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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2. 07:25

그레이브 디거 - 다카노 가즈아키

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황금가지


사놓고 한 달 넘게 쟁여놨다가 드디어 볼 수 있었던 그레이브 디거.
으아, 말이 필요없다, 이번에도 역시 최고, 다카노 가즈아키!!


당신은 '그레이브 디거'에 대해서 아는가?
갑자기 너무 쌩뚱맞은 소리를 한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조금 더 많이 알려져있는 중세 유럽의 곳곳에서 펼쳐졌던 마녀사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는가?

지금이야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지만(솔직히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국교가 정해져있지 않을 뿐이지 어느 특정 종교가 나라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데다가 특정 후보를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그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번엔 대한민국을 봉헌하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을 것 같긴 하다-_-;) 거의 제정이 일치되어있던 중세시대에는 다수의 민중을 소수의 지배자들이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 그네의 생활인 종교의 힘을 빌어서 통치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배체제에 위협이 될 것 같은 불온세력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이단심판관'을 활용, 각종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붙여서 남녀를 불문하고 '마녀'딱지를 붙여서 처형하고 대중의 고통과 공포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도, 글을 읽는 당신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문헌에 따르면 이렇게 마녀 딱지가 붙어서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이 억울해서였는지 무덤을 파고 다시 나와서 자신을 고문했던 이단 심판관들에게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복수를 한다고 한다. 이들을 무덤을 파는 자, 혹은 돌아온 사자를 의미하며 그레이브 디거(the grave digger)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레이브 디거의 의미를 알고나서 책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사람 많은 길가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두 남자가 다툰다. 그 중 젊은 남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칼로 찔러서 살해하고 시체를 싣고 도망가지만 수많은 증인의 증언으로 잡히고 만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한 변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변사체가 알고보니 예전에 죽은 그 남자였다. 거기다가 신기한 것은 죽은지 1년 반이 지난 사체가 사망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까지 하다. '제 3종 영구시체'로 분류된 그 사체의 부검을 앞두고 갑자기 그 사체가 사라진다. 사건은 결국 미결 표제를 달고 어둠속으로 묻히게 된다.

이와 별개로, 소설의 주인공인 야가미 도시히코, 명색이 주인공인데 이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인상은 매우 험악한 범죄자형이다. 외모와 별개로 성품은 착한데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고 하면 오죽 좋겠냐만 사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는 삶이 얼굴에 나타나는 범죄자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잘한 공갈 협박과 사기를 일삼고 나이를 먹어서는 어린 소녀들을 속여 오디션비를 떼먹거나 목소리가 비슷한 국회의원의 사무실에서 돈을 빼앗기도 하는 둥, 스스로 생각하고 마냥 착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 사람이다. 이런 그가 새 사람이 되기 위한 결심을 하고 골수이식을 결심한다. 수술 전 날 병원에 가기 전 돈을 빌리기 위해 간 자신의 집에서 흉측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시체를 발견한 그는 자신의 전과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그냥 도망쳐서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그렇게 멀지않은 병원과의 거리지만 그의 앞길에는 무수한 장애가 뒤따른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따라붙이 시작해 급기야 경찰까지, 하지만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골수이식 대상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잡힐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음 날 오전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도망가고 다른 자들은 그를 뒤쫓는다. 뿐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짧은 시간 간격으로 계속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네들의 죽은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 없다, 바로 전설의 '그레이브 디거'가 이단 심판관들에게 그들의 복수를 하던 그런 잔인한 모습으로 하나같이 죽어있는 것이다. 하나 더, 죽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젊은 남자가 살인을 했다는 증언을 했던 증인이라는 것. 이런, 몇 달 전에 실종된 시체가 다시 살아와서 증인들을 헤치고 다니는 것일까? 연이어 발견되는 사체들 때문에 경찰들도 바쁘기 그지없다. 영화의 화면전환처럼 야가미의 상황과 그의 뒤를 쫓으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상황이 번갈아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난 번 13계단에서 마지막 30페이지에 완벽하게 낚였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추리를 포기하고 야가미를, 그리고 겐이치와 후루가와를 따라 열심히 손과 눈을 움직이기만 했다. 사건이 파헤쳐질수록 내 입은 딱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쩜 이런 것들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작가가 전작에서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케 했다면 이번 그레이브 디거에서는 정치와 종교, 그리고 경찰, 권력이 뒤섞여서 만들어진 추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일본과 우리의 경찰조직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소설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되는 보안부가 하는 일은 흡사 우리나라의 안기부 혹은 국정원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럼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거잖아!!!


늘 느끼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직소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 그 두께와 내용의 방대함에 따라서 500피스짜리 작은 직소가 되기도 하고 2000피스짜리, 정말 시작하기 엄두도 안나는 그런 어려운 직소가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은 직소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어찌됐든 추리소설 읽기를 즐기는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를 선택해서 보길 바란다. 절대 시간이 아깝다거나 후회한다거나 할 일은 없을지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요건 밀클카페에서 퍼온 웹툰.
 그림이 느므느므 귀엽다>ㅅ<)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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