰주면서 인기인을 유지하는 재미없는 일상의 연속이 계속된다.

그런데 그네 반에 한 전학생이 오게 된다. 그의 이름은 고타니 신타, 외모는 뚱뚱한데다 오타쿠를 연상시킬만큼 음침하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전학 첫날 모두의 관심이 대상이 된 전학생은 순식간에 왕따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 고타니를 보다 못한 슈지, 노부타를 인기인으로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그래서 제목이 노부타를 프로듀스다). 아니, 애초에 고타니가 슈지에게 자신을 바꿔달라고 부탁했었던가; 어찌됐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 따위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슈지는 고타니를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신타의 다른 발음이 노부타라 하고, 노부타는 일본어로 들돼지라한다.)


결과는 어이없을만치 성공적이었다. 노부타는 정말 반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인기인이 되버린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노부타에게 속으로 미안한 감정도 느끼는 슈지,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물론, 사건은 이 때 벌어진다. 편의점에 갔다가 불량학생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괜한 일에 말려들기 싫어서 피했는데 알고보니 그 피해자가 자신의 친구 중 한명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의 슈지의 가면이 속속들이 들어나게 되고 급기야 그는 왕따가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까지는 노부타의 성별이나 세세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드라마와 소설이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결말은 좀 다르다.
드라마에서의 슈지가 노부타와 아키라에 의해서 진정한 "우정"을 깨닫게 된다면(은근 야마삐랑 마키의 커플링을 바랐었는데 그 바람은 산산히 부서졌다ㅜㅜ), 소설에서의 슈지는 다른 학교로 전학가서 거기서 또 새로운 가면을 덮어쓰게 된다.


헉, 어째 줄거리만 길게 늘여써버린 듯 하다, 시작할 떈 짧게 쓰고 말려고 했었는데, 끙;

이 소설의 작가는 상당히 젊다.
나보다 어린 85년생이었던가 83년생이었던가;
그래서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의 문체는 흡사 우리나라의 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 확 들어버려서 책을 덮고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성세대와는 또 다른, 현재 젊은이들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고, 나 스스로도 "보여지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괴리에 종종 고민하기에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보자면 발랄한 청춘물이었던 드라마쪽이 더 유쾌했다.


덧)
책은 1년도 전에 봤지만,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