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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6. 10:11

왜? - 니콜라이 포포프

왜?
니콜라이 포포프 지음/현암사
작년 생일에, 지금은 남이 되어버린 옛지인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이 책에는 글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제목이나 작가 소개 이런 건 제외^^;)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그림만으로 밀고 나가지만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뭔가를 느끼고 말았다.


'왜?'의 주인공은 개구리와 쥐다.
물론 그들이 인간을 대변한다.



표지에서 보듯이, 풀밭에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있다. 그는 꽃향기를 즐기면서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땅을 쑥 뚫고 쥐 한마리가 우산을 들고 나타난다. 주변을 둘러보는 쥐, 개구리와 쥐는 잠시 서로를 응시하다 쥐가 우산을 팽개치고 개구리에게 달려든다. 아마 자기가 가진 우산보다 개구리의 꽃이 더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음 장에서 개구리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쫓겨나있고 두 손을 번쩍 들고있다. 그리고 쥐는 개구리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꽃을 들고 꽃향기를 즐긴다. 어디선가 다른 개구리가 또 나타나서 쥐를 공격한다. 개구리의 승리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또 다른 쥐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위해를 가한다.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고 서로를 함정에 밀어넣으려 노력하고 자신은 탱크 속에 안전히 숨으려 한다. 아주 난리가 났다.

거의 마지막장에 다다르면 이미 처음의 꽃밭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해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렸고 폭탄의 파편이나 탱크의 잔해 등 전쟁의 흔적만이 쓸쓸하다. 마지막 페이지, 최초의 쥐가 바위에 앉아 꽃을 들고 있지만 그 꽃은 이미 꽃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이다. 다른 쪽에서는 처음의 그 개구리가 너덜너덜해진 우산을 들고 있다.


글로 써보니 어째 지리해졌는데, 이 책은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그 우울한 색감과 분위기, "뭐야~"하면서 이마를 찌푸리게 되지만 뭔가가 가슴에 끈끈하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태초에, 먹고살만한 여유가 생기면서 더 편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사람들은 전쟁을 시작했다 한다. 요즘의 전쟁또한 스케일만 커졌을 뿐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게다. 자국의, 혹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인간으로써의 기본 개념은 어디론가 팽개쳐두고 참혹한 결과를 낳는 전쟁을 한다. 살아있는 인간이 제일 잔인한 것이다.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니콜라이 포포프의 "왜?"는 어린이들이 보기에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어른인 내가 봐도 감정의 동요는 느꼈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런 책들도 "그리하여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하는 동화책들만큼이나 애들에게 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반전(反戰)"은 당연한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