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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30 지옥에서 온 심판자 - 조지 펠레카노스
  2. 2007.06.29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조지 펠레카노스 1
2007. 7. 30. 16:30

지옥에서 온 심판자 - 조지 펠레카노스

지옥에서 온 심판자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지난 번에 소개했었던 흑인 탐정 데릭 스트레인지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제목은 지옥에서 온 심판자, 원제는 Hell to pay, 뭐, 1권의 번역에 비하면 훨씬 산뜻해보인다.


전편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가 데릭과 테리의 만남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면, 이번 편에서의 둘의 관계는 서로를 신뢰하는 파트너 정도가 되겠다.

경찰 내부의 비리와 마약에 얽힌 사람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얘기했었던 전편에 비해 이번 편에서는 매춘과 인신매매, 그리고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는 십대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책 소개에서는  폭력단 보스의 아들의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가 주主인 것 처럼 얘기하지만,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그 쪽은 큰 비중이 없었으니, 오히려 그런 얘길 기대했다면 낚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사회의, 그것도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로 손꼽히는 미국의 어두운 부분을 여과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는 시리즈물인 것이다.


다시 만난 데릭은 여전하다. 서부물과 옛날 음악을 즐기고, 죄책감 없이 혹은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바람을 피우고, 책임감 갖기를 거부하며 으례 이런 형사물의 주인공이 가지는 정의감은 쉬이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소설 끝까지 데릭이 이런 인물이라면 결국 평면적 인물로 굳어져버려서 소설의 재미도,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반감할게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만 살짝 흘리리라.


이번 편에서 테리와 데릭은 거의 따로 활약한다. 테리는 초반부터 거의 끝까지 한 가출소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고 데릭은 으례 있어오던 뒷조사 같은 의뢰를 해결하는 틈틈이 그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미식축구를 가르친다.


가출소녀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며 타인을 속여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도덕성이 결여된 소녀가 나오는데, 후반부 그녀에게도 알고보편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그 소녀는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반성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과연 집으로 돌아간 그녀가 도덕 교과서에서 말하는 그런 바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는 한 번 길을 벗어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원래의 길을 가려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출소녀 이야기와 함께 지옥에서 온 살인자의 주축을 이루는 얘기가 책소개에 나오는 폭력단 두목 아들의 살해사건이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자신의 돈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요샛말로 하자면 "개념없는" 없는 아이들이 큰 일을 저지르게 되는데 과연 이네들이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자라게 된 것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그네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허술한 총기 관리와 인간으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 조차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사회의 몫이 아닐까? 지난 버지니아 텍 사건이나 콜럼바인 사건 또한 허술한 총기관리로 인한 인재였음을 생각한다면 틀린 얘기만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가출소녀 구출과정이나 아이들과의 미식축구 이야기, 그리고 범인들의 탈주와 그네가 다시 잡혀가는 이야기는 소설에서 재밌게 술술 읽히는 부분이니 직접 읽어보시길.


내내 숨기고 싶은 얘기들은 가감없이 담담하게, 혹은 흥분해서 보여주는 작가는 그래도 아직은 인간을 사랑하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소설 끝으로 갈 수록 변하는 데릭의 모습에서, 그리고 범인들을 잡아와서 똑같이 복수해주겠다고 이를 갈던 폭력단 두목이 결국 복수를 그만두고 법의 손에 그네를 맡기는 것 보면 말이다. 또한 데릭이 폭력단의 본거지에서 발견한 어린 소년의 눈동자에서 발견하는 희망과 친한 동료를 잃었지만 그래도 슬픔에서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디시의 꼬마들의 모습에서 어쩐지 밝은 미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다시 전편을 들먹거리는데, 이건 전편을 둔 후속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리라.^^; 어쨌든 전편에서 욕설과 비속어, 폭력에 충분히 익숙해졌기 때문이었을까, 이번편을 보면서는 그러려니 하면서 무덤덤하게 책장을 넘기는 내 모습에 약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처음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익숙해진다면 세상에 그리 견디기 힘들거나 싫은 일은 많지 않을 게다.
2007. 6. 29. 06:22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조지 펠레카노스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하드보일드의 정확한 정의가 뭘까?
예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읽으며 '하드보일드'의 의미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봤었는데 '무미건조한' 정도의 개념이어서 전혀 납득을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방금도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하드보일드hard boiled [명사] 문학이나 영화 따위의 창작에서, 감상(感傷)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인 태도나 문체로 사실을 묘사하는 수법. (다음 검색)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하, 감정보다는 객관적으로 묘사하니, 결과적으로 무미건조와도 맞아떨어지게 되는구나. 누아르(noir, 느와르가 표준어가 아니라니!)와도 일맥상통하게 되려나?


왜 하드보일드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냐면, 이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이하 살인자)'의 소개에 하드보일드 소설의 수작이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이 살인자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내고 있는 '밀리언셀러 클럽'의 올해 3월 출간작이다. 대부분의 시리즈물은 첫이미지가 중요하기 마련, 제일 처름 손을 댔던 '밀리언셀러 클럽'의 '13계단'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에 망설임 없이 살인자와 후속작 '지옥에서 온 심판자' 두 권을 빼들었다. 그러고 나름 기대에 가득차서 두근대면서 읽어갔지만 웬걸, 그 동안 너무 일본소설, 혹은 우리나라 소설에 익숙해진 탓이었을까, 읽는데 꽤 시간이 꽤 걸리고 말았다. 손에 잡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끝낸 13계단과 사뭇 비교되는 결과다.^^;


워싱턴 디시, 밤에 순찰돌던 경찰이 발포한 총에 맞은 한 남자가 사망한다. 알고보니 그 또한 디시의 경찰. 둘 다 경찰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가해자는 백인, 그리고 피해자는 흑인이라는 것. 여러 정황을 참고하여 가해자는 '무죄'로 밝혀졌고 피해자는 알고보니 비리가 많은 경찰이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흑인이 그러면 그렇지.'라고 여기는 분위기고 사건은 종결되지만 피해자의 유족은 '이건 말도 안되는 모함'이라며 디시의 한 탐에게 진실을 파헤쳐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 탐정이 바로 이 시리즈의 주인공 '데릭 스트레인지'다.

