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蓮 2005. 12. 3. 05:36
저녁에 위계점 아저씨의 객관식 열린행정학-_-책을 보다가 잠이 살폿 들어버렸다ㅠ_-

엄마아ㅃ 퇴근하시고 저녁 먹으라고 하시는 거 잠결에 안먹는다고 칭얼댄 건 기억나는데, 허허허허;

 

여튼, 잠에서 깨어보니 문자가 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그 놈의 번호는 삭제 ㅋㅋ;;

 

이 아이와 문자가 왔다갔다 한 건 어언 반 년이 넘었다

교생실습 나가던 시절에 통화 한번 했으니까

그리고 얼굴은 올 해 1월에 봤다- _-;

그리고 네이트온에서 졸업하고 나서 한 번 봤으니까 매우 오랜만이다

 

정상적인 행동 반응이라면, 더더구나 핸폰 정지했다가 살렸다는 연락도 안한데다가, 이 놈 성격상 절대로 먼저 연락해서 칭얼대는 녀석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반가워"야 하는데 난 왜 이 아이의 연락이 찝찝한걸까...?

 

 

며칠 전에 1년 만에 쌩뚱맞게 연락왔던 놈과 이 놈, 둘은 절친한 친구다

1년 전 그 놈이랑 상관없이 이 놈과 나도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작년에 내가 힘들어 할 때, 이 놈은

 

 

뭔가 손에 잡히지 않을때 가만 떠오르는 사람.

삶이 너무나 힘들때 기대고 싶은 사람.

바닷가서 술 한잔 하게 되면, 그 바다 내음만으로도 기억나는 사람.

헝클어진 머리, 꾸미지 않은 차림으로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

내 얘기는 무슨 얘기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사람.

몇년동안 연락 안하다가 만나도, 바로 어제 만났던 것 처럼 어색하지 않을 사람.

가끔, 아주 가끔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는..

그게 너야^^

내겐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

항상.. 거기 쯤에서 어디 가지마

 

라는 메일을 보내서 날 울렸던 녀석이다

 

원래도 연락 자주 안해서 내 복장을 뒤집어놓고도 저런 재롱 한 번으로 날 웃게 만들던 내 소중한 친구

 

그.런.데.말.이.다.

 

한 번의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했던 연애가 내 인간관계를, 내 정신세계를 박살내버렸다

 

똥인지 된장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덤볐다가 밟아버린 게 엄청난 냄새를 풍기는 똥이었던건지, 그 때 그 일이 아직까지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게 영향을 주고있다는 게 씁쓸할뿐이다(거기, 김경택군, 너 또 욕 중얼거렸지? 작년에 욕 많이 먹었으니까 그냥 이번엔 넘어가자ㆀ)

 

 

음, 그니까 결론은, 매우 반가워야 할 이 녀석의 연락이 "왜 연락했지?"라는 생각을 들게만든다는거다

이제 이 놈은 내 머릿속에서 정군과는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나보다

 

 

노파심이겠지만, 혹 그 둘이 만났을 때, 혹은 정진까지 셋이 만났을 때, 혹은 김철환놈까지 끼워서 넷이 만났을 때, 술자리에서 내 얘기가 나오는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내 오버센스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건 현재 내 상태가 어느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은 상황과는 정반대인 어느 누구에게나 부끄러운 상황이기 때문일거다

내가 스스로 정했으면서, 남에게 부끄러워하다니 굉장한 모순이지만, 어쨌든 지나가다 만날 동창과 잠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 얘기 역시도 그렇게 회자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소름이 돋았다

 

제길. 어쩔 수 없다. 죽어라 공부해서 얼른 뭐라도 하나 되는 수 밖에

 

 

 

문득 N.O.K.의 [Just the way you are]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왜 날 이렇게 나쁜 맘으로 살게 하나요"

 

오랜만에 온 친구의 연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혹시"하는 색안경을 끼고 잇는 내 모습

정말 최악이다

난.순.수.를.잃.었.다.

 

 

 

...하지만 연애 시작과 동시에 날 헌신짝처럼 팽개쳐버린 영호놈도 잘한 건 없다, 뭐ㅡ,.ㅡ;

 

만약, 며칠 전에 그 놈이 싸이에서 쪽지를 안보냈다면 난 영호의 연락이 정말 반가웠겠지?

하아, 정말 넌 너무 간사해