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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7. 18:05

다정다감 18 - 박은아

다정다감 18다정다감 18 - 10점
박은아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작년 언젠가 보고 잊고있던 다정다감. 다락방님네 놀러갔다가 우연히 완결됐음을 알고 바로 대여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완결편이 다소곳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기뻐하면서 집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음, 내가 너무 쉬었던건지, 혹은 바그너쌤이 안쉬고 열심히 달려서인지 17, 18 두 권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설마설마하며 혹시나 해피엔딩이 안될까봐 가슴을 조이며 마지막까지 조심스레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결과에 대해서 미리 읊어버리면 스포일러가 되겠지?^^

작가의 말대로 이 다정다감도 거의 10년을 달려온 만화다. 99년에 시작해서 2007년 완결이니, 이 만화 역시도 내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를 함께해 온 것이다. 그 동안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고 세상에 찌들어버렸는데 만화속 그네들의 성장은 너무나 더뎌서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었다.

아들 셋 밑에 태어난 막내딸 이지. 하지만 사랑받고 자라기보다는 집안의 식순이 수준으로 자란지라 소심하고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데 능하며 상황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는 그녀를 난 참 미워했었던 것 같다. 나라면 저러지 않을텐데 왜 쟤는 저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하는걸까. 뻔히 눈에 보이는 상황인데도 딴 곳으로만 튀는 그녀를 보며 답답함에 책을 덮을 뻔 한 것도 여러번이었다.

빼어나게 예쁘지도,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무지 대단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 그녀의 친구들은 다들 한 미모에 한 집안, 게다가 한 공부까지 하시니 그녀가 스스로를 '뱁새'라고 칭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늘 그자리에서 자신의 감정조차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것 처럼 보이던 그녀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10대의, 여자아이의 성장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이지의 모습이 왜 그렇게 나는 슬펐는지 모르겠다.

초반의 학원 개그물에서 어느새 탈피해서 사람의 성장에 대해서 얘기한 다정다감. 덕분에 웃기도 참 많이 웃었고 가슴도 참 많이 아팠었다. 이제 그네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니 또 한 번 가슴이 아파오지만, 그래도 다.다.와 함께한 시간들을 생각하면 웃을 수 있다.


팬들 만큼이나 10년 가까이 다.다.를 잡고 있었던 작가도 당분간은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프린세스를 그린 한승원 작가는 비이가 죽은 후(아니, 뭐, 작가가 스토리 진행 상 죽이긴 했지만^^;) 며칠을 아무 것도 못했다고 한다.


유난히 반짝였던 건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지금은 반짝이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건 그것이 사라졌기 때문일거야.
어느 시간에서든 , 어느 공간에서든, 반짝이는 것이 있다면 잘 간직해야지.
다듬지 않아도 그건 내게 보석이니까.


http://nicky82.tistory.com2007-10-07T09:05:30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