전직 경찰이었던 데릭은 별 소득이 없을 걸 알면서 의뢰를 받아들이고 가해자인 경찰, '테리 퀸'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여러 정황을 따져보니 테리에게는 정말 큰 실책 따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사건에서 뭔가 찜찜한 냄새가 난다. 알고보니 여러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그 결과 디시 경찰은 거물급 마약상들을 잡아들이고 경찰 내부의 부패를 발견하며 이 건은 마무리된다.


개인의 심리묘사나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구르고 싸움박질하는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실제로, 원작자가 제작에 참여해서 영화 제작중이라고하니 조만간 영화 소식도 들을 수 있지 싶다.

하지만 내게 이 영화를 보겠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no'다. 워낙 어설픈 권성징악 & 백인과 미국 만세라는 공식의 헐리우드 액션물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원작을 보면서 몰입되거나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우선 이 책에는 깜짝 놀랄만치 많은 비속어가 등장한다. 처음에 볼 땐 "아니, 무슨 욕이 이렇게 많이 나와?"라고 깜짝깜짝 놀랐지만 어느 정도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납득하게 됐었고, 에필로그 후에 나오는 역자의 말에서도 역자가 스스로 '욕쟁이 번역가'라고 밝힐 정도다. 평소 딱히 고상하고 착하고 바른 것들을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난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듣기 좋은 것도 한두번이기 마련인데 난무하는 욕설이라니, 어이쿠.

또 살인자에는 굉장히 많은 음악이 나오고 그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하고 또 예찬하지만 이 중에서 내가 아는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 안됐다. 책이나 영화도 아는 얘기를 해야 공감도 하고 재미나는데 내가 모르는 얘기만 줄창 해대고 있으니 도저히 몰입할 수 없었던 원인 중의 하나.

마찬가지, 차 얘기도 줄기차게 하는데 내가 차에 대해서 아는 건 트럭과 승용차를 구별하는 것 정도. 잡다하게 차에 대해서 늘어놓는데 '어쩌라고'가 절로 나오던걸.

그리고 이야기의 70% 이상에 등장하는 테리와 데릭은 '서부극' 마니아. 서부극 하면 '보안관 장고' 정도 말고는 생각도 안나는데 마찬가지, 주구장창 '황야의 7인'이 어쩌고저쩌고, 서부극 얘기를 해서 건성으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외 각종 마약과 뒷골목 얘기 또한 무시못하게 나와주시니, 문화적, 정서적 차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 어찌됐든 정말 이 소설은 말도 못하게 적나라한 소설인게다.
그렇게 적나라하게 까발려대니 오히려 이게 하드보일드구나 하는 깨닳음이 올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리뷰를 쓰냐면, 미국 사회에 아직까지도 뿌리깊이 박혀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아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고, 나도 당연시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철퇴...까지의 충격은 아니라도 여튼 반성의 기회를 줬기 때문이리라.

데릭은 테리에게 '만약 크리스토퍼(피해자)가 백인이었어도 자네는 망설임 없이 총을 쐈겠는가?:라고 묻는다. 처음 테리는 'NO'라고 단언하지만 사건을 다 해결한 후, 그 당시의 자신과 다시 한 번 직면한 후 충격을 받게 된다. 뿌리깊이 각인되버린 '백=선, 흑=악'이라는 공식, 이는 자본주의, 그리고 제국주의의 폐단의 하나겠지. 어찌보면 백인들이 흑인과 같이 여기는, 아니 혹은 더 무시하는 유색인종인 내게도 흑인보다 백인을 더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고가 잠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의 80% 이상이 흑인이라는 점, 으례 주인공은 백인, 흑인은 보조자 내지는 범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편견을 철저히 깨부숴준다. 아마 백인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만 나오지^^;




으, 읽고나서 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만, 글이 너무 길어졌다.

차, 서부물, 범죄소설,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한다면 강추.
잔잔한 심리묘사, 치밀한 두뇌게임, 끝내주는 반전을 기대한다면 비추.



참, 번역한 아저씨에게 불만이 있다면, 내내 '주아나'로 나오는 아가씨의 이름이 사실은 '후아나'가 아니었을까 한다는 것. 라틴계 혼혈인 아가씨 이름인데, 라틴계 이름의 발음을 생각해보면 후아나가 더 맞지 않을까요??(Jose는 조세가 아니고 호세듯이!!)


이 작품의 원제는 'Right as Rain'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perfectly all right or in order, 완벽하게 잘 돌아가는 정도가 되려나? 원제와 번역본의 제목에서의 아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서 난감했다지^^;

쌩뚱맞은 얘기긴 하지만, 사람들은 정말 별 거 아닌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급기야 죽음까지 선사한다.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랍시고 연관된 혹은 무관한 타인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테러 같은 짓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뭐, 반대로 바꿔말하면 내겐 별 거 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 되는 거지만 그래도 인간으니 기본인 인륜을 거스르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판 제목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에 대해 곱씹다가 나온 결론, 지 나름대로 옳다고 결론 내려봤자 그건 말 그대로 '자기 나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