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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2 아름다운 아이 - 이시다 이라
2007. 9. 12. 08:35

아름다운 아이 - 이시다 이라

아름다운 아이아름다운 아이 - 6점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3년 전쯤엔가 파란색 표지에 흰색으로 [4teen]이라는 제목이 씌여졌던 이시라 이라의 작품을 나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아무 망설임없이 작가 이름만을 보고 이 [아름다운 아이]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 그냥 소설이구나.' 정도? 도서관에서 빌려봤기 망정이지 서점에서 구입했다면 돈이 아까워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묘하게도 같은 날 빌렸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와 매우 흡사한 소재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살인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두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은 완전 다르다. 중견 소설가와 신인 소설가니, 필력이나 전개방식을 비교하는 건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비교하는 격이려나?

어찌됐든, 지루한 초반을 넘어서서 중반부터는 이야기에 탄력을 받아서 끝까지 읽어낼 수야 있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그 찝찝함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주인공 미키오는 유메미산 중학교 2학년이다. 유독 교육열이 높은 이 도시, 그리고 이 학교에서 그는 뛰어난 성적보다는 식물 쪽에 재능이 있는 특기생의 위치를 가진다. 친구들과 뛰노는 것도 재밌지만 숲에서 식물들을 관찰하며 관찰일지를 쓰는 것 또한 그의 즐거움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동생이 두 명 있다. 피부가 좋지 않아서 별명이 감자인 자신과는 다르게 어머니를 닮아 출중한 외모를 가진 남동생과 여동생. 어릴 때는 어머니의 성화에 동생들이 모델로 활동했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여동생만 아동모델을 계속하고 있고 남동생은 음침한 성격으로 변해버리고 집에서도 혼자 겉도는 성격이 된다.

가끔 개념없이 자신과 친구를 괴롭히는 유치한 동급생이 있지만 그래도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감자. 조용한 그의 동네에서 초등학생 여아 실종사건이 벌어진다. 갑자기 도시는 발칵 뒤집히고 경찰들도 기자들도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끝내 그 아이는 '밤의 왕자(the prince of the night)'라는 낙서와 함께 시체로 발견된다. 그 아이가 여동생과 동급생이었고 또 친하기까지 했었다기에 더더운 안타까움을 느끼는 감자,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초등학생 살인범이 자신의 남동생인 것이다.


단 하루만에 그의 일상은 뒤바뀌게 된다. 매스컴이 가족을 괴롭히고 여동생과 둘이 부모를 떠나 다른 사람의 집에 지내게 되고 학교에서도 보이지 않는 시선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 감자는 동생이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고 동생의 정체가 정말 밤의 왕자였는지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감자는 그 아이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동생이 왜 그런 짓을 하게 되었는가를 추적하려 한다. 그런 감자의 곁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들이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나름 충격적인 결말.


과연 살인이 이렇게 허술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작품이었다. 뭐, 정통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청소년의 심리 묘사와 내적 성장에 중점을 둔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데 비해서는 그닥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이젠 슬슬 일본소설에 질려가고 있기 때문일까?

차라리 와닿았던 부분은 이지메를 하는 감자네 학교의 아이들. 처음에는 감자의 등교에도 동요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그 사건이 없었던 것 처럼 위장하고 있던 아이들이 시험이 다가옴에 따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감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물론 드라마 '라이프'의 경우 처럼 표나게 괴롭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넌 살인자의 가족이야."하는 편지를 신발장에 넣어둔다던가 실내화에 압정을 넣어둔다던가 하는 어쩌면 이지메의 정석을 따라가는 거 보면 공부 잘하는 애들의 상상력이란 뻔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면서 뒤에서는 감자를 괴롭히는 그네들의 모습에서 소위 '이중적'이라고 하는 일본인 특유의 음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패러디 소설 '밤의 왕자'. 미키오는 그 소설을 읽고 매우 슬프다고 느끼지만 글쎄, 이렇게 우울한 글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므로 그냥 그랬다.
전문까지는 못구하겠고 일부분은 여기를 눌러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4teen 한 권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시다 이라, 아름다운 아이 한 권으로 내 마음에서 멀어져버렸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the zombies의 중학생 버전같았던 그네들의 모습은, 흠, 뭐 지금 생각해보니 미키오의 수사를 도와주는 친구들의 재기발랄함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이 바라는 정도를 걷는 모범생이 아닌 주인공 감자보다도 친구들이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니까 말이다.


혹 이 책을 보실 분이라면 당부할 것 한 가지, 절대 역자후기부터 보지 말라는 것. 역자후기, 혹은 작가후기부터 먼저 보는 취미가 있는 나는 후기에서 모든 줄거리를 다 까발리는 바람에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정도로 밖에 책을 즐기지 못했으니까.
http://nicky82.tistory.com2007-09-11T23:35:01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